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큐멘터리] 오늘도 호시탐탐 #23 - 첫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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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인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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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창문을 활짝 열어요.
밤사이 나와 내 것이 아닌 호흡으로 가득 찬 방에 새로운 공기가 자리를 잡게끔요.
쌀쌀한 날 아침에는 오랫동안 창을 열어놓기가 부담스럽지만,
이 녀석의 바깥 구경을 위해서는 한날도 지나치지 못하는 일상이 되어버렸어요.
요 녀석 김호시. 창문을 열면 어디선가 부리나케 뛰어올라 창틀에 앉아요.
골목길을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
전깃줄 위에 잠시 앉았다가 날아가는 새소리를 들으며
한참이나 바깥 구경을 하죠.
자기만의 법칙이라도 있는 건지 어느 날은 그 시간이 짧기도,
또 다른 날은 제법 긴 시간을 거기에 앉아 있기도 해요.
2.
그 해, 첫눈이 내린 날. (2018. 1. 9.)
분명 일어나서 창문을 열었을 때는 내리지 않던 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집사에게는 한 해의 첫눈이지만, 김호시에게는 묘생(猫生)에서 첫눈!
생애 처음 마주한 ‘눈(雪)’ 내리는 모습이 퍽이나 신기했나 봐요.
흩날리는 눈(雪)발에서 눈(眼)을 떼지 못하는 김호시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났어요.
창밖으로 보이는 골목길에는 사람이나 자동차가 지나다니기도 하고 새들이 울거나 날아다니기도 하는데
매번 반복되는 상황과는 달리 흩날리는 눈발이 얼마나 낯설고도 신기하게 다가왔을까요.
집사에게는 신선한 공기를 얻기 위한 행동이
호시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갈 수 있음을 이제는 알아요.
3.
고양이 나이를 세는 법은 대략 다음과 같아요.
태어나고 2년 동안은 한 해에 사람 나이로 12살과 같아요.
사람의 한 달이 고양이에게는 1년에 해당하죠.
2년이 지나면 그다음부터 사람의 1년은 고양이의 4년과 대략 같다고 해요.
태어난 지 2년이 지난 고양이는 사람 나이로 24살, 3년이 지난 고양이는 사람 나이로 28(24+4)살이에요.
만약 나와 함께 사는 고양이가 21년을 산다면 사람의 나이로 100살을 산 것이 되죠.
태어난 지 1년이 채 안 된 이즈음의 김호시에게 당시의 시간은 얼마나 빛나는 순간이었을까요?
그렇게 ‘생애 처음 마주하는 호시의 순간’은 ‘그 순간을 마주하는 집사의 경험’이 돼요.
<10+33주, 203, 처음 마주하는 순간>
4.
가수 이소라는 ‘바람이 분다’라는 곡에서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라고 노래했어요.
그러나 기억으로, 기록으로 남는 우리의 추억은 서로 다르지 않을 거라 믿어요.
다만 호시와 집사의 시간이 다르게 흐를 뿐이죠.
서로 다르게 흐르는 우리의 시간이 언젠가 슬퍼지는 날이 오겠지만,
지금은 다르지 않게 적히는 이 순간의 추억을 충분히 즐기고 싶어요.
집사에게는 별다르지 않게 다가왔던 한 해의 첫눈 내리던 날이
호시에게는 생애 처음 마주하는 순간이었던, 그때의 장면을 마주하는 것처럼요. : )
다모앙에 있는 모든 고양이와 집사님의 즐겁고 건강한 시절을 응원하며 다음 글에서 또 뵙겠습니다. : )
P.S
- 팔불출 집사의 개인적인 의견과 인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까닭에 객관적인 사실은 아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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