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구조 23일차 근황.jpg
Royental

Lv.1 Royental (14.♡.71.190)

2026년 7월 6일 PM 04:11

조회 2,350 공감 0

둥지에서 떨어진 아기 참새.

조금이라도 날 수 있으면 어미 참새가 구조를 했을텐데..

주변만 맴돌면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살려봐야겠다 싶어 데려온지 23일이 되었습니다.

지금 짹짹이는 덩치에 비해 오만하고 건방지며 제멋대로인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나봅니다.

사료를 꼬나보는 모습

반항기에 접어들었음을 호소하고 싶은 한 장면이네요.

나약하고 힘없던 시절에는 손안에서 체온을 느끼며 잠드는걸 좋아하고, 배고플 때나 응가할 때 짹짹거리며 도움을 요청하던 가녀림은 어디론가 사라진지 오래.

통보없는 응가 투하는 기본이고, 배고플때 아주 잠깐 파드득 날개짓을 하기는 하지만..

언제부턴가 약간 성의없어진 느낌도 들고 그렇습니다. 슬슬 호통치는 느낌도 들고..

바닥에 응가해둔게 없나 해서 고개를 숙이고 집안을 걸어다니고 있노라면

뭐지? 왜 내집에서 노비처럼 쭈그리고 다니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습니다.

정작 겁이 많아 만져보지도 못하고 짹짹이가 날아다니면 비명을 지르면서도

감수성이 가장 발달한 와이프는 책부터 구입해서 감상에 젖기 시작합니다.

물론 먼 발치에서 관찰만 할 뿐.

유튜브에서나 이 책에서 깊은 교감을 하고 재주를 부리는 참새의 공통점은 어딘가가 불편하다는 것.

건강한 짹짹이는 더 이상 아기때처럼 엥기는 맛이 없습니다.

어쩌면 그게 더 좋은거겠죠.

그래도 여기까지 키워줬는데.. 섭섭한 마음도 드네요.

암튼 팔자가 좋습니다.

다른 애들은 열심히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아헤매는 시간에 짹짹이는 마우스 패드 위에서 졸기나 하고..

참새는 짹짹만 하는게 아니더군요.

뮤탈리스크 소리랑 황천의 무언가 같은 소리를 낼 때도 있는데..

뭔가 부스럭거릴 때 희한한 소리로 재잘대기도 합니다.

이 영상은 부스럭거리는 걸 뭐라뭐라 하는 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뭔가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에도 똑같은 반응을 합니다.

같이살다보니 별 소리를 다 들어보네요.

이제는 거울에도 관심을 보입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친구로 생각했는지 이렇게 거울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지가 힘이 좀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구출하기 위한 액션을 하기도 합니다.

이제는 독립적으로 자기 날개에 기대 잠들기도 하고..

독립성이 많이 강해졌습니다.

볼따구에 있던 노란것도 이제 거의 사라져서 성조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합니다.

돌려보내야 하나 어째야 하나 하는 고민은 여전한데,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넣어두는 캐리어가 너무 비좁을 것 같아 큰 집을 하나 장만해줬습니다.

그런데..

이 새장을 어마어마하게 싫어합니다.

호기심으로 이것 저것 들여다볼 줄 알았으나.. 공포에 질려 매미처럼 벽에 붙어있는 상태를 보니 난감하더군요.

하루 정도 적응시간을 주면 어떨까 싶어서 잘 때 새장에 넣어주었는데, 아침까지 벽에 붙어서 버팁니다.

아마도 이녀석이 제 방을 거대한 둥지로 인식해버린듯.

방에 비해 매우 작게 느껴지는 새장이 공포스러웠던 모양입니다.

필사적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해서 아침에 꺼내서 조금 달래주려던 찰나

어디론가 날아가서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집에서 좋아하는 위치들이 몇 군데 있는데, 어디를 둘러봐도 보이지 않더군요.

어디 가구 틈에 숨어버려서 다시는 나오지 않을까봐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잠시 후에 마음을 추스리고 어딘가에서 날아와서 어깨위에 앉더군요.

일단 큰 새장은 개점 휴업 및 폐기 절차를 밟게 되었습니다.

자유에 대한 갈망이 아닐까 생각도 해봤는데,

밖에서 친구들을 만나 잠시 어울리더라도.

그 무리에 운좋게 들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와이프 표현에 의하면 결국 품바 무리)

당장 자연속에서 하룻 밤 지낼 수 없는 무주택 설움을 극복할 수 있을지.

편하게 떠먹여주던 밥을 구하기 위해 해야 하는 노력에 적응할 수 있을지.

그리고 포식자로부터의 위험을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계획은 다음 주 쯤에 야외로 데려가서 참새 친구들을 만나게 해보고,

품바들을 따라갈지 다시 돌아올지 지켜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집에 있는 또 다른 짹짹이가 계획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사태가 발생해서..

그리고 마침 비가 많이 오는 시즌이라는 핑계를 덧붙여서 조금 더 미뤄볼까 합니다.

밀웜 한 그릇 더 주문해야겠네요.

밀웜이 첨에는 징그러웠는데 이제는 덤덤합니다. 먹으라고 하면 먹을 수 있을지도?

댓글 (32)

  • 순후추

    순후추 Lv.1

    07.06 · 223.♡.74.8

    짹짹이와 좋은 추억을 만듭시닷

  • 나와함께

    나와함께 Lv.1

    07.06 · 210.♡.186.13

    다음글에는 밀웜 시식기 올려주신다는거죠?

    참새글보다 더 기대가 되네요!

    물론 참새도 잘 보고 있습니다..

  • kita

    kita Lv.1

    07.06 · 110.♡.45.8

    질풍노도의 시기로군요.

  • 세상여행

    세상여행 Lv.1

    07.06 · 211.♡.202.175

    어린이집 보내셔야죠.

    애 한글은 뗀 후 독립시키세요...

  • 파랑퍼렁

    파랑퍼렁 Lv.1 → 세상여행

    07.06 · 223.♡.72.126

    그리고 어떤 사람들을 조심해야하는지 차는 신호랑 상관없이 조심하는 방법도 알려주시구요ㅎㅎㅎ

  • 하드리셋

    하드리셋 Lv.1

    07.06 · 223.♡.94.173

    글을 참 잘쓰시네요...더불어 참새도 예쁘구요 ㅎㅎㅎ

  • 봉짱911 Lv.1

    07.06 · 183.♡.224.156

    글을 참 재미나게 잘쓰시네요~

    다음편 기대하고있습니다

  • 페퍼로니피자

    페퍼로니피자 Lv.1

    07.06 · 165.♡.5.20

    밀웜 맛... 듣기론 새우깡? 비슷한 맛이라더군요
    후기를 기대해봅니다 ㅋㅋㅋ

  • 하드리셋

    하드리셋 Lv.1 → 페퍼로니피자

    07.06 · 223.♡.94.173

    혹시 드셔~보~신?????? ㅎㅎㅎㅎ

  • 페퍼로니피자

    페퍼로니피자 Lv.1 → 하드리셋

    07.06 · 165.♡.5.20

    들었다고요.. 저 아닙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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