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큐멘터리] 오늘도 호시탐탐 #6 - 호시와 탐탐, 그리고 관계

<10+50주, 203, 언제까지 꼬리춤을 추게 할 거야?>

멋진 너구리 꼬리를 가진 야옹이 김호시는 중요 야옹 문화재 제7호 꼬리춤 예능보유묘(猫)에요. 꼬리만 보면 이게 야옹인지 너구린지 알기가 힘들 정도랍니다. 어찌나 꼬리를 잘 놀리는지 넋 놓고 보다 보면, 어느새 집사의 혼을 쏙 빼놓아 버리죠.

중요 야옹 문화재 꼬리춤 예능보유묘(猫)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했어요. 아깽이 시절을 지나 캣초딩으로 접어들 무렵부터 호시는 자는 시간마저 쪼개가며 꼬리춤 연습에 힘을 쏟았고, 특히 균형감각을 키우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어요.

<10+30주, 203, 연습자세 복기하기(with 고탐탐)>

사진을 살펴보는 집사는 아랑곳하지 않는 호시와 탐탐. 두 야옹이는 책상 위로 올라와 집사의 손이 있을 자리를 차지합니다. 정말로 뭘 보기는 보는 건지 집사를 곤란하게 만드는 상황이지만, 동시에 집사의 곤란함은 또 다른 의미로 즐거운 일입니다. 사진 속 야옹이들을 보고 당시에 카메라를 들었던 저의 감정과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 보면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니까요.

사진 프레임 안에 야옹이들이 있고, 프레임 밖에는 집사가 있어요. 사진을 볼 때, 사진 프레임 안과 밖을 항상 함께 봅니다. ‘장면’은 프레임 안과 밖이 함께 모여서 만들어지니까요.

서두에서 꺼낸 꼬리춤 이야기는 사실 '호시'와 '탐탐'이의 관계를 다루기 위함입니다. 한날한시에 태어났고, 집사와 묘연을 맺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사이예요. 자매이자, 밥 친구, 놀이 친구, 더 나아가 베스트 프렌드이자 소울메이트라고 불러도 무리가 아니에요.

많은 집사님이 고민하는 '합사’의 문제도 '호시탐탐'의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아서 집사 처지에서는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덕분에 '합사'에 쏟아야 할 시간과 에너지를 온존해 '야옹이들과 함께하는 삶'에 더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처음 생각했던 대로 '탐탐'이만 집사와 묘연을 맺었더라면, 아마도 많은 고민과 현실적인 시행착오의 시간이 있었을 테죠.

<10+6, 203, 집사야. 밥 차리러 간다더니 왜 소식이 없니?>

물론 반대의 경우가 가치가 낮다거나 나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결국 '선택'의 문제란 하나의 세계를 여는 동시에, 또 하나의 세계를 닫는 것이고 지금껏 살면서 느끼는 부분이지만 세상에는 전부 다 좋기만 하고, 전부 다 나쁘기만 한 것은 없으니까요.

태어나면서부터 맺어진 관계(자매 관계) 덕분인지 서로의 영역 다툼 같은 개념은 확실히 희박한 느낌입니다. 옆에 딱 붙어 있는 것이 특별하게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다만 24시간 붙어 지내는 건 아니고 시간이 지날수록 선호하는 장소 같은 취향 차이가 생기다 보니, 나이가 들수록 '각자'와 '함께' 사이의 시간이 적절하게 균형을 잡아가는 모습입니다.

<(좌) 10+25주, 203, 그루밍하다 지쳐 / (우) 10+27주, 203, 간식주냥?>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탐탐'이는 '호시’를 향한 집착이 조금 있어요. 늘 호시를 먼저 찾아가는 편이고, 또 호시가 하는 일은 자기도 꼭 해야 직성이 풀려요. 재미있는 것은 '탐탐'이는 집사를 향한 집착은 없는 편이죠. 밥때를 제외하면 집사와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으려는 성향이라면, 호시는 집사를 향한 애착이 있는 편이라 집사와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까운 편이에요.

<10+29주, 203, 다정하게 창밖 구경>

가끔 사진으로 야옹이들의 묘생을 살펴봅니다. 생각과는 다르게 둘이 같이 있는 장면은 각각 혼자 있는 장면보다 많이 없어요. 더 어린 시절로 갈수록 호시와 탐탐, 둘 사이가 묘하게 가까워 보이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초창기 사진을 보면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는 F 집사입니다. (대장님은 대문자 T)

<10+34주, 203, (좌) 야옹이들? 집사 외출할거라 창문 닫아야 하는데... / (우) 어쩌라고?>

집사가 늘 이야기하는 '야옹이들과 함께하는 삶'은 여러 형태의 정보로 존재하는 추상적인 '고양이’가 묘연으로 맺은 공동의 삶 속에 존재하는 구체적인 '야옹이’로 전이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개별적 상징입니다. 고양이 관련 서적이나 인터넷이 보여주는 정보, 또 다른 고양이와 집사님의 경험이 저와 야옹이들의 상황에서는 똑같이 적용되지 않는 까닭에 추상과 구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우리 삶에서 김호시의 꼬리만큼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좌) 10+208주, 302, 집사를 위한 소파는 없다. / (우) 10+245주, 302, 집사를 위한 침대는 없다.>

한때는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면 야옹이들이 버선발로 뛰쳐나와 집사를 맞이하는 장면을 꿈꾼 적이 있었어요. 7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은 거실 소파 위에서 자고 있거나, 거실로 나와보기는커녕 안방의 침대를 차지하고 있는 야옹이들만이 현실 속에 자리하고 있죠. 꿈은 사라지고…

<10+38주, 203, 집사야. 우리는 잘 지내니까 걱정하지 말라옹>

이전 글에도 언급했듯이 '야옹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시작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정서적인 온전함'이었어요.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집사의 다짐이 잘 지켜지고 있는데, 역시나 일등 공신은 호시와 탐탐 두 야옹이죠.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 )

<10+38주, 203, 하지만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옹…>

고탐탐: "호시 니가 내 마음을 몰라주면 그땐 내가 깡패가 되는 거야."

김호시: "아...안돼!"

<(좌)10+2주 / (우)10+126주, 203, 털이 있으나 없을 때도 호시탐탐은 사랑입니다. >

집사가 짐작하는 호시와 탐탐이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인간 사회에서 통용되는 관습과 경험을 반영한 결과일 테죠. 그런 까닭에 100% 그 관계를 헤아리기란 불가능하겠지만, 야옹이들이 정서적이고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응원하며 오늘도 집사는 야옹이들의 관계를 지속해서 관찰하고 있어요.  

다모앙에 있는 모든 고양이와 집사님의 즐겁고 건강한 시절을 응원하며 다음 글에서 또 뵙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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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팔불출 집사의 개인적인 의견과 인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까닭에 객관적인 사실은 아닐 수 있습니다.

- 일부 사진에는 픽션이 가미돼 있습니다.

- 여러 장이 이어진 이미지는 클릭하고 확대하면 조금 더 크고 선명한 이미지로 볼 수 있습니다.

[냥큐멘터리] 오늘도 호시탐탐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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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우리 집에 고양이가 산다.

#2 - 고양이 연쇄수면사건

#3 - 호시 운동 교실

#4 - 밤과 별과 야옹이

#5 - 창가의 김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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