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30분 (170.♡.144.120)
2026년 7월 1일 PM 01:19
평야, 산림, 바다, 갯벌 등에서 오는 싱싱한 식재료! 모두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요리하는 사람이 중요합니다.
저는 어르신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들에 따르면 몇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예전부터 탐관오리와 부유층들의 놀이터였습니다. 슬픈 역사이긴 하지만, 전라도 지역에 부임하면 넘치는 농업자원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남는 부를 통해서 어떻게 하면 더 맛있는 음식으로 잔치를 벌일지 고민할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요리를 할 수 있는 인력(?)이 양성되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에 먹고 노는 곳이었습니다. 전북 군산, 전남 목포 등을 통해서 식량자원을 수탈해 갔었습니다. 서울, 인천 등지에는 사업, 공무를 보기 위한 일본인들이 드나들었다면, 전라도 지역에는 식량을 강탈하고 고리업을 하는 좀 거칠게 노는 일본인(건달, 깡패, 양아치)들이 많이 드나들었습니다. 일본식 기생집인 유곽, 술집 등등 거친것들이 유흥을 즐기기 위한 식당들이 많았습니다. 그러한 곳들의 음식 장사가 경쟁이 붙다 보니 자연스럽게 요리의 퀄리티도 높아졌습니다. 이때 주방에서 일하는 이모님, 요리사들은 한정식, 백반집 등등을 차리고 지금까지 장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대를 이어서 하는 식당이 많습니다. 호남은 인구 유출이 심합니다. 공장이나 일자리가 있는 지역으로 떠나는 일이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대를 이어서 식당을 하게 되면 지역사회에서 일자리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또 손맛과 레시피가 고스란히 전수됩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둘째에게 물려준 '원조 국밥집'이 있고, 서울에서 돈 벌어 와서 부모님 레시피를 쓴 셋째의 '진짜 원조 국밥집'이 생깁니다. 둘이 왠수가 돼서 싸우지만, 경쟁이 있다 보니 맛의 퀄리티는 또 올라가게 됩니다.
소문이 빠릅니다. 인구가 적어져서 결국 남는 사람들은 몇 다리 건너면 다 알게 됩니다. 그래서 맛이 짜다, 달다, 불친절하다 같은 소문이 금방 퍼집니다. 물려받아서 운영하는 식당에 이런 소문이 돌면 치명적입니다. 사장님 입장에서는 작은 지역사회에서 나고 자랐는데, 쉽사리 식당을 정리하고 떠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음식맛, 양, 품질에 대해서는 사활을 걸고 유지하게 됩니다.
호남 중소도시들은 이동거리가 짧습니다. A 음식점이 맛없다고 소문나면, B 음식점에 쉽게 갈 수 있는 구조입니다. 어떨 때는 한 골목에 밀집되어 있어서 A 국밥집이 맛없다고 주변에서 귀띔하면 바로 옆 골목 B 음식점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특히 중소도시 택시기사님들은 사는 곳, 자란 곳, 일하는 곳이 같은 지역이라서 맛집에 대한 소문과 퀄리티에 빠삭합니다. 자연스럽게 외지 손님을 맛있는 곳으로 손쉽게 데려다 줍니다.
자라면서 어른들에게 전해 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지금은 고향을 떠나와서 살지만, 가끔 타향살이하는 고향 친구들을 만나면, 우리는 맛저주에 걸렸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어디를 가도 어릴 적 그 고향식당의 그 맛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순대국밥이 그러합니다. 결국 고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을 문득문득 그리워하며 살게 됩니다. 여하튼, 전라도 음식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맛에 깃든 역사도 함께 하신다면, 더욱더 즐거운 전라도 여행을 하실 수 있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맛있는 먹부림 여행을 하시기 바랍니다.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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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셀라비
07.01 · 61.♡.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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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박스엔
07.01 · 210.♡.46.70
오.. 수긍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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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30분
→ 박스엔 작성자
07.01 · 170.♡.144.120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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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ider_man
07.01 · 106.♡.130.201
예전 벌교인가 거기서 젓갈정식 먹는데. 젓갈 종류만 9갠가 나왔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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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AKO
07.01 · 14.♡.186.97
저는 개인적으로 "산지에서 먹는 제철 요리" 라는 부분이 큰 몫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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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30분
→ HAKO 작성자
07.01 · 170.♡.144.120
네, 맞습니다. 저는 산지와 제철 요리를 기본으로 했을 때, 어떻게 더 맛있어졌는가에 대해서 한 번 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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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발전문가
07.01 · 183.♡.107.230
근데 요즘 인터넷이라는게 생기면서 안좋아진 점도 있어요
원래 전라도 지방에서 하는 김치가 맛있는건 다 아는 사실인데
그걸 이용해서 "전라도 김치" "전라도식 김치" 라고 하면서 이상한걸 파는 업체들이 많아져서
짝퉁이 진품을 못믿게 만들고 있죠 - 1
12시30분
→ 개발전문가 작성자
07.01 · 170.♡.144.120
전국 어딜가나 하나쯤 있는 전주식당, 남도밥상이 가끔 그런경우가 있습니다.ㅎ 속는셈치고 들어갔다가 화가 나더라구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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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아시언
07.01 · 118.♡.73.9
1.2번 이유는 솔직히 그냥 갖다 붙인 소리 근거없는 낭설 수준이네요.
남도 요리가 유명한 가장 큰 이유는
큰 식당들 뿐 아니라 소위 말하는 아무 동네 그냥 백반집을 가더라도 충분히 신선한 재료에 뛰어난 맛을 보여주는 곳들이 많아서 입니다. 1.2에서 말씀하신 잔치형 요리들은 그 형태나 갈레 자체가 좀 다른 개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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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30분
→ 시아시언 작성자
07.01 · 170.♡.144.120
낭설은 아니고 동네 할머니들한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유곽 이야기는 지역학연구에서 나오는 내용입니다. 잔치형 또는 한정식 요리들을 여럿이서 하다 보니까 경험자들이 생겼고, 그 경험을 토대로 백반집, 국밥집, 안주집, 국수집 등등을 차리고 운영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제 글의 요지는 신선한 재료는 기본이고, 거기에 더해서, 전라도 음식이 왜 맛있어졌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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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목포에 아직 가보지 않았는데, 기회가 되면 그곳에서 식도락 여행을 해보고 싶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