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냥큐멘터리] 오늘도 호시탐탐 #29 - 뜻밖의 장면
클라인의병

Lv.1 클라인의병 (117.♡.226.185)

2025년 4월 27일 PM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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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0주, 302, 흐릿해도 흥미롭게 일어나는 김호시>


태양 에너지를 머금기 시작하는 오전의 안방이에요. 늘어져 자는 호시의 깜장 뒷발허리를 흐린 전경(前景) 삼아 멀리 보이는 호시 얼굴에 초점을 맞췄어요. 삼킨 들숨을 참아요. 아주 잠깐 침묵의 시간이 흘러요. 숨죽인 채 셔터를 누르던 참에 누워 있던 김호시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어요. 순간 카메라와 렌즈로 만들어 놓은 광학 세계가 살짝 어그러지고, 뜻밖에 흐릿한 장면 하나와 만났어요.


<10+2주, 203, 호기심 대마왕 김호시의 돌진>


“흐릿해도 흥미롭게 일어나는 김호시”는 집사의 오래전 기억 속에 있던 장면 하나를 소환했어요.


야옹이들과 만난 지 2주째 되는 어느 날이었어요. 야옹이들도, 집사도 모든 것이 조심스럽던 시절이었죠. 똑딱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참이었어요. 호기심 대마왕인 김호시는 집사 손에 쥐여 있는 카메라로 돌진했어요. 초점이 맞는 건 한쪽 앞발뿐, 호시의 코와 입술을 포함한 뽕-주디가 흐리지만, 강렬한 장면으로 남았어요.

<10+54주, 203, (좌) 초점은 김호시 / (우) 초점은 고탐탐>


카메라와 렌즈가 만드는 세계에서 ‘초점’은 아주 중요해요. 촬영자의 의도를 분명하게 보여주거든요. 무엇을 ‘주’로 하고 무엇을 ‘부’로 할지 정하는 거죠. 보통은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 순식간이에요. 그런데 야옹이 사진을 찍을 때는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가 종종 있어요. 호시와 탐탐이가 한 프레임에 있지만 서로 다른 층위에 있을 때예요. 이러한 구도에서는 최소 2번의 셔터를 눌러요. 왼쪽은 호시에 초점이 맞은 사진이고, 오른쪽은 탐탐이에 초점이 맞았어요. 그러고는 나란히 배열하죠.


집사이기 이전에, 카메라를 잡은 사람으로서 처음에는 야옹이들과 늘 의도한 지점에서 만나고 싶었어요.


<10+60주, 203, 잠의 세계에서>


카메라를 들었을 때 한가지 원칙이 있어요. 특수하게 의도한 상황이 아니라면,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는 절대 움직이지 않겠다는 점이에요. 물론 야옹이는 움직여도 괜찮아요. 설정된 셔터 속도보다 야옹이들이 더 빨리 움직이면 사진에는 ‘흔들림’으로 나타나죠. 그러나 카메라가 떨렸을 때의 ‘흔들림’과는 분명 달라요.


세월이 흐르면서 알게 됐어요. 야옹이들 사진에는 의도한 지점 너머의 세계가 있다는걸요.


곤히 자는 김호시를 그냥 지나치지 않아요. 몇 초에서 몇 분, 카메라 셔터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김호시를 봅니다. 아무 변화가 없을 때가 대부분이지만, 가끔 움직임이 더해질 때가 있어요. 그래봐야 기지개나 하품이지만, 그 안에 소소한 즐거움이 가득해요.


<10+60주, 203, 잠결>


앞서 설명한 과정을 여러 번 경험하다 보면 간혹 뜻밖의 장면을 만나게 됩니다. 위에 있는 세 장면에 이어 잠이 어렴풋이 깬 김호시를 만났어요. 의도치 않은 호시의 미묘한 움직임이 집사의 취향을 건드리는 “뜻밖의 장면”이에요.


<10+33주, 203, 불쑥 호시 I>


김호시의 엉뚱함이 뜻밖의 장면으로 드러나기도 해요. 털복숭이 탐탐이를 찍으려는데 프레임 밖에서 불쑥 들어오기도 하고


<10+174주, 203, 불쑥 호시 II>


누워 있는 탐탐이를 사건의 잠평선처럼 찍으려던 참이었어요. 간이 테이블을 숨숨집 삼아 밑에 있던 김호시가 갑자기 불쑥 솟아올랐어요. : )


<10+250주, 302, 점핑호시탐탐>


앞서 소개했던 <점핑호시탐탐> 시리즈는 의도한 형식 안에서 우연적인 요소를 극대화한 사진들이에요. 사진을 하다 보면 소위 말하는 ‘칼핀’에 집착하게 될 때가 있는데요. 야옹이들 덕분에 많이 누그러졌어요. 의도하지 않은, 뜻밖의 장면을 만나는 경험은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즐거움이거든요.


<(좌) 10+289주, 302 / (우) 10+300주, 302, 호슬렁 걸어가는 김호시>


남다른 골반을 자랑하는 김호시는 엉덩이가 무척 무거운 야옹이예요. 그러나 한 번 걸어가기 시작하면 꼬리 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목적지에 닿을 때까지 멈추는 법이 없죠. 호슬렁 걸어가는 호시는 늘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을 남기지만, 어떤 선명한 사진보다도 더 기억에 남는 뜻밖의 장면을 만나게 하죠. 사진 속 호슬렁 걸어가는 김호시를 봅니다. 초점은 얼굴에 있지 않고, 살짝 든 한쪽 앞발은 설정된 셔터 속도 보다 빠른 탓에 흐릿해요.


사실은 맨 처음 사진을 봤을 때 떠올랐던 <W & Whale>의 “R.P.G Shine”이란 노래 한 구절을 마지막 사진을 보며 흥얼거려 봅니다.


“지루하게 선명하기보다는 흐릿해도 흥미롭게” ~🎵🎶



다모앙에 있는 모든 고양이와 집사님의 즐겁고 건강한 시절을 응원하며 다음 글에서 또 뵙겠습니다. : )




P.S

​- 팔불출 집사의 개인적인 의견과 인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까닭에 객관적인 사실은 아닐 수 있습니다.

- 여러 장이 이어진 이미지는 클릭하고 확대하면 조금 더 크고 선명한 이미지로 볼 수 있습니다.




[냥큐멘터리] 오늘도 호시탐탐 #목차


#1 - 우리 집에 고양이가 산다.

#2 - 고양이 연쇄수면사건

#3 - 호시 운동 교실

#4 - 밤과 별과 야옹이

#5 - 창가의 김호시

#6 - 호시와 탐탐, 그리고 관계

#7 - 달과 해

#8 - 대배우 김호시

#9 - 꼬리의 역할

#10 - 고양이의 시간

#11 - 김호시의 수면 자세

#12 - 매력적인 빌런, 고탐탐 씨

#13 - 두 야옹이의 관계

#14 - 김호시 얼굴의 비밀

#15 - 야옹이와 이야기가 있는 사진

#16 - Cat Stand-ups​

​#17 - 점핑 호시탐탐

#18 - 난장과 옷장

#19 - Magic Hammpck Ride_*

#20 - 시청자

#21 - 포즈(pose)

#22 -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23 - 첫눈

#24 - 사물의 쓰임

#25 - 뾰족하고 보드라운 졸음. 잠

#26 - 표정 속에 산다.

#27 - 틈. 사이. 빼꼼.

#28 - 꼬리가 길면 (호시가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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