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큐멘터리] 오늘도 호시탐탐 #7 - 달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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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티시 폴드(아빠)와 페르시안 친칠라(엄마) 사이에 태어나 아빠를 쏙 빼닮은 김호시는 실버 태비 코트를 입고 있어요. 상대적으로 긴 팔다리와 파란색이 살짝 섞인 노란색 그라데이션의 눈, 이마에 한 땀 한 땀 수놓은 듯한 스티치 무늬가 인상적이죠. 집사에게 거리감을 느끼지 않아요. 또한 언제, 어디서나, 어떤 자세로든 잘 수 있는 자유로운 영혼과 몸짓을 가진 야옹이입니다.
우리 집에서 김호시는 '엉뚱. 익살. 발랄함'의 아이콘을 담당하고 있어요. 늘 예상하지 못하는 곳에서 불쑥 튀어나오고, 때때로 집사의 과한 스킨십에도 의연하게 대처할 줄 알며, '가끔'보다 훨씬 더 '빈번'하게 자다가 집사 발에 차여도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길 줄 아는 야옹이예요.
스코티시 폴드(아빠)와 페르시안 친칠라(엄마) 사이에 태어나 엄마를 쏙 빼닮은 고탐탐이는 화이트+베이지+그레이가 섞인 삼색 코트를 입고 있어요. 까칠한 성격과는 완전 정반대로 ‘털털’한 몸과 녹색이 조금 섞인 노란색 그라데이션의 눈, 귀 사이에 난 뿔 모양의 털이 인상적이에요. 더불어 집사와 항상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미모 관리에 엄청 공을 들이는 계획적이고 규칙적인 삶을 추구하는 야옹이입니다.
우리 집에서 고탐탐이는 '엄격. 근엄. 진지'의 아이콘을 담당하고 있어요. 밥때에 매우 민감해 정해진 시간에 집사가 밥을 주지 않으면 빽빽이를 시전하죠. 또한 집사의 과한 스킨십 후에는 반드시 그루밍을 하고 언제나 같은 표정과 레이저 눈빛으로 공평무사하게 집사를 대하는 야옹이예요.
시간을 두고 찬찬히 김호시를 관찰하다 보면 호시 주위에는 늘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을 상황이더라도 호시와 함께 있으면 흥미로운 사건이 시작되죠. 그래서 호시를 담은 많은 사진에는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카메라를 낯설어하지 않는 호(포)토제닉한 모델인 호시는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라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처럼 언제나 다른 사물이나 상황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다채로운 김호시를 보여주죠.
고탐탐이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역시나 "내가 고탐탐이다!"랄까요? "있는 건 있고 없는 건 없다."라는 파르메니데스의 말처럼 탐이는 탐이고, 탐이가 아닌 건 탐이가 아니죠. 존재 그 자체. 탐이의 사진에는 탐이만 있어요. 자신을 제외한 모든 걸 희미하게 만들며, 홀로 반짝이는 존재이죠.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호시와 탐탐. 이처럼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는 두 야옹이는 집사의 그저 그런 취미생활에 동참하며 저의 소소한 즐거움이 되어주고 있어요. : )
김호시는 남다른 골반을 자랑하는 야옹이에요. 호시가 어디 앉을 때는 늘 여유로움이 느껴져요. 쩍벌당당한 골반과 대왕 너구리 꼬리는 호시의 시그니처 포즈를 완성하죠. 호시를 상징하는 또 다른 자세는 뒷다리 중 하나를 들고 있는 자세입니다. 호시는 앉아서 뭔가를 생각할 때도 뒷다리 하나를 들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 탐이가 앉는 자세를 보면 집사는 팔불출이라지만… 기품이 넘쳐 흘러요. 항상 꼿꼿한 자세로 앉아 집사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눈빛을 보내죠. 네 발을 적절하게 이용해 흐트러짐 없이 균형을 유지하면 탐이의 시그니처 포즈가 완성돼요.
각기 다른 두 야옹이가 갖는 개별적 특성은 표정이나 자세, 움직임에 고스란히 녹아 있어요. 그런 까닭에 세부 요소들을 관찰하는 것은 좋은 집사가 되기 위한 조건인 동시에 큰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대략 아는 고양이에 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재정립하는 과정이랄까요?
"가끔씩 오늘 같은 날 외로움이 널 부를 때 내 마음속에 조용히 찾아와줘."
- 장필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中
<관계성>, <헤라클레이토스>라는 키워드에 하나 더 추가할 것은 <달>입니다. 탐이와 비교하면 호시는 '달' 같은 매력을 가진 야옹이예요. 조금씩 변화하며 일정한 주기를 갖고,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때문이에요. 집사가 호시에게 카메라를 들 때면 호시는 마치 다 안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요. 물론 집사가 느끼는 이 감정이 매우 주관적임을 알지만, 호시의 얼굴과 몸의 근육들이 만드는 표정과 자세는 어느 날은 눈썹달이었다가 다른 날은 반달이었다가, 또 다른 날에는 보름달 같은 매력을 자아내죠.
호시의 귀여운 표정이 담긴 위 사진을 보고 장필순이 부른 노래 가사를 떠올린 이날. 집사는 결심했어요. "오늘 같은 날 (너의) 귀여움이 (집사) 날 부를 때 조용히 간식을 대령하겠노라고..." : )
<존재>, <파르메니데스>라는 키워드에 하나 더 덧붙일 것은 <해>입니다. 호시와 비교해서 탐이는 '해' 같은 매력을 가진 야옹이에요. 늘 거기에서 변함없는 존재감을 뿜어내거든요. 태양계의 중심이 태양인 것처럼 탐탐이는 이 집의 중심이에요. 모든 것은 탐탐이를 중심으로 존재하고 돌아가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 집을 <탐탐계(系)>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어요. 집사가 느끼는 탐이의 매력은 태양이에요.
위 사진은 제가 무척 좋아하는 탐이 사진입니다. 집사의 개인적인 취향인 사진의 질감을 떠나 집사가 생각하는 탐이의 고유한 표정과 다른 야옹이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등 곡선의 각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에요. : )
호시와 탐탐.
두 야옹이와 함께 한 시간이 벌써 일곱 해를 훌쩍 넘어갑니다. 작은 변화들도 감지되고 있죠. 각각의 특성은 고스란히 유지한 채 두 야옹이는 서로를 닮아가고 있어요. 닮음을 안다는 건 다름의 가치를 더 풍부하게 만들죠. 두 야옹이는 서로가 있어서 각각이 더 빛납니다. 덕분에 집사도 다른 듯 닮은 매력을 가진 두 야옹이의 사연과 처지를 관찰하고 또 기록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 )
다모앙에 있는 모든 고양이와 집사님의 즐겁고 건강한 시절을 응원하며 다음 글에서 또 뵙겠습니다. : )
P.S
- 팔불출 집사의 개인적인 의견과 인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까닭에 객관적인 사실은 아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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