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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큐멘터리] 오늘도 호시탐탐 #22 -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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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클라인의병
작성일 2025.02.04 08:20
분류 생활문화
295 조회
2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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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주, 203, '어딘가' 혹은 '무언가'>


야옹이들이 ‘어딘가’ 혹은 ‘무언가’를 물끄러미 보고 있을 때가 있어요. 사냥놀이를 할 때처럼 고도의 집중하거나, 집사에게 간식을 요구할 때처럼 집요함이 담긴 시선과는 분명 다른 느낌이에요. 시선에도 밀도가 있다면 ‘멍때림’보다는 밀도가 높고, 특정 대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는 밀도가 낮은 편이랄까요?


정확하게 정의 내리기는 어렵겠지만 ‘멍때림’과 ‘딴생각’과 ‘응시’가 적절한 비율로 결합한 상태에 가까워요.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그 ‘시선’은 야옹이들의 어린 시절 사진에서 더 많이 찾아볼 수 있어요. 짐작건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호기심의 영역에 있기 때문이라고 집사는 추측하죠.


<10+5주, 203, 오늘 저녁은? 분탕질? 집사 생각?>


‘본다’라는 동사와 ‘시선’이라는 명사는 늘 새롭고 짜릿하게 다가오는 영역이에요. 나의 시각이나 시선 못지않게, 다른 존재의 시선을 관찰하는 것도 즐거운 취미생활이에요. 보통 무언가 혹은 어딘가를 보는 존재를 내가 볼 때, 다른 존재가 나를 의식하거나, 의식하지 않는 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나의 시선을 아랑곳 여기지 않는 ‘다른 시선’을 보는 일은 아주 드문 경우이므로 취미생활 가운데 으뜸이죠. : )


사실은 아무도 모르죠. 집사는 인간 세계에서 통용되는 경험을 바탕으로 야옹이들의 움직임을 판단하니까요.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데 어떤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고 여기거나, 어떤 생각을 하는데 사실은 무언가를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니까요.


다른 한편으로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고 가정해 볼래요. 무언가에 정확히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비어 있는 곳을 응시하며 꼭 어떤 생각에 빠진 것처럼 좀처럼 움직일 줄 모르는 김호시를 보며 상상해요. 오늘 저녁 메뉴를 떠올리나? 아니면 탐이와 함께 할 분탕질 계획? 어쩌면 자기를 쓰다듬어주는 집사의 모습을 떠올릴까 하고 말이에요.


<10+4주, 203,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오늘도 호시탐탐> 글을 쓰기 위해 사진을 모으는 기준은 갑자기 정해지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개념을 키워드로 메모해 두었다가 그때그때 꺼내는 편이에요. 위 사진은 대략 2017년 6월 무렵이에요. 당시에는 귀여운 사진이라 생각하고 그냥 두었던 사진이죠.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는 2018년 10월에 출간된 김금희 작가의 엽편소설 제목인데 한 줄의 제목을 보는 순간 1년여 전의 사진이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떠올랐어요. 마치 내 머릿속의 해시태그처럼 키워드와 결합하는 이미지는 큐레이션 과정의 기준이 됩니다. 위 두 장의 사진을 기준으로 ‘그 시선’과 관련된 사진들을 모아 놓고, 이렇게 글로 풀어보는 것이죠.


김호시 특유의 표정과 자세가 고스란히 드러난 이 사진은 과거의 장면을 순식간에 현재로 소환하는 사진 미디어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예시이기도 합니다. 한 줄의 글귀는 김금희 작가의 소설 제목인 동시에 집사에게는 과거의 장면을 소환하는 일종의 주문이기도 했던 것이죠. : )


<10+247주, 302, 햇빛멍>


시간이 흘러 어린 시절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김호시는 모든 것이 궁금하지는 않은 야옹이가 됐어요. 집사의 개별적인 인상에 따르면 호기심이 가득 찬 눈빛이라기보다는 멍때림에 더 가깝지만, 더 좋고 나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매력이 있다는 걸 집사는 알고 있지요. 방 안에 햇빛이 들어오면 김호시는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를 잡고, 햇빛을 즐기며 적절한 밀도의 시선을 던질 줄 아는 야옹이에요.


바로 그 장면, 호시의 시간과 공간을 보는 것은 아마 집사만이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겠죠.


