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큐멘터리] 오늘도 호시탐탐 #4 - 밤과 별과 야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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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클라인의병 117.♡.226.185
작성일 2024.07.14 22:38
분류 생활문화
332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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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1주, 203, 내 이름은 김호시. 밤이 오면 더욱 빛이 난다옹>


책상 스탠드 하나만이 덩그러니 켜져 있는 밤이었어요. 잠깐 잠이 들었던 집사는 어디선가 누군가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어요. 소리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어스름한 불빛 아래 존재감을 '뿜뿜' 내뿜는 김호시가 어둠 속에 자리하고 있었죠. 집사와 눈이 딱 마주친 순간, 잠결이지만 머리맡에 있던 물병을 집어 들어 그 위에 카메라를 살짝 놓아봅니다. 물병을 삼각대 삼아 어두운 방 안을 떠돌아다니는 작고 옅은 빛들을 모아봅니다. 만화 드래곤볼의 손오공이 지구별에서 원기옥하는 심정이 이랬을까요.


장노출로 빛을 한껏 끌어모아 셔터를 누릅니다.


호오-시이_* >찰칵<


밤의 야옹이는 위험해요. 흔한 말로 집사들의 심장 건강에 치명적이에요. 끝을 모를 만큼 커진 눈동자는 별을 보는 기분을 집사에게 선사하거든요. 더군다나 카메라 앞에서 은은한 미소를 짓는 김호시의 표정에 집사는 옴짝달싹할 수 없어요.


<10+7주, 203, (좌) 별이 뜬다네 / (우)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야옹해야지>


김호시의 이름은 다들 알다시피 호시탐탐(虎視眈眈)이란 사자성어에서 따 온 것이지만, 일본어로 호시(ほし)는 별이라는 뜻도 갖고 있지요. 


아직은 브레이크가 뭔지 모르던 어린 시절. 우다다를 하거나 사냥놀이를 하고 나면 숨이 찬 야옹이들은 개구 호흡할 때가 있었어요. 당시에는 야옹이들이 개구 호흡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호들갑을 떨기도 했었는데, 열심히 뛰어놀다가 숨이 찰 때는 그럴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물론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개구 호흡한다거나 혓바닥 색이 평소와 달라지는 건 위험할 수 있으니 지속적인 관찰은 중요합니다.)


어쨌든 입을 살짝 벌린 채 호흡하는 호시 입에는 가끔씩 별이 뜨곤 했지요. 이름 때문인가 싶어 혼자만 좋아하던 집사입니다. 그런 까닭에 은연중에 별과 관계있는 사진이 많은 호시입니다. : )


호시의 얼굴에는 풍부한 표정이 있습니다. 집사가 카메라를 들고 있어도 낯설어하지 않고 카메라 너머의 '집사를 본다는 느낌'을 줍니다.


<10+13주, 203, 영화 인터스텔라 책장 장면처럼, '틈'과 '때' 사이 탐탐>


한편 탐탐이에게는 상대적으로 호시만큼 풍부한 표정은 없어요. 카메라를 든 집사를 낯설어하고 '카메라를 경계하는 느낌'을 받아요. 물론 풍부한 표정이 좋고, 반대의 경우 좋지 않다는 건 아니에요. 각각의 매력이 다르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지요. 김호시만큼 호(포)토제닉하지는 않지만, 고탐탐이는 실제로 보면 눈앞에 있는 존재를 얼어붙게 만드는 어마어마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호시에 비해 탐이의 매력은 사진으로 담아내기가 무척 힘들어요. 


잘 찍은 사진보다는 생각을 던져주는 사진이 좋아요. 당시의 기억과 느낌을 현재로 소환하는 것이 사진이란 미디어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까닭에 집사가 야옹이들을 사진으로 꾸준히 담아내는 것은 단순히 잘 찍은 사진 한 장, 한 장을 남기고자 함은 아니에요. 야옹이들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시간이 지나 다시금 그 순간을 떠올리는 과정은 여러 가지 형태의 정보로 존재하는 추상적인 고양이들을 집사와 함께 살아가는 야옹이들로 구체화하는 작업에 가까워요.


<10+63주, 203, 밤의 존재감, 고탐탐 씨>


집사 심장에 해롭기는 밤의 고탐탐 씨라고 뭐가 다를까요. 밤에 마주하는 야옹이는 역시나, 무척 위험해요. 

글을 쓰기 위해 사진을 고르는 이 밤. 사진을 사진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작은 '틈' 사이, 야옹이와 집사가 눈 마주칠 '때'의 두근거림을 떠올려요. 집사는 야옹이들의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야옹이들과 함께 사진을 합니다.


다모앙에 있는 모든 고양이와 집사님의 즐겁고 건강한 시절을 응원하며 다음 글에서 또 뵙겠습니다. : )




P.S

​- 팔불출 집사의 개인적인 의견과 인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까닭에 객관적인 사실은 아닐 수 있습니다.

- 여러 장이 이어진 이미지는 클릭하고 확대하면 조금 더 크고 선명한 이미지로 볼 수 있습니다.




[냥큐멘터리] 오늘도 호시탐탐 #목차


#1 - 우리 집에 고양이가 산다.

#2 - 고양이 연쇄수면사건

#3 - 호시 운동 교실


댓글 2 / 1 페이지

Simlady님의 댓글

작성자 Simlady (220.♡.172.6)
작성일 07.15 14:42
탐탐이 책사이에 빼꼼 사진 너무이뻐요~

클라인의병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클라인의병 (117.♡.226.185)
작성일 07.15 18:13
@Simlady님에게 답글 인터스텔라 영화가 떠올라서 담은 사진이에요. 이쁘다는 말 들었다고 탐탐이에게 전해주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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