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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제주 큰지거리 오름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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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발랄한원자
작성일 2025.03.09 18:56
분류 산행후기
268 조회
5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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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연휴기간동안 제주도를 방문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체력이 올랐다고 자부하며 호기롭게 한라산 예약도 마쳤구요.

작년에는 윗세오름을 갔으니 올해는 백록담이다라고 외치며 제주도에 도착했지만,

제가 딱 도착하니 한라산이 바로 통제되어버렸습니다.

폭설에 강한 바람까지 연일 이어져 제가 머무는 동안 도무지 입산허가가 나질 않더군요.

꿩대신 닭이라고.

한라산을 대신할 제주도민들이 추천하는 곳을 검색하다 큰지거리오름이란 곳을 알게 됐습니다.

교래 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하여 곶자왈 숲을 관통하여 오르는 왕복 약 8km 거리였습니다.


교래자연휴양림에 도착하니 관리실 직원이 걱정하더군요.

간밤에 내린 눈으로 길이 보이질 않을텐데 앞에 아무도 간 사람이 없다구요.

길이 보이지 않으면 돌아오겠다고 말씀드리고 출발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고드름입니다.

고드름을 보며 산책로 입구로 향합니다.


가는 길 내내 저렇게 중간중간 길안내 이정표를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앞서간 길동무가 있네요.

일렬로 총총 걸어간 아이는 누구일까요?

노루일까? 토끼일까? 생각하며 저 길 위에 발자욱을 더해봅니다.


무거운 눈을 이겨내고 파란 잎을 내밀어 태양을 보고 있는 식물의 강건함에 칭찬을 보냅니다.


눈 쌓인 길을 돌아서니 갑자기 짠~하고 나타난 삼나무 숲.

저 순간 절로 감탄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일렬로 도열해 있는 날렵한 삼나무들의 모습. 

전혀 예상치 못한 광경에, 저 멋진 모습에 우와~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아주 멋지지는 않았어요.

이곳까지 오는 그 길이 저는 오히려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길을 가장 먼저 걸으며,

세찬 눈바람에도 파란 잎을 보여주는 나무들과 식물들에 감탄하면서

눈 속에 쌓인 숲의 봄, 여름, 가을 모습을 상상하면서

가끔 앞서간 동물 발자욱을 따라가는 그 시간들이 소소한 즐거움이었습니다.



출발할 때는 보이지 않았던 귀여운 눈사람을 입구에서 만납니다.

눈썹의 조그만 각도의 차이, 눈의 유무, 그리고 멋쟁이 나뭇잎 모자에 따라 세 눈사람의 표정이 모두 다르게 보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루틴화된 일상에서 이런 소소한 차이들을 너무 쉽게 놓치고 살아가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젠, 인생에 짠하고 나타나는 거대한 새로움, 신선함은 극히 드문 중년의 나이에, 반복되는 삶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차이에서 소소한 새로움을 찾는 자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한 큰지거리오름 산책이었습니다.

혹시나 겨울에 제주를 갔다가 한라산 등반이 불가능할 때, 이런 곳도 있습니다라는 가벼운 소개로 글을 남겨봅니다.


202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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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푸르른별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푸르른별
작성일 03.09 19:08
이번 여름에 제주가면 한라산 꼭 오르려고 합니다.

작년엔 같이간 다른 가족들이 있어서 못올랐지만요

발랄한원자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발랄한원자
작성일 03.10 10:24
@푸르른별님에게 답글 응원합니다. 날씨요정님이 도와 백록담을 보실 수 있길 바래요~

투명야옹님의 댓글

작성자 투명야옹
작성일 03.09 19:24
좋네요 글도 사진도
겨울 한라산 설경은 내륙인들에겐 운칠기삼이죠.
타이밍 맞추긴 힘들지만 어렵사리 그 기회를 잡게 되면 기다린만큼의 절경과 감동을 주더라구요.
다음에 다시 좋은 기회가 올 겁니다 ㅎ

발랄한원자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발랄한원자
작성일 03.10 10:30
@투명야옹님에게 답글 넵^^. 20년전 폭설로 멋졌던 진달래 대피소 풍경이 아른해 찾았는데… 올겨울 다시 도전해야겠어요~
부디 날씨요정님이 함께 하길 바래봅니다~

국수나냉면님의 댓글

작성자 국수나냉면
작성일 03.09 19:34
날씨덕에 신선한 경험 하셨네요. 제주는 담주 지나면 따사로울듯 합니다. 제주도는 영등 온다고 하죠. 지난 주는 비바람 주간이었습니다.

발랄한원자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발랄한원자
작성일 03.10 10:33
@국수나냉면님에게 답글 제주분이시군요~~~ 이번에 여러 오름을 다니면서 제주도 거주하면서 전체 오름을 올라보는 것도 괜찮겠다 했어요. 육지에도 얼른 영등 오는 날이 오길…

LV426님의 댓글

작성자 LV426
작성일 03.09 21:43
큰지거리 오름이란 곳도 있나? 처음 듣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교래자연휴양림하고 붙어 있는 걸로 봐서 몇 년 전에 다녀온 곳이군요.
왜 이름이 생소할까요?

발랄한원자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발랄한원자
작성일 03.10 10:34
@LV426님에게 답글 저도 저 이름이 입에 착착 붙지 않더라구요. 요즘은 지난달 다녀온 산 이름도 헷갈립니다^^

단샘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단샘
작성일 03.10 10:49
@발랄한원자님에게 답글 ㅎㅎ 동의합니다. 이 산이 저 산 같고, 그 산이 어느 산이었는지 헷갈립니다.
1

동탄아재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동탄아재
작성일 03.16 18:44
정말 멋지네요 저도 갈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

발랄한원자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no_profile 발랄한원자
작성일 03.16 20:28
@동탄아재님에게 답글 동탄아재님, 기회를 만들어내시길 응원합니다!
겨울 눈쌓인 풍경도 좋지만 이 숲 길은 봄, 여름, 가을도 멋질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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