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생각난 시, '타는 목마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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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 보니, 이번 주말에는 한남동에서 윤 체포를 요구하는 시위 열리네요. 이젠 직접 참가하기에는 부담돼서 게시판만 보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참여하려고 마음 먹고 있기는 합니다.
윤 당선 이후로 좋은 일이란 게 없지만, 내란을 일으킨 이유로 임기가 빨리 중지된 건 좋네요. 또 한가지 2030 청년들이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다시 느낀 계기였다"고 말한다는 건 다행같습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민주주의가 당연했던 세대였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윗세대가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의 정신, 나아가 ‘오월 정신’을 몸소 경험했다”는 말은 감동이구요.
2030세대가 본 ‘비상 계엄’…“민주주의 소중함 다시 느낀 계기”
요즘 시위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심심찮게 불린다는 얘길 듣고, 몇 십년 전 추억이 되살아나기도 했네요. 최루탄, 백골단, 전경버스 등. 이어서 잊고 있던 시가 하나 생각나더군요. 김지하 시인의 시 '타는 목마름'으로 입니다. 처음 이 시를 봤을 때, '이런 시도 감동을 줄 수 있구나?' 놀랐습니다. 김소월이나 청록파 같은 서정시가 시의 전부이고, 그런 시만 감동을 주는 줄 알았던 때라서요. 이런 작은 깨달음들을 통해서 생각이 변하고 성장하는 건가 봅니다.
이건 박정희 시절인 1975년에 발표된 시라고 합니다. 제 세대보다 훨씬 윗세대의 정서가 담겨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있어서 민주주의가 이만큼이라도 발전한 거겠죠? 우리가 누리던 일상의 민주주의가 한때는 이렇게 간절한 것이었단 걸 되새겨봅니다.
타는 목마름으로
-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서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팬암님의 댓글
키세스가 된 민중들의 발에도 이 열기를 뿜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밤 드라이기를 쓰는데, 고생하는 젊은 열기들의 노고에 감사합니다.
벗님님의 댓글
청구서가 날아든다.
민주주의도 그렇다.
우리의 전 세대들이
그 청구서에 나온 비용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었을,
그렇게까지 과하지 않아도 되었을
그 비용을,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으며
그렇게 민주주의를 가져왔다.
공짜는 없다.
청구서가 날아든다.
민주주의,
이 청구서에는 적힌 비용은 헐값이다.
고작..
고작 이 정도만 지불해도 충분한
민주주의의 비용이라니.
눈물이 흐른다.
선인들이 목숨 받쳐 지불한 이 청구서에
눈물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