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과학을 부정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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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글을 일일이 다 읽지는 못하는데, 요즘들어 종종 눈에 띄는 글이 있었습니다. 그분이 주장하는게 제 분야랑 연관이 있는건 아니지만.. 저도 한명의 과학자로서, 즉 엔지니어링 사이언스, 즉 공학기술을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연구하고 있는 엔지니어이자 과학자로서 받아들이기 도무지 불가능한 주장을 하시는 분이 한분 계시더라고요.
본인의 주장을 사실이라 주장하기 위해서 (1) 과학자들은 윤리적인 사람들이 아니다, (2) 윤리적인척 해도 결국은 돈 따라 간다고 주장하면서.. 축적된 과학적 지식을 폄훼하고 본인 주장이 옳다고 하시는 분이 계신데..
저도 잘 모르는 분야라 그분 글 읽다보면 묘하게 설득되는 면도 없잖아 있지만, 결국은 주류과학이 이룩해 놓은 과학적 발견은 다 거짓말이고 돈 많은 기업들의 후원으로 나온 결과들이라서 편향되어 있다, 결국은 본인 말이 옳고 과학적 지식은 거짓이다 라는 주장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분이 무슨 말을 하든, 아무리 맞는 얘기를 하더라도 더이상은 신뢰가 안가는 편견이 생겨버리기도 했고요..
현대과학은 경험적 근거를 기반으로 발달한 학술체계입니다. 그 말은 현대과학을 부정하는 방법은 아주 쉽다는 얘기입니다. 현대과학이 의존하는 경험적 근거에 반대되는 예를 충분히 찾아서 제시하면 끝납니다. 현대과학은 충분한 반례가 발견되는 즉시 그 이론을 폐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 아주 유연한 학문이거든요.
그리고 과학자로서 펀딩이 중요한건 사실입니다. 저도 박사과정 학생 고용해서 월급도 주고 등록금도 주고 연구하려면 돈이 필요하니까요. 그런데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크게 기대는 펀딩 소스는 국가과제입니다. 저는 미국에서 연구를 하고 있으니 National Science Foundation (NSF, 미국 과학재단), Department of Energy (DOE, 미국 에너지부), Department of Defense (DOD, 미국 국방부) 등에서 펀딩을 받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많은 과학자들이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미국 국립 보건원) 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기관을 통해 펀딩을 받고, 그들이 하는 연구는 국익과 인류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을 지니고 있지, 특정 회사의 이익을 대표하지 않습니다.
물론 많은 과학자들이 기업의 펀딩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업의 펀딩을 받는다고 그 기업의 이익을 대표하는 과학자는 과학자로서 직업윤리가 없는 사람이고, 결국 그게 그 사람의 커리어를 발목잡는 결과로 많이 이어지게 됩니다. 적어도 정상적인 과학자라면 기업의 펀딩을 받더라도 결과를 왜곡한다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그럴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많은 연구자들은 중립적이고 근거를 기반으로 한 연구를 하기 위해서, 그리고 또 본인도 모르게 들어가는 편견이 과학적인 연구를 왜곡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한명의 과학자로서 그분의 과학자에 대한 도가 넘는 폄훼는 굉장히 불쾌하게 느껴집니다.
현대과학은 단순히 과학자들의 윤리성을 공격한다고 해서 쉽게 부정되는 학술체계가 아닙니다. 그만큼 오랜 기간동안 peer review 를 포함한 검증시스템이 잘 발달해 왔고, 결과를 왜곡하거나 조작한 논문들이 적발되면 과학자로서의 커리어는 끝나는 수준으로 가혹하게 매장됩니다. 수의학 쪽에도 우리가 잘 아는 세계적으로 큰 사건도 있었죠.
아무튼 요즘 종종 보이는 그분의 글을 보다가 갑자기 분노게이지가 상승해서.. 두서없는 글을 썼네요.. 저는 Computational science 쪽을 하다보니 디버깅 하며 밤새는 경우가 많은데, 딱 오늘이 그 상황입니다.. 결과 기다리며 다모앙 하다가.. 뭣때문인지 수퍼컴퓨터 CPU-Hour 쳐묵쳐묵 하며 1시간 넘게 잘 돌던 코드가 뻗어버려서 ㅠㅠ 새벽 1시가 넘었으니 이만 퇴근하고 집에나 가야겠습니다 ㅠㅠ
이니즈님의 댓글의 댓글
여기까지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봅니다만, 굳이 사족으로 다른 회원분과 기싸움을 하시는군요.
