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이야기 - 8. 호접지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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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12.2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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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지난 봄에 비해
유난히
나비가 많았다.
내가 나비를 따라다닌 것인지,
나비가 나를 쫓아다닌 것인지.
잔디밭 위에서 저공 비행하는
암끝검은 표범나비를 따라 다녀도 보고,
맑은 날에만 나타나는 호랑나비를 쫓아 가다가
꿩을 만나기도 하고,
천일홍 위에 내려 앉은 남방부전나비를
넋놓고 쳐다보기도 하고,
층꽃 주변을 돌고 있는 나비따라
나도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아보기도 하고,
탱자 나무 속에 내려 앉은 나비를 들여다 보다
가시에 찔리기도 하고.
그 많던 나비들이
찬바람 불기 무섭게
한순간에 사라졌다.
오고 가는 길에 서 있는
팽나무가
나비들은 잘 있다고 안부를 전한다.
나비는 봄을 꿈꾸고
나는 나비를 꿈꾼다.
나비를 키우는 나무, 팽나무.
댓글 1
벗님님의 댓글
커다란 날개를 방정맞게 펄럭이지 않아도,
그저 몇 번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유영하고 있는 걸 보면,
저렇게 살아보는 건 어떨까, 저렇게 내가 아닌 내가 되어보는 걸 어떨까..
한껏 담아보다가 내어놓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