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올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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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침 일기를 썼습니다. 일기의 주제를 제안해 주는 일기 앱의 기능 때문이었죠. 그 일기라는 게 아래와 같습니다.
What is something beautiful I noticed today that I might have overlooked before?
그게 '아름답다'는 형용사와 어울리는지는 모르겠다. 황금율로 대변되는 형이상학적인 미의 기준, 시대정신이 도출해내는 도덕적 미의 개념과는 다를 수 있겠다. 미의 반의어가 추라고 한다면 추를 판단하기 위해 미의 격률이 이용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추 역시 광의의 미의 한 형태라는 변증을 용납해 준다면 이 역시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걸 '오늘' 깨달았다고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죽음을 직면하기 전까지 삶에서 죽음을 망각하며 살다가 문득문득 죽음에 시선을 돌리게 되는 것을 '오늘 깨닫다'라고 할 수 있다면 이 역시 위 물음의 답으로서 의미가 있겠다.
'인간 각각은 광대한 우주를 오롯이 방황하는 투사체'라는 인식이다. 자의식과 함께 천형처럼 안겨진 '절대 고독'을 오늘 새삼 느낀다. 쉽게 읽히는 에세이의 일화로 삼을 만한 사건은 없었다. 단단한 일상의 루틴 속에서, 규칙적인 호흡에서, 단단한 심박의 리듬 속에 아주 작은 확률로 발생한 삐꺽임. 그 찰라에 희석될 수 없는, 그 자체로 결론 내려진 '고독'을 느끼게 된다. 곧 잊어버리겠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내 존재를 덮을 것이며 이내 종국에서는 그것이 내 존재였음으로 마침표를 찍을 것이리다. 이 사실을 이내 잊어 막연해지지만 이 고독을 어떤 포즈로 받아들여야 할까라는 고민에 이르고, 이 고민만이 목표 잃은 활살이 되어 내 안을 휘젓고 날아다니게 된다.
나는 공허의 공간을 부지런히 날아가는 투사체. 중심이 없이 팽창하는 우주 속을 목표 없이 날아간다.
다 쓰고 쓱 훑어보다가 그간 '글쓴당'의 숙제를 너무 게을리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
팬암님의 댓글

유대교의 가르침에도 이러한 내용이 나옵니다. 현재 이스라엘 사각형 모양의 성 동쪽이 유명한 '감람산' 인데 유대교도들이 그곳에 다 뭍혀있죠. 지금은 자리가 없어서 하늘의 별따기 라고 하여 그 뭍히는 공간 좁은 땅값이 엄청난 가격이라고 합니다.
땅값상승의 요인은 유대교인들은 메시야(예수아님)가 그곳에서 나타날것이라고 믿고 본인들이 잠들고나서 가장 먼저 죽음에서 해방시킬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것입니다.
벗님님의 댓글
서정적이고 연민이 가득한, 어린 시절에는 체감하지 못할 삶의 에 대한 이야기들이 한 가득 담겨 있어서
조금은 삶을 경험한 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사뭇 다르리라 짐작합니다.
기억하는 이가 이 세상에 하나도 남지 않으면 소멸해버리는,
누군가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나면 비로소 운명이 다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생의 헛헛함, 공허함..
진정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무엇을 이루려 그렇게 애를 쓰고 사는 것인지,
내 삶이 끝나고, 나를 기억하는 이들의 삶들도 끝나고 나면
그 뒤에는 무엇이 남을까요, 무엇이 남아 있을까요.
하나의 관념이 아닐까, 혹은 딱히 정의내릴 수는 없지만.. 그 느낌.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런 마음입니다.
오늘 하루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생각할 게 가득한 멋진 글 잘 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