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

상담하면서 느낀 점_45_초짜와 대가에 대한 단상(직감!)

페이지 정보

작성자 okdocok 211.♡.200.110
작성일 2024.06.27 09:33
155 조회
4 댓글
0 추천
글쓰기

본문

https://blog.naver.com/doctor_runner/223492804541


어제 강원도에서 간호사 선생님의 남편이 만든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밀가루 욕하면서 왜 먹냐고 하신다면 저를 잘못 이해하신 겁니다. 밀가루는 죄가 없습니다. 얼마나 자주, 많이, 필요이상으로 먹어서 건강에 영향을 주는 임계치는 평소의 식습관/운동/수면량 등으로 결정되는 겁니다. 문제는 어제 저녁에 강원도 출장 후 바이올린 레슨을 가야하다보니 와이프와 아이와 함께 김밥집에서 간단히 먹고 바이올린 레슨을 받으러 갔습니다. 어제 그저께 새벽 3시반에 일어나 운동하고 운전만 4시간을 넘게하고 출퇴근했고 컨디션이 떨어졌으니 라면이 땡기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바이올린 레슨 시 인지기능도 떨어져서 자세 교정도 주의로 4번이상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녁 8시부터 5시까지 푹자고 일어났습니다. 라면 까지 안 먹었으면 오늘 아침 컨디션이 더 좋았겠죠. 그래도 고품질의 많은 양의 수면덕분에 뛸만 했습니다. 하지만 얼굴에 붓기가 있었고 초반 10여분간은 약간 호흡조절이 안되었습니다. 보통 라면의 염분으로 라면의 해악을 설명하는 분이 있는데 밀가루의 글루텐의 장투과성증가, 밀가루에 의한 인슐린 저항성 증가로 인한 부종과 염분의 상승작용, 착향제, 착미제, 방부제, 온갖 첨가제의 유해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는 베타테스터가 된겁니다. 동물에게 10년먹어서 괜찮다고 해서 인간에게 100년간 먹여서 괜찮은 것을 증명할 수 없습니다. 직감의 영역은 논리적 추론으로 증명이 불가능합니다. 양자역학/상대성이론은 실제하지만 우리가 1920년에 대한 양자역학도 이해도 못하면서 전자제품과 핵폭탄까지 만들어도 데카르트/칸트적 사고과 언어체계가 인간의 한계입니다. 생각난 김에 직감에 대해서 제 생각을 써보겠습니다.


검진 시작전 급하게 그린 그림입니다.

전문의를 처음 땄을 때는 제가 능력이 출중한 것은 아니지만 군의관을 나왔을 때 교수제의를 여러군데서 받았습니다. 전문의에게 교수가 되라는 것은 문과계열학생에게 대학원가라는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누군가를 비하하는 의도는 없고 제가 특별히 잘난사람이 아니라는 걸 말씀드리기 위함입니다.

  1. 초짜 => 자신감 뿜뿜

전문의 1년차때는 제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가 빗금친 부분이 저정도라고 인식하였습니다. 배운 지식을 어마어마하게 과대평가하고 본인이 신이 된듯한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모든 수검자에게 미천한 지식으로 함부로 말하게 됩니다. 매일 같이 의학 지식이 1년마다 2배로 증가하니까 선배들보다 훨씬 많은 최신 지식으로 무장하였기에 자신감 뿜뿜 상태입니다. 그래서 펠로우시작하고 개원의 3년차쯤 되면(모두 비유적 설명입니다.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세상 무서울게 없습니다.


  1. 중짜 => 조심성이 많아지고 겸손해지는 시기


어느 순간 전문의10년차 쯤되어서 전문의 분과 5년차쯤, 개원의 10년차쯤 되면 흔히 말하는 세상 무서운 것을 알게 됩니다. 소송에도 휘말리고 아무 생각없이 보냈던 환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되거나 99%는 맞지만 1%의 오류라고 생각했던 것이 바뀝니다. 70%의 데카르트/칸트적 논리로 설명되는 논문으로 나오는 추론이 있고 약 30%는 논리로는 설명은 되지 않고 장이 꿈틀거리나 심장이 덜컹거리는 이상한 불쾌감이 올라오는 환자들을 찾아내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수준까지 가려면 일단 N수가 많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환자수가 많아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저수가 체제가 빛을 발하는 것입니다. 하루에 환자 8명씩 보는 연봉 30억짜리 미국의 심장외과의사 20년은 해야 얻게되는 통찰력을 하루에 30명씩 보는 연봉 1억짜리 한국의 심장외과의사가 5년도 안되어서 갖게 되는 겁니다.


