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니 (140.♡.29.2)
2026년 1월 8일 PM 04:36 · 수정됨(01. 1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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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싸구려 막검을 쓰는 게 아니었다. 상대의 검을 힘으로 맞받아 내자 날이 깨져 왼쪽 눈에 박혔다.
순간이었다. 비옥의 시선이 내 중단의 왼손에 잠깐 머물렀다. 그래, 내가 앞으로 살짝 밀어놓은 손목을 발견한 것이다. 시선의 정(靜)이 동(動), 곧 손목치기로 바뀌길 노렸다. 비옥의 검은 빠르지만 가볍게 들어올 것이다, 짧은 흡기에 이은 어깨의 움직임으로. 동시에 나는 검을 살짝 들어올려 그녀의 검을 쳐낼 것이다. 바로 상단세로 이어지고 검을 옆으로 흘린 채 내 가슴으로 들어올 비옥의 머리를 경쾌하게 칠 것이다. 검 끝은 정확히 비옥의 왼쪽 이마에 닿겠지.비옥은 긴머리를 가지런히 묶어 관자노리깨의 이마가 하얗게 드러났다. 내 검이 닿는 찰라 이마는 하얀 뼈를 보였다가 이내 붉게 물들 것이다.
짧은 흡기에 이은 어깨의 동선, 발구름이 예상보다 커지더니 비옥의 검이 내 오른머리를 겨냥해 들어왔다. 손목에서 머리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아니, 내가 주저 없이 검을 들어올리는 것으로 내 함정을 눈치챈 것이다. 비옥이 순간적인 왼쪽 발목과 무릎의 탄력으로 손목치기 때보다 검을 보다 크게 들어올렸다. 0.0001초 차이로 내 검은 비옥의 검을 만나지 못하고 허방을 쳤다. 그 사이 내 머리를 향해 득닥같이 내리긋는 비옥의 검이 섬광을 일으켰다. 허방으로 흐른 검선을 추스릴 새도 없었다. 여기에서 몸을 빼는 것은 자살과 같다. 할 수 있는 것은 비옥의 검이 기세를 타기 전에 막아내는 것뿐이었다. 비옥이 큰머리로 이미 깊게 들어오고 있었다. 호랑이 입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사나운 이빨을 지나 안쪽일 터. 상단세를 만들던 검을 사선으로 흘려들다. 태산처럼 무겁게 내려칠 그녀의 검을 내 몸 밖으로 흐려야 한다. 그러나 이미 기세를 탄 비옥의 검에는 이미 상당한 힘이 실려 있었다. 그 검은 내 검날 위에서 흐르지 않고 정확히 한 점을 내리쳤다. 양팔의 상완 전체가 흔들린다. 손에서 시작한 충격파가 펄꿈치로 발사되는 듯 뼈가 시큰하다. 검격의 충격과 함께 검과 검 사이 불꽃이 파박 일었다. 검 아래로 몸을 숨겼던 터라 검의 파편이 내 눈으로 쏟아지고 말았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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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벗님
01.14 · 61.♡.15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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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견뎌낼 수 있을 지, 바람처럼 밀고 들어가며 끝끝내 마지막 한 점에 도달할 수 있을 지,
그저 이 자리를 가만히 고수하고 있음은 이내 허물어지는 내가 되어갈 뿐,
고통이 더 깊이 밀려들기 전에 한 걸음, 그래 한 걸음을 더 앞으로 내딛어 봅니다.
재미있는 글 잘 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