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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글쓰기] (04/21) 오늘의 한 단어: 난장. 광산에서, 굴이나 구덩이 안에 들어가 하는 허드렛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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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어디가니
작성일 2025.04.2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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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조회
1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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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


징~, 손목에서 시작한 진동이 팔꿈치를 지나 어깨까지 미친다. 그래 미치도록 뼈가 흔들린다. 김씨는 반쯤 흙 속에 파묻힌 곡괭이 날을 뽑았다. 헬멧에 달린 안전등 불빛 아래 방금 흙에서 뽑은 날 오른 끝에는 바위 가루가 허옇게 붙어 있었다. 쇠와 바위가 만든, 침침한 막장 안을 헤매던 마찰음을 조씨도 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조씨의 곡괭이질은 강하게 반복될 뿐이다. 모루 위에 올라온 뜨거운 쇳덩이를 내리치듯. 곡괭이 들고 뒤로 활처림 휘었던 척추는 순간 줄이 끊긴 활처럼 구붓한 모양으로 되돌아온다. 낮은 갱 안, 막막한 어둠 속을 고개 숙이다 못해 앞으로 만곡을 그리는 척추, 그 모양으로 말이다. 광부들은 팔이나 어깨가 아닌 그렇게 척추로, 온몸으로 막장을 밀어붙이며 굴을 뚫어간다.


조가야, 그만혀. 낚시만 손맛이 있는 게 아니잖애.. 암반이여.


김씨가 말을 붙여보지만 조씨는 묵묵부답이다. 반장 덕에 난장으로나마 풀질을 하던 그가 오늘 처음 곡괭이를 잡았으니 의욕이 앞섰다. 곡괭이의 손맛 따위를 알 리도 없었다. 이 막장을 늘리는 만큼 자식 새끼들의 위장이 채워질 것이라 믿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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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벗님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벗님
작성일 04.21 11:45
막장이라는 단어의 뜻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숨이 막혀오더군요.
없는 길, 없는 통로를 온몸을 쏟아내며 뚫어내고 만들어 내는 길이라니. 그 막막함에 한동안 멍했던 기억이 납니다.
빛 하나 들지 않은 그 공간에서 자신과 가족의 삶을 영위하는 길을 찾아내고 있는 숭고한 업..
우리 부모님들도 그러하지 않으셨을까, 굵은 손가락 마디마디 그렇게 우리를 키워오시지 않으셨을까...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현이이이님의 댓글

작성자 현이이이
작성일 04.21 23:42
독일까지 갔다던 선조들의 이야기가 너무 슬프고 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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