<10+282주, 302, 보고 - 보지 않기>


야옹이들이 좀처럼 제 뜻대로 되지 않는 존재란 걸 많은 집사님은 모두 아실 거예요. 야옹이들이 집사를 좀 봐줬으면 하고 간절히 빌어도 저만의 시간을 보내기가 부지기수요. 집사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으면 하고 소리 없이 다가가도 초감각을 통해 집사를 감지해 버리니까요.


햇빛과 호시, 호시의 시선과 집사의 시선이 있는 방 안의 장면을 보는 것은 늘 즐거워요. 집사가 호시를 보는 것을 호시가 몰라줬으면 하다가, 또 알아줬으면 하고 변덕을 부릴 때도 있지요.


<10+285주, 302, 뭐야 이 진지해 보이는 새우는...?>


호시의 시선을 엿보기 좋은 장소는 창가에서 침대로 점점 바뀌었어요. 시선은 표정과 결합해 멍때림, 응시, 집중, 사색이란 단어로 드러나요. 어떻게 구분하느냐고 물으신다면, 그냥 알 수 있다고 답을 하지요. : )


사실 정확한 구분이 뭐 그리 중요하겠어요. 중요한 것은 구분을 핑계로 호시의 태도와 감각을 꾸준히 살펴, 얼마나 건강하고 또 행복한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에 있으니까요. 각자의 처지와 환경에 맞는 방법을 만드는 것이고, 저는 관찰 도구로 글과 사진을 사용하고 있어요.


<(좌) 10+286주 / (우) 10+284주, 302, 핫플>


요즈음 호시의 핫플은 집사가 작업하는 책상 위에요. 키보드가 놓여 있는 좁은 공간 혹은 노트북 거치대 뒤쪽의 공간에 자리를 잡고 엎드려 있는 것을 좋아해요.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일을 하다가 잠깐 호시를 쳐다봅니다. 어린 시절의 김호시와는 다른 느낌을 받으며, 과거의 김호시와 지금의 김호시를 기억해요.


<(좌) 10+152주, 모로 누워도 호시의 매력은 언제나 정면돌파 / (우) 10+153주, 고개를 돌려도 호시의 매력은 언제나 정면돌파, 203>


장인이 자로 잰 듯 몸에 꼭 맞춘 듯한 모양새를 만드는 /

몰캉몰캉 뱃살 닿은 방석 위에 /

그리 힘들이지 않게 절묘하게 균형을 잡은 채 모로 누워 /

오동통한 뒷다리와 솜방망이 앞다리를 chic 하게 교차하고 /

시선은 살짝 위로 그렇지만 자연스럽게 /

적당히 부풀어 오른 Whisker Pad가 만드는 호시의 표정* /

모로 누워도 호시의 매력은 언제나 정면 돌파 /

고개를 돌려도 호시의 매력은 언제나 정면 돌파


사진 속의 호시를 보며 사진 밖에 있는 집사의 시선과 마음도 함께 헤아려봅니다.


다모앙에 있는 모든 고양이와 집사님의 즐겁고 건강한 시절을 응원하며 다음 글에서 또 뵙겠습니다. : )




P.S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는 김금희 작가의 엽편소설 모음집 제목입니다.​

- 팔불출 집사의 개인적인 의견과 인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까닭에 객관적인 사실은 아닐 수 있습니다.

- 여러 장이 이어진 이미지는 클릭하고 확대하면 조금 더 크고 선명한 이미지로 볼 수 있습니다.




[냥큐멘터리] 오늘도 호시탐탐 #목차


#1 - 우리 집에 고양이가 산다.

#2 - 고양이 연쇄수면사건

#3 - 호시 운동 교실

#4 - 밤과 별과 야옹이

#5 - 창가의 김호시

#6 - 호시와 탐탐, 그리고 관계

#7 - 달과 해

#8 - 대배우 김호시

#9 - 꼬리의 역할

#10 - 고양이의 시간

#11 - 김호시의 수면 자세

#12 - 매력적인 빌런, 고탐탐 씨

#13 - 두 야옹이의 관계

#14 - 김호시 얼굴의 비밀

#15 - 야옹이와 이야기가 있는 사진

#16 - Cat Stand-ups​

​#17 - 점핑 호시탐탐

#18 - 난장과 옷장

#19 - Magic Hammpck Ride_*

#20 - 시청자

#21 - 포즈(p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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