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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였던 프란치스코 교황, 그가 입증한 종교의 역할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_profile diynbetterlife
작성일 2025.04.22 00:16
5,519 조회
238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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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글 원문보기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 선종했다. 페북에는 추모의 글이 가득하다.


비종교인에 무신론자이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어떤 종교 지도자였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3장의 사진으로 교황을 추모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2014년 8월 방한 당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참석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위로하는 장면이다. 울면서 교황을 향해 손을 내뻗는 유가족들의 얼굴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교의 의미를 행동으로 입증했다. 교황은 4박5일의 짧은 일정 동안 세월호 유가족을 3번 만났다. 도착 직후 서울 공항에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그리고 '천주교 순교자 시복 미사'가 열린 광화문에서다.


광화문에서 카퍼레이드할 때,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0일 넘게 단식하던 '유민 아빠' 김영오씨 앞에서 잠시 차를 멈추고 편지를 전달받았다.


한국 땅을 밟은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와 프란치스코 2명뿐이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84년, 1989년에, 프란치스코는 2014년에 방한했다.


'교황=서유럽인'이 당연했는데 최초로 동유럽 폴란드 출신의 교황이 선출되었으니 그가 바로 요한 바오로 2세다. 프란치스코는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최초의 비유럽권 교황이다. 가톨릭교회에서 비주류에 속하는 교황들만 한국을 찾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두 번째는 서로 죽고 죽이는 내전을 계속 이어가던 남수단 정부 인사들과 반군 지도자들을 2019년 4월에 바티칸으로 초청했을 때의 사진이다.


내전으로 수단 사람들이 무수히 죽어 나갔지만 국제 사회는 속수무책이었다. 교황은 양측 대표들을 불러서 전쟁을 중단하고 평화를 회복하라고 호소했다.


놀라운 일은 그다음에 벌어졌다. 무릎 통증으로 거동이 불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갑자기 바닥에 엎드려 모든 참석자의 발에 일일이 입을 맞췄다.


사전에 계획된 일이 아니었는데 평화를 위한 간절한 마음을 어떻게든 전달하려고 그렇게 한 것이었다. 교황이 착용하는 둥글고 납작한 모자 '주케토'가 벗겨질 정도의 간절함이었다.



마지막은 코로나 펜데믹으로 전 세계가 초토화되었던 2020년 3월에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홀로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를 하는 모습이다.



우르비 에트 오르비는 교황의 공식적인 축복(강복)과 강론을 의미하는데 전통적으로 1년에 딱 두 번 부활절과 성탄절에 한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로나로 고통받고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했다.


시간은 새벽이었고 바티칸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사진은 교황이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단상으로 홀로 걸어가는 장면이다.


3장의 사진은 하나로 연결된다. 많은 인간이 고통받고 있을 때 종교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준 것이다.


12년 간의 짧은 재위 기간이었지만 가톨릭 교인들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인들에게도 이 시대에 종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 강한 메시지를 주었다.


엘리 위젤(Elie Wiesel)은 종교를 이렇게 정의했다.


"종교는 인간과 신의 관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간과 다른 인간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Religion is not man's relationship to God, it is man's relationship to man.)


종교는 인간과 다른 인간의 관계 속에 존재할 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교의 의미를 행동으로 입증했다.


신약성서 <디모테오에게 보낸 둘째 편지>는 사도 바오로가 로마에서 체포되어 감금된 상태에서 쓴 것으로 알려졌다. 바오로는 지하감옥에 갇혀 쇠사슬에 묶인 상태였고 자신에게 곧 죽음이 닥칠 것을 예감한 가운데 이 편지를 썼다.


4장에는 자신의 지난 여정을 돌아보며 담대하게 죽음을 맞이하리라는 결의를 담은 대목이 나온다.


"나는 훌륭하게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정의의 월계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4:7~8)


프란치스코 교황 또한 같은 기도로 삶의 마침표를 찍고 신의 품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


충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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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7 / 1 페이지

세바킹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세바킹
작성일 04.22 00:28
교황 프란치스코와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아멘
2

시커먼사각님의 댓글

작성자 시커먼사각
작성일 04.22 00:34
저같은 무신론자에 반종교주의자조차 감복하게 만드신 분이셨습니다. 편안히 쉬시길...

아가로스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아가로스
작성일 04.22 00:44
비록 불교신자지만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이였습니다.
세상 근심 잊으시고 이제 편이 쉬세요...

Purme님의 댓글

작성자 Purme
작성일 04.22 01:04
참된 제자이자 리더이며 신앙인이셨네요.
감사합니다.
영원히 편히 쉬세요.
1

높다란소나무님의 댓글

작성일 04.22 01:20
수단 정치인들의 발에 입맞춤하는 사진은 너무 감동이네요. 감히 어떤 가짜 종교인들이 저걸 따라 할 수 있을까요.
1

현이이이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현이이이
작성일 04.22 03:59
@높다란소나무님에게 답글 폭력을 막는 사랑~ 눈물나요

영자A님의 댓글

작성자 영자A
작성일 04.22 01:33
비주류 자동차인 SOUL을 타셨죠.... ㅜㅜ 교황의차 soul 재발매 갑시다
1

유준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유준
작성일 04.22 06:59
다시 보니 더 먹먹하고 목이 메어 옵니다.
부디 천국에서도 굽어 살펴 주시길…
1

봄이아빠님의 댓글

작성자 봄이아빠
작성일 04.22 07:49
사진 하나 하나에서 눈물이 나네요..
어제 성당앞에서 그분의 평안을 위해 기도 드렸습니다. 이런분 또 계실지..ㅠ

Elbowspin님의 댓글

작성자 Elbowspin
작성일 04.22 07:52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카톨릭의 이런 면모는 존경스럽습니다.
부디 편히 영면하시길.

puNk님의 댓글

작성자 puNk
작성일 04.22 08:43
아침부터 울컥하네요.
고아와 과부를 돌보고 슬픈 이를 위로하는 것은 성서가 명령한 신앙인의 의무입니다. 이런 명령을 거부하고 공산주의 놀음이나 하고 있는 교회들은 천벌을 받을 것입니다.

돼지털세상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돼지털세상
작성일 04.22 08:52
낮은자의 하느님이란 말이 있는데..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그 말을 몸소 실천하셨죠. 참된 복자셨습니다.

아리바바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아리바바
작성일 04.22 09:29
종교는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뉴스 보니 별명이 '가난한 자의 아버지'라고 하셨고 '아버지 집으로 돌아갔다'는 표현도 있던데 종교 지도자로서 뿐만 아니라 지도자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호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고인의 평안한 영면을 기원하며 그분이 꿈꿨던 세상이 이르러오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IU0108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IU0108
작성일 04.22 12:08
너무 감동적입니다.

똥멍충이님의 댓글

작성자 똥멍충이
작성일 04.22 12:30
부디 평안하시길....ㅠㅜㅠㅜㅠㅜ

c2uEdns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c2uEdns
작성일 04.22 22:17
좋은 글 감사합니다

롱숏님의 댓글

작성자 롱숏
작성일 04.23 00:12
훌륭한 분인줄은 알았으나 이런정도까지는 몰랐습니다.
글쓴 분에게 감사드리며...
더불어 더 큰 감동과 감사를 주님의 종인 그분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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