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이야기 - 12. 선택과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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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habash 211.♡.120.164
작성일 2024.12.2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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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자는 해당 직무 전문 자격이 있습니까?…”


자원 봉사에 전문 자격이 필요한가? 머리를 갸웃거리며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다 자원 봉사 서약서 3항에 적혀 있던 문구가 떠올랐다.

‘해당 직무 교육을 성실히 수행하겠습니다.’

교육이 있다면 받겠다고 대답 했지만, 그게 무엇인지,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당시엔 알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계절이 두 번 바뀌는 동안, 그 ‘해당 교육‘ 이란 것이 시민 정원사 양성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정원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들의 질문에 더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상태로 다음 계절을 맞이할 순 없다, 뭔가를 해야 하는데 뭘 해야 하나?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메일함을 열었다.

방송대에서 온 편입학 모집 메일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문득, 머릿속을 스쳐간 두 단어.

‘해당 직무 전문 자격’과 ‘해당 교육’.

그렇게 나는 농학과 3학년 2학기에 편입학했다.

지정 교과목을 신청하고 매일 강의를 들으며 시험을 준비했다.

그리고 기말고사가 끝났다.

어느새 계절이 또 두 번 바뀌었다.


원격대학교육의 이해: 100

환경친화형농업: 92

식용작물학1: 93

원예작물학1: 87

생물통계학: 71

생활원예: 96


나는 영문학을 전공했다.

나에게 자연과학은 외계인과 조우한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정원 해설사 활동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그래서 목표는 단순했다.

과목별 61점을 넘기자.

생물통계학 점수를 확인했을 때는 어쩌면 내가 자연과학과 조금은 친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한 걸음씩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내딛다 보면 언제고 어딘가에 닿아있겠지.

밑도 없고, 끝도 없는, 알수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다음 학기도 도전해볼까?

댓글 1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12.♡.121.35)
작성일 어제 12:47
무엇을 위해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 지 의문이 쌓이게 되네요.
아마.. 차차 부연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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