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레스팅 하지 않았던 [존 오브 인터레스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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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부터 올해 최고의 영화라느니 하며
평론가들의 호평이 쏟아진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보고왔어요.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때 악명높았던 아우슈비츠 유대인 수용소를 관리감독했던 실존인물 루돌프 회스 중령 가족의 모습을 그린 작품인데,
유대인 학살을 그렸던 그동안 많은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는 특이했어요.
TV 프로그램 [인간극장]을 보는 듯한 어떤 가족의 일상을 덤덤하게 찍은 다큐 같았어요.
그 가족이 아우슈비츠 수용소 담벼락 옆 관사에 살고있다는 점만 빼면 너무나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그리고 있어요.
아침에 남편은 아내에게 키스하고 출근하고 아이들은 책가방 메고 학교가고 가족들을 보낸 엄마는 빨래도 하고 집정리도 하고 늦은 아침도 먹고 정원도 가꾸는 그냥 평범한 일상의 모습만 주욱 나와요.
자상한 아빠는 가족들을 근처 강으로 데려가서 피크닉과 수영을 즐기게 하고.
이런 평화롭고 아름다운 장면은 담벼락 너머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끔찍한 실태를 떠올리면 너무나 아이러니하고 대비되는 믿어지지 않는 모습인데, 그런 상상력을 동원한 대비를 통해 전쟁의 참상을 극대화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냥 평범하고 평온한 가족 일상이 느린 속도로 평이하게 나오기 때문에 솔직히 영화적 '재미'는 전혀 없는 지루한 영화였습니다.
다만 이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비명과 총성 등과 오프닝과 엔딩에 쓰인 비명과 흐느낌이 섞인 듯한 괴이한 음악이 너무 끔찍했네요.
제가 과문한 탓이겠지만 한 번만 보고서 이게 뭔 영화인지 그 장면이 뭘 의미하고 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더라구요.;;
담벼락 너머엔 끔찍한 학살이 벌어지고 있어도 이쪽 관사엔 평범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아이러니가 사실 제일 끔찍한 일이겠죠.
영화 보면서 이해가 안 되는 편집과 촬영장면이 서너군데 있었는데, 이동진님 유튜브라도 봐야지 해결될 거 같네요.ㅎㅎ
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80년이 지났어도 이렇게 나치의 잔혹함과 잘못을 끊임없이 고발하고 잊지않도록 일깨워주는 작품들이 계속 나오는 상황이 솔직히 더 부러웠습니다.
우리는 잊지말아야할 과거조차 이제 고마 넘어가자 분위기인데-_-
2024년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음향상 수상작품
(당연히 오펜하이머가 음향상 받을 줄 알았는데, 이 작품이 음향상 받은 거 보면 그 끔찍한 소리의 효과가 ㄷㄷㄷㄷ)
메박 돌비 Atmos관에서 봤고 오티도 받았지만, 오티 그림이 역시나 뭘 얘기하는지 모르겠는 ㄷㄷㄷ
neaka님의 댓글
과거에 가끔 접한 그의 영화글, 책팟캐스트들로
얼핏 제게 남겨진 인상은
애써 답을 찾는 사람, 참고서를 만들고싶은 사람
때로는 감상적인 선생님 같기도 하고
오리무중이었습니다
(영화건 평론이건 좋은 감독이나 작가는
명료한 하나의 진실만을 보여주진 않는것 같습니다 오히려 관객으로 하여금 끝없이 질문하게 하는.
저는 예전에는 허문영의 글을
얼마전부터는 송경원의 글을 좋아합니다)
ellago님의 댓글의 댓글
스포하기 싫어서 대략적이고 두루뭉술하게만 썼는데, 제가 궁금했던 부분은 스포가 돼서 일부러 안 썼어요.
그래서 딴 분들 후기나 개중 젤 유명한 평론가인 이동진님 설명으로 궁금증 해결하려고 했네요.^^;;
이동진님 글을 항상 보는건 아니고 딱히 선호하진 않아요.
허문영이나 송경원 님이 누군진 몰라요.ㅎㅎ
전 그냥 라이트한 영화팬이라;;
이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솔직히 독립영화나 매니악한 영화같이 느껴졌어요.
어둡고 끔찍한 역사에 관한 주제로 만들었는데 뭔가 작가주의적 실험적인 시도를 한듯한 설명을 듣지않으면 감독의 연출의도가 짐작이 안되는 불친절한 영화였거든요.
그냥 보기엔 영화 내내 들리는 울음소리와 비명같은 기괴한 소리가 소름끼쳤고 ㄷㄷㄷ 시체태우는 소각장 검은 연기가 오르는 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앞쪽의 사택 분위기와 소장 가족의 일상은 너무나 안락하고 평온하구나 하는 아이러니만 느꼈네요.
불편하고 어렵고 혼란스럽고 기괴하고 슬프고 뭐 그랬어요.ㅎㅎ
neaka님의 댓글의 댓글
태평성대를 누리는 소위 2찍들의 세계인식은
오늘 관객선물로 받은 영화포스터에 그려지는 화사한 담장안 모습과 같고
그들에게 흑암의 하늘은 보이지않는 거죠
감독은 홀로코스트의 서사에서 한발 더 나가고 싶지않았을까 상상해봅니다
익숙히 인용되는 악의평범성은 나치독일에만 한정되는건 아니니까요
ellago님의 댓글의 댓글
본문에 안 쓴게 후회되네요.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스크린에 옮긴 거 같은 영화였어요.ㅎㅎ
감독은 관객에게 본인이 숨겨둔 수수께끼를 잘 찾길 바랬을진 몰라도 제 알량한 영화적 지식으론 그 깊은 의도까진 파악하기 힘들더라구요.;;
로봇같이 그냥 말없이 일만 하던 유대인 가정부들 모습이 슬펐고 연기와 비명소리 등이 너무 끔찍했단 감상이 제겐 최선이었네요.ㅎㅎ
베니와준님의 댓글
좋다는 평들이 많아서 기대하고 있어요 ㅎ
얼렁 보고 후기 남길까 했는데 먼저 보신 분들이 많네요.. 후기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ellago님의 댓글의 댓글
주말에 잘 보시고 멋진 감상평 기대하겠습니다.
전 어려워서 도통 ㅎㅎ
편집이 왜 그런건지 저런 촬영을 왜 넣은건지 이해 안가는게 많아가지구요 스포 넣어서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
neaka님의 댓글
정말 감사히 읽었습니다
그냥 보면 온화하고 단란한 그들의 일상에
드러나는 사소한듯 스쳐가는 균열들은
가장이든 부인이든 큰아들이건 딸들, 작은아들, 음주하는 시터에게 맡겨진 아기의 울음, 인사없이 사라지는 할머니까지, 정원사와 가정부들에까지 촉수를 세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고있으나 그들은 평범하게 자족하고
영화는 내러티브로 말하지않았지만
음향으로 빈 화면으로 불길한 연기로 빛으로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헨젤과 그레텔 동화를 읽어주는 보이스오버에 음화로 그려지는 폴란드소녀의 장면은 새글로 따로 말씀드릴만 하고요)
이해가 안되신다는 장면과 편집 부분을
귀찮으시더라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그저 영화보고, 아이구 재밌구나 생각했던
저도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