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이야기 - 13. 나무야, 나무야, 겨울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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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12.2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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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국가정원의 겨울은 봄을 준비하는 나무들의 소리없는 부산함으로 소란스럽다.
1월 어느 날, 한 방문객이 근처에 서 있는 나무를 가리키며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실로 난감한 순간이었다.
“여기 와서 처음 보는 나무입니다. 잎이 나와야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
봄이 되었다.
오가는 길에 새싹이 돋았나 확인하는 것이 일과였다.
4월에도 한 방문객이 그 나무의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여전히 난감했다.
“처음 보는 나무라서요. 꽃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꽃이 피기만을 기다리며 나무 근처에서 서성이던 어느 날,
하얀 눈이 쌓인 듯 소복한 꽃이 나무에 내려앉았다.
이팝나무였다.
입하에 꽃이 핀다고하여 입하목이라고도 하고,
그 옛날, 보릿고개 시절, 하얀 꽃을 쌀밥처럼 여겼다는 나무였다.
내가 이팝나무를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꽃이 핀 모습만 즐겼었구나 중얼거리면서 돌아섰다.
그때, 때마침 지나가던 사람이 저 멀리 붉은 색이 피어나는 나무를 가리키며 물었다.
머릿속에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나무들의 목록이 주루룩 펼쳐졌지만,
머리를 갸웃 거리며 대답했다.
“저 꽃은 저도 처음 봅니다.”
그 사람은 내 대답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왠지 몰라서 묻는 것 같지가 않았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 돌아서는 순간,
그의 어깨 너머에서 소크라테스가 제자들과 나누던 대화와 웃음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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