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가지 이야기 - 6.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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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이렇게 갈라졌을까?”
철수는 마치 눈앞에 아무도 없는 듯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하지만, 명백히 그 앞에는 영희가 있었다.
“자기야, 잘 생각해 봐.”
싸늘하게 얼어붙은 표정이 영희의 얼굴에 서렸다. 철수는 잠시 고개를 들어 애꿎은 천장등을 보며 지나간 시간을 떠올려 보았다. 하지만, 그 보다 먼저 영희의 말이 튀어 나왔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잖아? 얼마나 내가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자기는 매번 이런식으로 행동하지?”
“그래, 자기가 이야기 한 거 알고 있어. 그런데, 나도 자기한테 이 부분만큼은 이해해 달라고 했던 거 기억해?”
철수가 지지않고 반론했다.
“알지, 알아. 잘 알지. 이해해준다고 했잖아. 그리고, 대신 내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기가 양보해 달라고 한 건 잊었어?”
“지난주에 말한 그건 내가 받아 들이기 어렵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매우… 어렵단 말이야. 나도 노력은 하는데… 저기…”
두 사람 사이의 균열은 영희쪽이 우세해 보였다. 철수는 영희의 말에 나름대로 반론을 내보려 했지만, 이 부분에서만큼은 제대로 의견을 내놓을 수 없었다.
“남자가 되가지고, 그 정도도 못해?”
“남자라고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리고, 남자가 꼭 모든 걸 다해야 된다는 법이 어디있어?”
“내가 언제 모든 걸 다해 달라고 그랬어?”
두 사람 사이의 말다툼은 슬슬 어린 아이들의 다툼처럼 유치한 수준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지금 요구한 사항이 꽤 많잖아? 거의 모든 거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 숨통을 너무 죄는거 아니야?”
철수가 치솟는 화를 가까스로 억누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늘상 그렇지만, 영희하고의 말싸움은 그에게 불리했다.
“탕수육, 부어 먹는게 그렇게 어려워?”
“어려운 건 아닌데, 이번에는 찍어 먹어도 좋다고 자기가 허락 했잖아.”
“그래, 허락했지! 대신 뽀뽀해 준다고 했잖아!”
영희가 버럭 화를 내며 철수를 몰아 세웠다.
“짜장면 먹고 바로 뽀뽀하면 입냄새 나서 못한다고 내가 그랬잖아! 그래서, 당신도 하지 않기로 허락한 거구!”
“왜 그걸 분리해서 생각해?”
영희가 기가 막히다는 듯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부어 먹고 뽀뽀 안하면 되잖아? 찍먹으로 먹는다고 하고 뽀뽀도 안하는 게 어디었어? 뽀뽀하는게 그렇게 싫으면 부먹으로 하라고!”
철수는 결국 두 손 두발을 들었다. 비위가 약한 그로서는 양자 택일중 전자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
“뭐… 나쁘지 않네.”
소스에 가득 절여진 탕수육을 입에 우겨 넣고, 철수는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분명 나쁜 맛은 아니었다. 그가 원하는 찍먹만큼 맛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행히 짜장면을 먹고 바로 뽀뽀를 하지 않은게 어디인가? 비위가 약한 그로서는 그것만큼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으리라.
p.s. 저는 철수처럼 찍먹입니다. 뽀뽀는 양치하고 가글 한 다음 한 시간 후에 하면 되고요...ㄱ- 철수, 어리석은 녀석... 끌끌끌...
레드엔젤님의 댓글의 댓글
벗님님의 댓글의 댓글
그 결과는.. 부먹이 30% 정도, 찍먹이 60% 정도 나오더군요. 저는.. 찍먹파이긴 합니다. ^^;
벗님님의 댓글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들의 아웅다웅을 지켜봐야 하는 지.. 하... 하늘이시여~'
재미있는 글 잘 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