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니 (123.♡.192.165)
2025년 10월 29일 PM 03:57 · 수정됨(11. 14. 17:23)
어제 내 금주에 적신호가 잠깐 점멸했다.
외식, 오랜만의 외식이었다. 물론 그간 매번 집밥을 먹었던 건 아니다. 아내가 피곤한 기색이 있거나 내가 저녁에 술생각이 나면 배달 음식을 먹었다. 애들도 배달음식의 단짠, 매콤을 이미 잘 아는 터라 집밥을 먹지 못한다는 아쉬움 따윈 조금도 없다. 오히려 메뉴 선택권으로 다툼이 일어났으면 났지 말이었다. 그런데 어제는 문자 그대로 가족 모두가 고깃집으로 출동해 밥을 먹는 외~식~을 한 것이다.
부위별로 정갈하게 놓인 고기 접시와 반짝이는 은색의 불판. 그 위로 우람한 거인의 팔뚝 같은 주를진 배관이 연결된 흡연기가 위용을 자랑한다. 집에서도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지만 이 흡연기의 존재가 같은 행위에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해 주는 방점이 아닐까? 배관을 따라 잠깐 한눈을 판 새 불판의 은빛 반사광이 흐릿해진다. 화구가 쏟아내는 열기가 불판 위의 아지랑이가 되어 내게 손짓하고 있다. 어서, 어서 고기를 달라고. 급한 마음에 신선한 선홍빛의 돼지고기를 불판 위로 던진다. 착~ 소리와 함께 고기 표면에 있던 수분이 기화한다. 불판의 열기에 놀라 잔뜩 움츠리는 단백질과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땀을 흘리기 시작하는 지방이 내 눈, 코, 귀를 자극한다. 지글지글. 일렁임 속에 익어가며 가위질 박자에 맞추어 작게 소분되는 고기들. 어느새 마이야르의 외침이 카라멜빛으로 빛난다. 아- 모두의 위장을 유혹하는 만찬이 놓인 식탁! 분명, 그 식탁은 분명한데 내 혈관이 ’빠쳤어’라고 외치며 가쁘게 뛰질 않는다. 대체 뭐가, 무엇이 빠쳤단 말인가.
그렇다! 붉은 고기가 마이야르의 축복으로 구릿빛으로 변신해 위장으로 넘어갈 때 그 순간 알아챘다. 그 순간 허공에 뿌려질 컨페티(confetti)가 빠졌다는 걸. 입 안을 도는 고기의 잡내와 조신하지 못한 지방의 느끼함을 단박에 가셔 줄, 한 잔의 술이 말이다. 이 컨페티가 축제에 뿌려질 때에야 디오니소스가 강림하여 태고의 기쁨을 환기할 터였다.
이런 아련한 욕망을, 나는 고무처럼 질긴 고기와 함께 우적우적 씹어 삼겼다. 그리고 난 원하지 않은 그린라이트에 눈만 껌벅였다. 이 집 상호가 거북이었나 두꺼비었나라며 의미 없는 호기심을 일깨웠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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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벗님
25.11.14 · 61.♡.15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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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은 기름진 고기야, 타타닥 익어가는 그 소리와 냄새.. 어서 어서..'
아.. 글을 읽는 시간대도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 오늘입니다. ^^;
재미있는 글 잘 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