실리모 (71.♡.158.201)
2026년 6월 28일 AM 01:36
뉴-이재명은 컬트인가
최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심리를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 상태'로 분석했습니다. 이탈은 아니되 열정이 식어가는 상태. 대선 전후로 이재명을 열렬히 지지하고 마침내 대통령으로 만든 핵심 지지층이 집권 2년 차에 왜 이토록 빠르게 식어가는가에 대한 진단이었습니다.
그 원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불과 몇 달 사이, 30년간 민주당의 가치를 지켜온 정통 지지층은 익숙한 이름 대신 "친청", "문조털래유", 그리고 무엇보다 "반명"이라는 낯선 멸칭으로 낙인찍히기 시작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그리고 이재명을 만든 민주당의 심장이 하루아침에 대통령을 흔드는 '한 줌의 배신자 분파'로 재명명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 부당한 명명의 배후에는 최근 당 안팎에서 세력을 키우는 이른바 "뉴-이재명" 그룹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행태를 보며, 나는 과거 종교적 컬트(맹신) 조직에 27년 넘게 올인했다가 그 본질을 깨닫고 탈출했던 내 삶의 궤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 한국 정계에서, 그것도 우리가 만든 민주 진영에서 벌어지는 이 현상은 미국을 파국으로 몰고 간 '트럼프주의(Trumpism)'와 종교 컬트의 메커니즘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1. 사적 통로의 과시와 '교주의 무오류성'
종교 컬트의 첫 번째 특징은 교주의 신비화와 무오류성입니다. 교주의 언행 불일치나 비합리성이 발견되면, 신도들은 눈을 감고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신의 깊은 뜻"이라며 사후 정당화합니다. 또한 그 곁에는 "내가 신과 직접 소통한다"며 사적 권위를 독점하고 신도들 위에 군림하는 중간 관리자들이 존재합니다.
지금 "뉴-이재명" 그룹이 보여주는 행태가 정확히 그렇습니다. 이들은 공적 시스템 대신 "내가 대통령과 사적 통로로 소통한다"거나 "내가 이재명의 속뜻을 가장 잘 안다"는 말을 서슴지 않으며 호가호위합니다.
대통령이 공약을 지연시키거나 부적절한 인사를 단행해도 "우리가 모르는 깊은 전략이 있을 것"이라며 무조건적인 방어막을 칩니다. 합리적인 의구심과 검증의 요구는 '대통령 흔들기'라는 죄악이 됩니다. 이것은 정치가 아니라 신앙이며, 정당이 아니라 '컬트'의 문법입니다.
2. 내부 비판자에 대한 낙인과 부족주의
트럼프 현상의 핵심은 분열과 부족주의였습니다. 트럼프는 자신을 비판하는 합리적 보수파들을 '가짜 공화당원(RINO)'이라 낙인찍고 숙청했습니다. 질문이나 이견은 허용되지 않으며, 오직 '맹목적 우리 편이냐, 적이냐'의 흑백논리만 남겼습니다.
최근 일주일 사이 우리가 목도한 사건들은 이 트럼프식 컬트주의가 우리 내부를 얼마나 갉아먹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퇴임 직전, 핵심 지지층이 그토록 염원하던 2차 검찰개혁안(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정부안을 내지 않고 당에 일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1년간 청와대 TF로 가져가 허송세월하더니, 집권 초 개혁의 골든타임을 다 흘려보내고 이제 와서 공을 당에 떠넘긴 꼴입니다. 이에 대해 핵심 지지층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일관성'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민주 진영의 정신적 지주인 유시민 작가가 <다스뵈이다> 400회에 출연해 "정부가 핵심 지지층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다"며 초심으로 돌아오라는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네자, 바로 다음 날 새벽 2시 대통령의 X(트위터) 계정에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인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개혁의 시간표를 묻는 지지층과 원로의 정당한 비판을 향해 '돼지'라는 낙인을 찍어 정면 반박하는 행태—이것이 컬트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입니까?
3. X(트위터)라는 이름의 '디지털 예배당'
미국의 트럼프와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방식마저 완벽한 평행이론을 달성합니다. 두 사람 모두 공적 여과 장치(대변인실이나 참모 조직)를 의도적으로 패싱한 채, 새벽에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X에 폭발시키며 지지층을 다이렉트로 자극합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1억 1천만 명이 넘는 X 팔로워를 거느리고 제도권 언론을 무력화하는 '1인 디지털 천하'를 구축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국내 정치인 중 독보적인 80만 명 안팎의 X 팔로워와 132만 명의 인스타그램 구독자를 기반으로 막강한 뉴미디어 화력을 자랑합니다.