미지의 세계가 훨씬 크다는 것을 알게되고 자신의 지식이 미천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빨간색으로 칠한 직감이 늘어납니다. 양이 질을 앞도 합니다. 도자기 학과이야기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작품 1개를 제출하라고 했던 클래스보다 작품 100개를 제출하라고 했던 클래스가 양질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보면 양은 질을 앞도합니다. 왜냐하면 논리적/추론적/데카르트/칸트적/기계론적 사고로 설명할 수 없는 상대성이론/양자역학이 실제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환자 거의 안보는 대학교수보다 개원가에서 미친듯이 환자보면서 끊임없이 발전하는 의사가 통찰력을 더 많이 갖게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개원가 의사들을 무시 못합니다. 실제로 수많은 임상이론은 일반 개원의 선생님들이 만들어냅니다. 다시말해서 핵물리학자는 어느 대학의 누가 1인자라고 말할 수 있지만 개원가에는 누가 1인자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만큼 인체에 대해서 인간이 아는게 없다는 것이겠죠. 그래서 의학 논문은 쓰기가 쉽습니다.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관찰연구이다보니 혼란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혼란변수가 수십가지에서 수억까지가 되기 때문에 그 의사가 처한 환자 풀에서 나오는 통찰이 특정 혼란변수를 제거해 주는 확률의 수가 무한대로 많기 때문입니다.


  1. 흔히 말하는 대가 => 조심성도 많고 겸손하지만 논문이나 일반적 기술을 통해서 설명할 수 없는 통찰력이 극대화된 상태


흔히 말하는 어느 대학의 어떤 교수가 A 질환에 대해서 해당 질환의 원인이 alpha인 경우에 한해서 대가라고 가정을 해봅시다. 의사들도 미지의 영역을 줄이고 싶어합니다. 인간의 본능이니까요. 그래서 계속 분과의 분과의 분과의 분과의…. 계속 분야를 좁힙니다. 아주 난리도 아니죠. 수많은 전문가가 모두 실제로 전문가 입니다. 다만 굉장히 특별한 경우에서 전문가가 됩니다. 그래도 그 분들 조차도 미지의 세계는 아직도 아는 것보다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특정한 상황의 환자 N수가 많아지고 수많은 혼란변수들을 고정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보니 어마어마한 직감/통찰력이 생깁니다. 이것을 이론화 시키고 논문을 쓰면 우리가 흔히아는 knowlege 지식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물리학에서 대단한 논문이 10년에 1번씩 나온다고 한다면 의학은 논문의 양이 1년에 2배쯤 증가할 겁니다. 맞습니다. 뭐가 맞는지도 모르는 거죠. 그래서 메타 아날라이시스라고 해서 논문을 다시 통합처리해서 논문의 정확도에 점수를 대충 줘서 가중치를 주고 해서 그나마 합의(여기서 논리적 합의가 중요합니다. 객관적 사실이 아닙니다. 합의 입니다.)한 내용을 논문으로 다시 냅니다.


그러한 것들을 수년간 보면서 매일매일 정진하고 공부하는 교수들이 있지만 개원의를 무시할 수 있을까요? 교수들앞에서 강의하는 개원의 많습니다. 왜냐하면 환자풀이 다르니까요. 대학병원에 오는 환자와 개원가에오는 환자가 주는 통찰력의 종류가 다를 뿐 수준의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분야가 비슷할 겁니다. 어느분야 이든 장인 정신으로 달인이 되는 모든 분은 존재합니다. N수가 많아지기만 하면 누구나 달인이 되지는 않습니다. 1년간 진료를 발전없이 똑같이 1년짜리 10개, 10년을 할 수도 있고 1년째, 2년째, 3년째…. 매년 발전하여 10년간의 경험이 쌓이는 진료를 똑같은 진료환경에서 자신의 껍질을 계속 깨어내면서 발전하는 진료를 하는 의사도 있습니다.


출근을 하면서 불특정 다수에게 온갖 욕을 하면서 신경질적으로 청소를 하시는 환경미화원이 있습니다. 그분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들고 있던 테이크 아웃 플라스틱 커피컵을 자신에게 달라고 공손히 말씀하시는 영웅도 존재합니다. 익숙하고 편한것을 하고 있다면 무언가 잘못된겁니다. 힘들고 앞을 볼 수 없고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면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 겁니다. 항상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https://blog.naver.com/doctor_runner/223492804541

okdocok Exp 18,974
75%

댓글 4 / 1 페이지

제냔님의 댓글

작성자 no_profile 제냔 (223.♡.34.85)
작성일 06.27 09:48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18 럭키포인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okdocok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okdocok (211.♡.200.110)
작성일 06.27 10:00
@제냔님에게 답글 재미있으면 일단 해낸겁니다. 재미없는 진리는 없으니까요^^

냐옹냠냠님의 댓글

작성자 냐옹냠냠 (118.♡.225.84)
작성일 06.27 13:05
내과  내분비신가요?

okdocok님의 댓글의 댓글

대댓글 작성자 okdocok (180.♡.182.76)
작성일 06.27 18:56
@냐옹냠냠님에게 답글 내과는 아니에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쓰기
전체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