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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니

Lv.1 어디가니 (123.♡.192.165)

2025년 10월 21일 PM 04:03 · 수정됨(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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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둘이 함께하는 저녁이다. 주소지를 공유하고 있지만 서로의 생활 공간은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었다. 하나의 공간에 다른 시간계가 겹쳐진 것, 즉 재희는 주간에, 민재는 야간에 활동하는 것이다. 그 사실에 아주 조금만 주의한다면 하루종일 같은 집에 있어도 서로 마주칠 일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을 아내이자 엄마인 지희의 생일이었던 것이다. 

지희가 살아있을 때는 둘의 관계가 이정도는 아니었다. 그때라고 해서 재희와 민재가 서로에게 좀 더 다정하게 굴었던 것은 아니다. 지희의 존재 자제가 둘 사이를 완충해 주었고 각자에게 지희는 일종의 에어포켓이었다. 지희의 부재는 두 개의 봉우리 사이를 잇던 가교가 무너졌다는 걸 의미했다. 둘은 그 사실을 분명히 깨닫고 있었지만 새로운 가교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아니, 지희의 부재의 원인을 서로에게 돌리며 분노를 삭이고 있을 뿐이었다. 오늘을 챙기는 것도 그게 지희의 유언이라는 이유 하나뿐이었다. 자신의 기일은 잊고 생일을 함께 챙겨달라는.

즐겁기까진 바라지 않겠다. 그저 두 눈을 부라리며 식탁에서 일어서지 않기를, 아들의 굳게 닫히 입이 조금은 열리기를 재희는 바랐다. 하지만 식탁에 앉는 아들의 얼굴을 보자마자 재희는 단전 깊숙한 곳에서 검고 걸쭉한 덩어리가 끓기 시작했다. 그 무형의 김이 목구멍으로 역류한다는 듯 재희는 입을 닫을 채 “큭!” 하고 밭은 기침을 했다. 그 기침을 이유를 아는 재희는 머쓱해 두어번 짧은 기침을 덧붙였다. 어색함을 눌러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재희의 노력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민재는 식탁 위로 초점없는 눈을 던지고 있을 뿐이었다. 대체 식탁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댓글 (2)

  • 벗님

    벗님 Lv.1

    25.10.21 · 125.♡.215.165

    조금 더 가까운 거리가 어렵다면,
    조금은 떨어진 거리가 오히려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필요한 거리, 필요한 시간.. 아픔이 삭혀지는 데 필요한..
  • 어디가니

    어디가니 Lv.1 → 벗님 작성자

    25.10.21 · 123.♡.192.165

    오랜만입니다, 벗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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