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글쓰기] 오늘의 한 단어 -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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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어디가니 210.♡.254.193
작성일 2024.08.2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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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천을 수용할 수 있다던 총회 자리는 이미 인파로 터질 듯 출렁이고 있었다. 조악한 음향 시스템은 자신의 존재감을 살려 잡음과 함께 정 회장의 입장을 알렸다. 함께 단상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場內 계신 株主 여러분, 곧 鄭** 會長님께서 立場하십니다."란 자막이 떴다.

대체 누구의 '알잘딱깔센'일까? 한자 병기도 아닌, 국한문 혼용체의 자막을 21세기 한국에서 보다니 말이다. 그런데 저건 뭐지? '입춘(立春)'의 과도 교정일까? '立 立' 앉은 자리에서 자꾸 서고 싶게 만드는 '立 立 立'의 첫 획이 충혈된 내 눈을 자꾸 찔러대기 시작했다. 주가 폭락의 이유와 대책에 대한 정 회장의 발언에 대한 관심은 내 의식의 저편으로 어느새 페이드 아웃되어 버렸다. 의식의 암전 뒤에 드러나는 것은 저 스크린으로 들입다 뛰어가 立을 入으로 고치고 싶은 욕망이었고 그 주체할 수 없는 욕망에 손이 떨리고 있었다.

댓글 1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08.20 10:11
고고하게 차려입고 정 회장의 한 마디 한 마디를 곱씹고 있는 이들 중,
눈에 밟히는 저 오기를 알아차리는 이는 없었다. 오직 불편한 것은 내 몫일 뿐이었고,
부실한 준비, 부실한 답변.. 무엇 하나 이 자리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있을까 싶은,
한 없이 무의미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잘 쓰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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