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yental (14.♡.71.190)
2026년 7월 11일 AM 09:41
여전히 사방을 날아다니면서 싼 똥을 치우는게 매우 귀찮은 일이지만..
지독하고 완강한 저항으로 인해 새장은 철거하게 되었습니다.
그 저항의 대가로 꼬리깃털이 두 개 정도만 남았네요. 독립투사처럼 처절하고 완강하게 저항한 흔적입니다.
죽도록 저항하고 버티면 아무리 힘 없는 참새 따위라도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더군요.
짹짹이는 작고 하찮은 참새지만 하나의 혁명가로, 자유의지를 가진 개체로 뜻하는 바를 이루었습니다.

결국 새장은 철거..
짹짹이는 새장이 철거되는 장면을 횃대에 앉아 바라보며 자유의 노래를 불렀고,
저는 패전국의 병사처럼 쪼그리고 앉아 새장을 분해했습니다.
그리고 그(또는 그녀)의 자유의지를 리스펙 하는 의미로..
철거하는 동안 레미제라블의 BGM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틀어주었습니다.

짹짹이는 MZ 느낌으로 얼빡샷을 남기며 승리를 만끽합니다.
독립성과 길들여짐 그 어중간한 위치에서 공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입을 벌리면 주사기로 이유식을 넣어줬는데, 이제는 배고프면 혼자 주워 먹습니다.
요 며칠 새는 이유식도 별로 맛없어하는 것 같고, 펠렛이나 모이를 쪼아먹기도 합니다.
우연히 짹짹이가 밥먹는 싱크대에 물이 조금 떨어져있었는데 거기서 혼자 물장구를 치며 놀더군요.
알리에서 사다준 전용 수영장은 기겁을 하고 싫어하면서 뛰쳐 나오더니만..
초라하고 보잘것 없어도 자기 스스로 성취한 것만 취하는 개 꼰대 같은 스타일입니다.

실컷 물놀이를 마친 후의 모습은 귀엽지 않네요.
황천의 까마귀 같은 모습이 되어버립니다.
이토록 독립성이 강하고 제멋대로인 이기적이고 똥고집이면서도
제 근처를 맴돌면서 툭툭 치기도 하고 제 몸 어딘가에 붙어서 똥싸고 그럽니다.
뭔가 도구로 활용되는 느낌이 있지만, 황송하게도 쓰다듬는 걸 허락해주는 걸 보면 어느정도 의존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밀당을 잘하는 건지 을이 되는 느낌을 확실히 주긴 하는 것 같습니다.

참새가 생활에 들어오게 되면서 생기는 불편함들은 어느정도 익숙해져서 적응.. 아니 길들여진 것 같네요.
자연으로 돌아가는 시점은 아무래도 좀 뒤로 미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상태에서는 포식자의 맛있는 영양간식이 될 가능성이 높고, 스스로 나가고 싶은 의지를 보이지 않네요.
그냥 집안에서만 여포..
아마도 짝짓기 시즌이 되면 나가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집에서 잘 먹고 자라면 때깔은 좋아보일테니 외모 원툴로 짝을 만나서 어찌어찌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와이프는 시인 이상의 죽음을 떠올리며 마지막까지 애인에게 메론 심부름을 시키고, 그 애인은 메론을 사오느라 곁을 더 지켜주지 못해 아쉬워했다는 일화까지 끄집어냅니다.
얘가 어떤 성별인지는 아직 모르는 상태인데, 이쁘지만 무능한 남편으로 왜 확정했는지는 모르겠네요?
암튼 그런 것도 인간계를 포함한 일어날 수 있는 일 범위에 있는 것이 아닐까.
뭐 그딴 쓰잘데기 없는 생각들을 나누면서 참새와의 동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혼란스럽고 우리를 답답하게 만드는 현상들은
이 녀석을 돌봐주면서 편안하게 외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게시판을 가득 채운 무거운 게시물 속에서 참새만큼이나 작은 쉼표가 되기를 바라면서 글을 남겨봅니다.
잠시 쉬다 가시기를.
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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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순후추
09:44 · 220.♡.11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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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ilvercreek
09:46 · 121.♡.214.196
작은 쉼표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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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검은반도체
09:48 · 39.♡.178.226
와 ㅋㅋㅋ 이번 생은 천국이네요. 물놀이도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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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ar201
09:48 · 222.♡.92.129
전 지금 왼쪽어깨에 앵무새가 노는데 전 오른어깨충돌증후군이 있습니다. 똥 쌌는데 손 닿으려면 통증이 어마어마하네요 으으... 항상 왼쪽에서만 쌉니다. 새는 역시 싸가지가 없습니다. 방금 똥싼거 치우려고 오른쪽 어깨로 옮겼는데 여기다가 또 쌌군요.. 그나마 오른쪽은 치우기 쉬워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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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까망꼬망
→ gar201
10:28 · 61.♡.86.65
오른쪽 어깨충돌증후군때문이시면 왼쪽 어깨 닦을때도 왼손을 사용해보심이 ㅎㅎ
그나저나 저도 접영대쉬하다 회전근개로 2년째 고통중이네요..
한동안 수영 쉬니 좀 좋아졌는데 안할순 없어서 쉬엄쉬엄한게 고질병 된 느낌입니다..ㅠ.ㅜ..
그나마 팔도 못올려서 속옷 갈아입기 힘들때에 비하면 통증은 있어서 움직일순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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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ms
→ 까망꼬망
12:22 · 121.♡.223.18
회전근개염으로 지금 2년째인데 거의 다 나아갑니다. 1년 반 동안 한의원 병원이나 좋다는 스트레칭해도 그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아팠던 통증이 사라지질 않았습니다. 혹시 모르니 머리뒤로 손 깍지 끼고 누워서 폼롤러로 견갑 중심으로 아픈곳까지 위 아래로 왔다갔다해보세요. 엄청나게 아프겠지만..놀랍게도 그거 처음 딱 한번하고 난 이후부터 통증이 어마무시하게 줄어들었거든요. 지금 저는 90%는 다 나은 것 같고 올 겨울이면 완전히 낫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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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앙알앙알
09:55 · 14.♡.65.191
짹짹이 많이 컸네요^^ 귀여워요~~
- S
sltx
09:55 · 112.♡.237.91
와, 집 안에서 날아다니면서 똥 싸는 것을 어떻게 감당할지 상상이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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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인엄
09:58 · 1.♡.185.22
많이 컸네요~~ ㅎㅎ 잘지내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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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괴
09:59 · 211.♡.199.50
게시글 보고 따듯한 마음이 드는거 오랫만이에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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짹짹이 뽀뽀해줍시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