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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글쓰기] 오늘의 한 단어 -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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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어디가니 118.♡.162.79
작성일 2024.08.2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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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 예쁘네. 저 에메랄드빛 눈동자 좀 봐. 이걸로 할까?"


어제 몸이 예전만 못하다면 투정을 부리던 아내는 온데간데 없었다. 새로운 인형 앞에서 두 눈은 반짝이며 입술을 오무려 내밀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이 10대 소녀였다. 이런 얼굴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게다가 오늘 쇼핑의 목적이 새 '인형' 구매가 아닌가! 아내가 첫 가게에서 결정을 해준다면야 정말 "땡큐"니 말이다.


"여보, 이걸로 할까? 몸의 전체 선은 여리여기하고 곱지만 내구성이 꽤 높은데. 스펙만 보면 거의 목성 탐사 로봇 수준이야. 어때?"


나는 목소리에 내 간절함이 묻어나지 않기 진정 바라며 아내를 떠보았다. 아내는 내 말이나 목소리에는 이미 구매의 지평(?) 어딘가에 쑤셔박아 버리고 있는 듯했다. 시종일관 인형에 눈을 떼지 못하며 "좋아!" 대답했다. 나는 얼른 구매 부스 안에 섰다. 신체 정보 스캔이 끝나자 아내의 인형을 지정하고 구매 화면으로 넘어갔다. 가격은 예상했던 대로 꽤 높았다. 76년 9개월. 예전 인류의 평균 수명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하지만 아내가 이 인형으로 몸을 바꾸면 그 정도 시간 동안은 쓸 수 있을 테고, 교체 파트들도 표준 프로토콜을 우선 지원하고 있으니 ... 나쁘지 않았다. 뭐 아내의 마음이 언제 바뀌느냐가 더 문제일 테지만.


"결제를 진행하시겠습니까?"


부드럽게 구매를 권유하는 AI 목소리에 들려왔다. 내 취향에 맞게 튜닝된 목소리리라. 빨리 이 쇼핑을 끝내고 싶은 마음에 짧게 "네."라고 말했다. 결제는 즉시 진행되었고 나는 부스를 나와 아내를 불렀다.


"여보, 지금 바꿀 거 아니며 여기 와서 교체 일정을 잡아요."

댓글 1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06.♡.231.242)
작성일 08.23 11:49
"좋아, 그런데.. 당신도 조금 질리지 않아? 봐봐, 어깨도 너무 넓은 것 같고, 골격이 튼튼해서 좋긴 한데,
당신이 껴안아줄 때.. 조금 아파. 난 푸근하게 안기는 그런 거 느껴보고 싶어."
"음.. 나는 지금이 딱 좋은데.."

"아냐, 당신도 이번에 한 번 바꿔보자. 삶이 훨씬 흥미로워질꺼야. 그리고 항상 보던 시선이 아니라, 조금 더 낮게,
걸음걸이도 조금 늦추고, 생각하는 것 보다 더 재밌는 경험이 될 거라니까."
"하.. 좋아. 그럼 교체 일정을 한 번 맞춰보자."

아내의 제안이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나, 역시 주머니 사정이. 이미 긴축 제정인데 더 긴축을 해야 할 모양이다.
뭐, 그러면 어떠랴. 아내가 이렇게 즐거워하는데, 아내가 즐거우면 나도 즐거운 거지.
하아.. 오늘따라 주머니가 참 가볍다.

잘 쓰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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