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요
정리
어디가니

Lv.1 어디가니 (123.♡.192.165)

2026년 3월 27일 PM 04:46

조회 284 공감 0

요즘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환절기 옷 정리는 아니고요. 인간 관계입니다. 애초에 활달하지도, 그렇다고 반짝반짝 매력이 넘치지도 않는, 세상에 차고 넘치는 오징어들 중에서도 별볼일 없는 오징어이기에 먼저 나서서 '정리' 운운할 입장은 아닙니다. 인간 관계가 그리 넓은 편도 아니고요. 그

렇지만 누구나 세상은 자기를 중심으로 도는 법이니까요. 입 짧은 사교성이지만 시간이 누적되다 보니 피곤한 관계들이 늘어갑니다. 좋은 게 좋은 거고, 사람이란 게 다 비슷비슷하다지만 역시 계속해서 견디기 힘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나쁜 사람들은 아닙니다. 애초에 나쁜 사람이었다면 관계를 맺지도 않고 멀리 돌아갔겠죠. 나쁘지 않다고 해서 좋은 게 되는 건 아닌 거 다들 아시죠. 만날 때마다, 입만 열면 불평불만, 상대적 박탈감, 자기 힘들다, 남 험담만 쏟아내는 사람들이 제 주위에 의외로 많더군요. 위로하고 때로는 같이 욕해 주고, 또 어떤 때는 객관적인 대응책을 제시해 보기도 하지만 그들의 입에서 새어나오는 말은 변하지 않더라고요.

참고 참다가 보니 문득 내가 뭐하는 건가 싶더군요. 이 짧은 인생에, 좋은 사람들만 만나도 부족할 시간을, 그들과 만나 함께 즐겁고, 힘도 내기도 바쁜 시간을 왜 이렇게 허비하고 있나 하고요. (제가 예능을 끊게 된 이유과 비슷합니다. 왜 내가 남 노는 걸 보고 있어야 하나? 내가 즐겁게 놀아야지.) 그래서 절 피곤하게 하는 관계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절교 선언을 하는 건 아니고요, 그들과 함께하는 모임에서 <명시적>으로 탈퇴를 선언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이유를 말하진 않습니다. 그저 지금은 '동굴에 들어갈 때'가 된 거 같다 정도로 말해 둡니다.

이전 제 행동이 되려 끊김을 당하게 되는 이유가 될 걸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이를 먹을수록 주위를 어둡게 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때 체력이, 정신력이 급속히 쇠해서, 제가 살자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변명을 붙여 봅니다. 몇 안 되는 벗들과 무쓸모이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혹시 혼자 남는 걸 걱정해 새로운 사람들도 가끔 탐색해 보고, 고독의 벗인 독서에도 시간을 더 할애하려고 합니다.

모두들 행복하십시오.

p.s. 아, 무슨 사망 플래그 같이 끝 맺었지만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댓글 (4)

  • 냥아치

    냥아치 Lv.1

    03.28 · 59.♡.163.88

    내용을 보아하니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시는 타입이신가봅니다.

    자신에게 충실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 어디가니

    어디가니 Lv.1 → 냥아치 작성자

    03.28 · 140.♡.29.2

    감사합니다. 좋은 청자는 아니고 말이 적은 쪽입니다.

  • Lv.1

    03.28

    삭제된 댓글입니다.
  • 벗님

    벗님 Lv.1

    03.29 · 223.♡.84.67

    때로는 외면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더 필요한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외면이나 내면이나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하다 할순 없으나 더 깊이 바라봐야 하는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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