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요
우리
호호호아범

Lv.1 호호호아범 (118.♡.91.1)

2026년 6월 20일 AM 11:58

조회 196 공감 0

세금 이야기가 나오면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나라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느냐고.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묻는 일도,
국가가 제 역할을 하는지 따지는 일도
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국제대회가 시작되면
말은 조금 달라진다.

우리 선수,
우리 대표팀,
우리나라.

경기를 뛴 것도,
훈련한 것도,
부상을 견딘 것도 그들인데

승리는 금세
우리의 것이 된다.

골이 들어가면
우리가 이겼다고 말하고,

메달을 따면
우리의 자랑이라고 말한다.

나는 그 장면이 가끔 신기하다.

책임을 이야기할 때는
각자의 몫을 따지면서도,

기쁨을 이야기할 때는
쉽게 하나가 되는 것.

그 생각은
아이들을 보면 조금 더 복잡해진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빨간 옷을 입히고
태극기를 쥐여준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외친다.

즐거운 추억이 될 수도 있고,
함께 기뻐하는 법을 배우는 일일 수도 있다.

다만 문득 궁금해진다.

아이들은 축구를 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 편을 응원하는 법을
먼저 배우고 있는 것일까.

세금 고지서 앞에서 멀어졌던 나라는
경기 시작과 함께 다시 가까워진다.

그 거리가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까.

우리는 언제부터 우리가 되는 것일까.

책임을 나눌 때일까.
기쁨을 나눌 때일까.

아니면
나누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일까.

댓글 (2)

  • 벗님

    벗님 Lv.1

    06.21 · 218.♡.133.250

    개인적으로는 스포츠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국가 대 국가의 스포츠 경기에 대해서는

    그냥 시간이 된다면,

    어쩌다 마음이 땡긴다면 그냥 심심풀이로 보는 정도이지,

    꼭 실기간으로 그 경기를 보면서 즐기고 하는.. 그런 정도는 아닙니다.

    국가대표 선수로 경기를 치른다고는 하지만,

    그 선수가 개인적으로 저와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니,

    '열심히 뛰고 있는 어떤 스포츠인'을 보는 거지,

    '우리나라'의 어떤 선수를 본다는 생각을 덜 합니다.

    이렇다 보니, 국가 대 국가의 경기에서 우리나라가 승리했다고 해도,

    '와.. 이겼구나' 정도이니, '우와..' 막.. 이렇지는 않습니다.

    저에게 '국가대표 스포츠'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는 것 같아요.

    K-컬처, K-팝.. 처럼 그런 분야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라는 느낌보다는,

    '와,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라는 느낌으로 받아드리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라는 건 어떤걸까.. 하고 잠시 생각해보면,

    역시 '함께 살아가는' 이라는 느낌이 진한 것 같습니다.

    넘어지지 않게,

    혹은, 넘어진 이가 있다면 따뜻한 손을 내밀어 일으켜세워주는,

    함께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갈 수 있는 '우리'.

    이런 게,

    저에게는 더 친밀하고, 더 마음 깊이 다가오는 것 같아요.

    좋은 글 보고 갑니다.

  • 호호호아범

    호호호아범 Lv.1 → 벗님 작성자

    06.21 · 118.♡.15.168

    제 글을 잘 읽어주시고, ‘우리’에 대한 따뜻한 생각을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최근 월드컵을 보며 주변에서 사람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떠올린 생각이었습니다.

    저 역시 ‘우리’라는 말은 가족이나 친구처럼 가장 작은 공동체에서 가장 깊은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함께한 시간과 기억이 있고, 서로의 어려움과 책임까지 나누는 관계이기 때문이겠지요.

    반대로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가장 큰 공동체인 국가로 갈수록, 그 의미는 옅어지는 듯합니다. 많은 사람이 ‘우리나라’가 아닌 곳에서 살아보거나, ‘우리’의 바깥에 있는 타인의 입장을 직접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경계 밖을 경험하지 못하면, 그 안의 ‘우리’가 무엇인지도 깊이 생각하기 어려울 테니까요.

    사람의 마음이 본능에 충실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고, 저 역시 어느 정도는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책임과 부담 앞에서는 ‘나’를 내세우다가, 성취와 영광 앞에서는 너무도 쉽게 ‘우리’를 꺼내 드는 모습을 볼 때면 씁쓸해집니다. 그런 모순을 스스로 돌아보지 않은 채 너무 자연스럽게 반복하는 모습을 마주할 때면, 사람에 대한 기대가 조금씩 흐려지는 기분도 듭니다.

    말씀해주신, 넘어진 사람에게 손을 내밀며 함께 천천히 걸어가는 ‘우리’라면 저 역시 훨씬 깊고 따뜻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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