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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글쓰기] 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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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어디가니 210.♡.254.193
작성일 2024.08.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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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는 한국어 능력 급수가 올라가자 한국어 고급 표현(?) 익히기에 열을 올렸다. 기회만 있으면 사자성어에 관용구 들을 늘어놓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 사람 패치까지 더해 '형님, 염치 불구하지만 밥 좀 사줘.' 따위의 말을 지껄이는 것이다. 그럴 때면 어디를 어떻게 고쳐주어야 할지 난감하다. 우선 어째 돈 낼 때만 내가 형님이냐에서 시작해서 염치는 '불구'하는 것이 아니라 '불고'하는 것이다를 거쳐, 형님이라면 '사줘'는 뭐냐? 알량한 자존심이냐? 등등의 말을 쏟아내게 된다. 그러면 알프레드는 눈은 가늘게 뜨며 천연덕스레 '나는 외국인, 외국인. 높임말 어렵다.'를 외치는 거다.

어제 아침이었다. 둘 다 출근이 늦어 학교 정문에서부터 뛰고 있었다. 그런데 알프레드가 "총각이 다퉈."란다. 정신 없는데 또 무슨 개수작인지. 초등학교 안에서 어디에 '총각'이 있을 것이며, 학교 보안관이 상주하는 이 시절에 걔네들이 왜 초등학교에 치고박고 있을까? 나를 앞지르기 시작한 알프레드를 향해 '총각이 어딨어?'라고 했다. 알프레드는 만면에 미소를 띄며 '총각, 총각 바쁘다'라고 소리치며 나보다 한 발 앞서더니 휑하니 교무실로 사라져 버렸다. 알프레드의 뒤를 쫓다 '아, 씨... 그건 촌각이고'를 소리낼 새도 없이 다리가 풀려버렸다. 주임 선생님에게 뭐라고 변명하지? 이 짓은 학창 시절에 졸업한 줄 알았는데....

댓글 3

마성의물방개님의 댓글

작성자 마성의물방개 (125.♡.111.103)
작성일 08.14 13:56
총각과 노총각의 경계는 어디일까?
예전에는 30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기준이 너무 오르고 제각각이라
노총각이라는 말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다.
총각이여! 유부남이 되어라!

적운창님의 댓글

작성자 적운창 (42.♡.63.161)
작성일 08.18 02:01
총각이라고 누가 부르면 겉으로는 무심한 척하지만 속으론 반가운 나이가 됐다.
조금만 더 있으면 아저씨라고 부르면 반가운 나이가 올 것 같다
마음은 20대 한창인데... 어느새 세월이 저만치 가서 날 당기고 있다.
그만 당겨! 쫌!!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08.19 10:20
교실 문을 열자, 알프레드는 푸근한 미소를 날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다림질을 잘 해야지. 나 잘 해.. 다림질."

'아니, 그건 다림질이 아니고 달음질이고..' 종이 울렸다.

벌써.. 십 여년도 전의 기억들이다.


잘 쓰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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