이 거대한 숫자는 단순한 인기가 아닙니다. 정당 민주주의의 기본인 '토론과 숙의'를 생략시키는 무기입니다. 대통령이 X에 비판자를 겨냥한 모호한 화두를 올리는 순간, 대기하고 있던 수십만 명의 팔로워들은 이를 '교주의 지침'으로 받아들여 비판자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댓글 폭격과 '좌표 찍기'를 감행합니다.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필터 버블 속에서, 구독자들은 찬양의 언어만 소비하며 민심의 이반이라는 '차가운 사실'로부터 완벽하게 격리됩니다. X는 소통 창구가 아니라, 맹목적 추종을 양산하는 디지털 예배당으로 변질된 것입니다.
4. "팔짱 낀 지지층"은 이탈이 아닌 '반증 가능성'이다
이러한 오만한 권력 사유화와 편 가르기 때문에, 지난 1년간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했던 수많은 핵심 당원들이 냉담기를 거쳐 팔짱을 끼고 있습니다. 그 결과 당 지지율은 유지되는데 대통령 지지율만 급락하는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집권 2년 차에 벌써 조기 레임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하지만 이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 상태'야말로 우리가 컬트 추종자가 아니라는 가장 강력한 증거입니다. 컬트 추종자는 결코 팔짱을 끼지 않습니다. 그들의 충성에는 '관찰과 검증'이라는 단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가치가 고정점이고 인물이 변수이기에, 변수가 고정점에서 벗어날 때 거리감을 두는 것은 변절이 아니라 신념의 유지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저들의 컬트주의를 비판하는 동시에, 우리 자신에게도 똑같은 칼날을 들이대야 합니다. 만약 우리 역시 "한 번 마음이 멀어졌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향후에 어떤 성과나 개혁을 이루어내도 무조건 "쇼하고 있다"며 부정적으로만 재단한다면, 그것은 방향만 반대일 뿐 사실을 지워버린 또 다른 '부정적 컬트'에 불과합니다.
우리를 저들과 구별 짓는 유일한 기준은 '반증 가능성'입니다. 우리는 "객관적인 개혁 지표와 성과가 달력 위에 증명된다면 언제든 다시 열렬히 지지할 용의가 있는" 가치 지향형 지지자들이기 때문입니다.
맺으며
"친명 대 반명"이라는 프레임이 가리는 진실은 이것입니다. 그것은 대등한 두 계파의 권력 다툼이 아닙니다. 30년간 민주당의 가치를 지켜온 역사적 주체(핵심 지지층)와, 정권 출범 후 사적 권력을 탐하며 유입되어 동지들을 재명명하려는 권력 주변부 집단(뉴-이재명) 사이의 비대칭적 구도입니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무조건 충성한 적이 없습니다. 더 나은 사회, 검찰·언론·사법 개혁이라는 가치를 위해 네 명의 대통령을 만들었을 뿐입니다.
트럼프주의의 끝이 결국 의회 폭동과 공화당의 극단화라는 파국이었듯, 인물 맹신에 빠진 정치 컬트는 결코 정권을 성공시키지 못합니다. 동기는 숨길 수 있어도 달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무조건적인 맹종을 거부하고, 팔짱을 낀 채 매서운 눈으로 달력을 지켜볼 것입니다. 그 달력 위에 우리가 위임한 개혁의 가치가 어떻게 쓰이는가를.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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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ava
11:13 · 116.♡.7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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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ava
11:15 · 116.♡.70.94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신의 깊은 뜻"이라며 사후 정당화합니다. 또한 그 곁에는 "내가 신과 직접 소통한다"며 사적 권위를 독점하고 신도들 위에 군림하는 중간 관리자들이 존재합니다.]
딱 용역평론가의 모습입니다.
[대통령이 공약을 지연시키거나 부적절한 인사를 단행해도 "우리가 모르는 깊은 전략이 있을 것"이라며 무조건적인 방어막을 칩니다. 합리적인 의구심과 검증의 요구는 '대통령 흔들기'라는 죄악이 됩니다. 이것은 정치가 아니라 신앙이며, 정당이 아니라 '컬트'의 문법입니다.]이건 [무지성 지지]가 일종의 벼슬인것처럼 행동하는 일반인들과도 겹쳐지네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이 필요합니다.
그 x 글은 새벽 2시가 아닌것이 맞는것 같습니다.
제가 어제 서초동으로 출발하기 전(오후 5시쯤)에 확인한 바로는 5시간전으로 나오더군요.
시간이 다른들,
그것이 우리를 향하지 않았을거란 보장이 없긴 하지만요.
그 메시지의 한없는 가벼움도 마찬가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