웃기는 것은 댓글로 남겨진 내용은 고지방 식단이 좋지 않은 것에 대한 쥐 실험 결과였습니다. 이 역시 연구 결과인데 본문의 내용과 댓글 내용은 사실 대척점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양 극단에 위치한 실험으로 보여졌습니다. 본문에서는 15% 수준까지의 포화지방 섭취 증가시 사망 위험률 감소 경향, 댓글은 50% 이상 고지방 식단에 대한 쥐 실험 부정적 결과.
그렇다면 적정 수준의 포화지방을 섭취하되, 너무 고지방은 오히려 좋지 않다는 합리적 결과가 예상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댓글의 내용에 대한 검토와 의견 교환은 보이지 않고, 바로 당신 월급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겠다 식의 비아냥이 시작되니 평행선을 달릴 뿐이지요.
제 의견을 정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현대 과학을 부정하시는 것은 아닌 것 같더군요. 그냥 내가 잘 아는 내용 가지고 찍어 누르고 싶다는 욕망으로 상대의 의견에 논리가 아닌 감정으로 먼저 반응하시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우주난민님의 댓글
Java님의 댓글
본인이 살고 있는 세상과 그 기반을 부정하는 것인데요.
일단 인터넷을 어떻게 쓰고 계신지부터 물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 분(저는 본 적이 없는) 말이 맞다면?
그 분은 인터넷을 이용하면 안 됩니다. ㅋㅋ
Bcoder™님의 댓글
블링블링종현님의 댓글
제 친구 어머님께서 이런 믿음에 굉장히 빠져 계시는데, '탄산' 마시면 암 걸린다부터 시작해서 별 희한한 소리를 다 하십니다.....주스는 과일이라 괜찮다.....어머님.....주스야말로 당 덩어리이고 혈당 스파이크 하이패스에 과일하고 또 달라요.....ㅠㅠ
에스까르고님의 댓글
얼른 푹 쉬시고... 미국쪽도 코로나 상황이 좋지는 않을 것 같은데 조심하십시오.
선율님의 댓글
연구가나 과학자 분들 항상 존경합니다. 종사하는 분야에서 좋은 결과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일렁이는그림자님의 댓글
최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오늘도 290만명의 환자들에게 이상지질혈증약을
처방·조제하고 있는 의사·약사선생님들과
그걸 이상없이 복용하며 잘 살고 있는 환자들은 다 뭐가 됩니까.
낄끼루님의 댓글
곽공님의 댓글의 댓글
인공위성도 전부 가짜 라고 하는 사람들 하고 논쟁하는거 보면 말이 안나옵니다...
고약상자님의 댓글
다른 분야에 계신 분은 잘 모르실 수 있지만, 이쪽 분야에서는 저희 팀이 글로벌 리딩 그룹이고, 전세계에서 카와사키병 관련해서 연구하시는 분 중에 제 이름 모르시는 분은 아마 없으실 겁니다. 얼굴은 몰라도 제 이름 들어간 논문은 여러편 읽으셨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뭐 노벨상을 받을 만한 사람은 아니어서, '니가 뭘 안다고 그러냐?'라고 하시면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동네 아저씨처럼 삽니다.
제가 제일 싫었던 것은 그런 비과학을 들고 와서 사람들을 옳지 않은 방향으로 이끌어 갈 때, 그걸 못 본 척 하는 것이었습니다. 과학으로 평생을 살아왔던 제 입장에서 이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쪽 학설이 옳으냐 수준의 수준 높은 논쟁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경험적으로, 관찰된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것을 사실이라고 우기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적어도 이런 것은 안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주에 외계 생명체가 있냐 없냐, 있다면 탄소 베이스냐 황 베이스냐 이런 걸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다모앙님들께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이해하기 쉽다고 해서 그게 반드시 사실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검정색 커피를 마시면 피부가 검정색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어쩌면 과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과학적 지식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게 어렵다고 해서 이해하기 쉬운 미신을 쫒는 것은 절대 올바른 선택이 아닙니다. 부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그래야 세상이 더욱 건강해 질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달랑님의 댓글
- 돋보이고 싶어 웃기지도 않는 논문을 내는 생명체도 있죠.
현실에서 대면한다면 “그 나이에 중2병이라니!“라면서 안아라도 줄텐데, 언라인에서는 설득이 불가능하다는게 제 결론입니다.
드레님의 댓글
그렇다고 유사과학에 혹해 지난 1세기 동안 쌓아온 과학을 부정하다니....
이니즈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