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이야기 - 11. 7년만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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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habash 211.♡.120.164
작성일 2024.12.2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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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환경 전문가들이 학회에 참가한 뒤, 태화강 국가정원을 방문했다.

인솔자가 최소한의 이동을 요청해, 하늘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늘 정원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바람에 일렁이는 물억새와 푸른 대나무가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이 풍경이 피로했던 그들의 어깨를 잠시나마 가볍게 했다.


관람차로 이동하면서 십리대숲으로 향했다.

담당자가 대나무 숲을 걸어보길 제안했을 때, 나는 그들이 거절할 것이라 생각하며 의견을 물으려 뒤돌아봤다.

그러나, 피로했던 그들의 얼굴에는 이미 생기가 돌고 있었다.

대나무 숲 입구에 들어서자 부드러운 흙길이 발끝을 감싸 안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가 마치 잔잔한 음악처럼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발걸음은 점점 가벼워졌고, 대나무 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얼굴에 닿자 편안한 미소가 자연스럽게 피어났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여줄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내 제안에, 한 사람씩 환한 미소로 카메라 앞에 섰다.

투어를 마무리하려던 순간, A가 조심스레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7년 전 이곳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그는 사진 속의 참가자 중 한 명이 오늘 이 자리에 함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사진 속 장소로 향했다.

사진 속에서 대나무숲은 지금보다 짙푸르고, 그들의 웃음소리는 여전히 선명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포즈로 찍은 사진은 마치 시간의 흐름을 잠시 멈춘듯 했다.


투어를 마치고 돌아서는 길, 그들이 손을 흔들며 웃었다.

나도 활짝 웃으며 말했다. “7년 후에 또 오세요.”

대나무숲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모습으로 우리를 품어주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잠시나마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푸른 시간 속으로 스며들었다.

댓글 1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112.♡.121.35)
작성일 어제 12:45
7년이라는 시간이 사로잡힌 한 장의 컷이군요.
오랜 사진을 들여볼 때마다
내내 흐르지 않기를, 내내 변치 않기를.. 부질없는 바람을 갖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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