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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선생님께 보내는 여덟 번째 편지 : 시시하게 산다고 시시한 존재는 아니다.
HeeyaArborm

Lv.1 HeeyaArborm (115.♡.148.24)

2026년 5월 8일 PM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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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100% 창작을 통해 만들어진 허구입니다.

지명, 인물명, 단체명이나 사건명들이 실존하거나 실제와 비슷한 경우가 있더라도 그것은 완전히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 격주(26.05.10)로 연재될 예정입니다.


첫 편지 : 

https://damoang.net/writing/4592

두 번째 : 

https://damoang.net/writing/4613

세 번째 :

https://damoang.net/writing/4616

네 번째 :

https://damoang.net/writing/4648

다섯 번째 :

https://damoang.net/writing/4675

여섯 번째 :

https://damoang.net/writing/4695

일곱 번째 :

https://damoang.net/writing/4769

등장인물

Q선생님 : 40대 후반의 여성. 화자인 ‘경숙’에게 글쓰기를 가르쳐준 선생님. 지금은 남편과 미국에서 살고 있다.

경숙 : 50대 초반의 여성. 편지를 쓰는 주인공. 그린아크 초원 아파트로 이사해 겪은 기묘한 일들을 Q선생님에게 쓰고 있다.

(똑순이) 소라 : 40대 후반의 여성. 경숙의 하우스메이트. 개를 좋아하며 경숙 때문에 간접적으로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

초코·세라 : 경숙의 강아지. 경숙과 소라의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둘의 자식 같은 존재.

이무백 : 40대 후반의 남성. 경숙의 전 연인. 사채로 돈을 많이 번 부모 밑에서 자랐다. 다정하고 유약한 남자.

경숙엄마 : 70대 중반의 여성. 경숙과 전형적이면서도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엄마. 서로 많이 다른 듯, 닮았다.

강현주 사무국장 : 40대 중반의 여성. 우리가족 협동조합의 사무국장. 경숙이 그린아크 공동체운영위원회와 갈등을 겪을 때 많은 도움을 준다.

(방귀남) 여종민 : 50대 초반의 남성. 초동 인근 커피숍에서 일하고 있으며, 사람이 없을 때 방귀를 뿡뿡 뀌어대는 모양이다.

손호영 : 30대 중후반 남성. 그린아크초원 공동체운영위원회의 2대 회장. 2022년 10월 달에 회장이 되었다. 누가 봐도 추남이다. 다행히 옷은 잘 입는다.

<시시하게 산다고 시시한 존재는 아니다.>

Q선생님의 따뜻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키보드를 두드리는 제 손가락을 깃털처럼 가볍게 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주책맞게 그 때 왜 눈물이 핑- 돌았는지....

선생님이 같이 여종민씨를 나무라주신 것도 너무 좋았고, 제가 어떤 방향으로 편지를 쓰든 우리 둘만의 소중한 추억이니 원하는 대로 하라는 말씀도 큰 힘이 되었어요.

우리는 늘 시시한 얘기를 하며 시시하게 살아가지만,

그렇다고 우리 인생마저 시시한 건 아니잖아요.

아- 선생님은 역시 글쟁이가 맞나 봅니다. 저는 저런 식으론 생각 못하겠어요. 그렇지만 저 말씀을 듣는 순간 공감했답니다. 우린 시시해요. 그렇지만 우리 존재는 시시하지 않죠.

더불어 솔직함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어요. 우리는 서로에게 어디까지 솔직할 수 있을까? 그런데 Q선생님과 통화를 나누는 순간, 나는 이분한테 내가 원하는 만큼 솔직해도 되겠다, 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설령 그래서 선생님이 저한테 실망하신다고 해도, 그것이 저를 억측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절 온당하게 바라봐서 그렇게 평가하신 것일 테니, 그 또한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릉, 부릉, 부르릉~

그래서 제 손가락에 시동이 걸리네요. 호호호. 이 상태면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자유로워졌으니까요.

제가 오늘 편지에서 제일 먼저 언급하고 싶은 인물은 바로,

손호영 전 회장입니다.

우리 아파트에서 벌어졌던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 모두 손호영 탓이라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는 그 사건들 어디에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죠. 그리고 그때 그가 맡았던 직책이 바로 공동체운영위원회의 회장이고 임차인대표회의(동대표 모임) 의장이었으니까요.

이 아파트에서 벌어졌던 사건을 언급하려고 하니, 벌써 제 오장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느낌이 드네요. 일단 사건을 명명하고 기간과 그 안에서 벌어졌던 요소들을 간략하게 말씀드리고 시작할게요.

첫 번째 사건은 ‘반려견 카페 동반출입 건의과 관련 된 일련의 무례함 건’입니다.

이 사건의 시작은 아주 심플해요. 봄이 오기 전 추운 날씨의 2022년도 초원동에는 반려견과 함께 머물 실내 공간이 없었습니다. 도보권에 슈퍼마켓도 카페도 없을 때였어요.

마침, 우리 아파트에는 따뜻하고 분위기 좋은 바리스타 카페가 있었지만, 반려견 절대 출입 금지였습니다. 우리 멍냥수다방 어떤 회원은 테이크아웃하러 갔다가 너무 추워서 이중문 바깥에서 강아지를 안고 서서 기다리는데, 직원이 달려와 여기도 실내라서 절대로 안 된다며 쫓겨난 일도 있었죠.

그래서 멍냥수다방에는 그것이 현안이었고,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저는 이 현안을 지난 편지에 언급했던, ‘커뮤니티센터관리단(줄여서 CM관리단)’의 회의가 있는 날 조심스럽고 예의 바르게 꺼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 편을 들어줬고, 심지어 분개하는 분도 있었어요. 요즘은 반려동물도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얼마든지 요령(특정 시간에는 출입을 통제하거나, 머물 수 있는 구역을 정한다거나 등등)껏 같이 지낼 수 있을 텐데 이런 일방적인 금지는 너무하다고요.

당시에는 몰랐는데 이 사안은 그 자리에서 사무국장이 ‘그럼 이제부터 동반을 허용하겠습니다~ 땅땅!’으로 결정할 수 없는 거였어요. 공동체운영위원회에서 관리하는 공간이니 위원회에서 논의해 어떻게 결정할지, 그 방식부터 정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알고 있어요. 민주주의는 시끄럽고, 때때로 긴 시간을 요구한다는 걸...

입주 전에 시행사 소셜웨이브에서 커뮤니티디자인팀이라고 입주예정자들 중에서 커뮤니티센터 공간을 디자인하고, 용도와 사용 규칙을 정하는 그룹을 만들 때 저는 참여하지 않았어요. 거기서 반려견 출입 금지를 결정했는데, 그때 그 그룹에서 활동하지 않았던 저나 소라의 무심함이 원죄이니 입주 후에는 얌전히 결정을 기다리는 게 제 도리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2022년 봄에 제가 했던 제안에 대한 응답은 다음 해의 봄, 사무국장 역할을 하던 최초의 상임위원과 손호영 회장을 번갈아 만나는 걸로 끝납니다. 아무런 소득 없이요. 그 후로 격렬하다면 격렬하고, 지리멸렬하다면 지리멸렬한 싸움이 시작되었고요. 생각해 보면 웃겨요. 고작 동네 카페에 강아지 데리고 가게 해달라는 철(?)없는 제안에서 시작된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인간사 모든 갈등과 대립의 근본 원인은 ‘빈정이 상해서’잖아요.

손호영을 비롯한 공동체운영위원회의 권력자(.. 아이고, 비루하고 가소로와라...)들이 저를 빈정 상하게 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권한을 권력처럼 휘둘렀으며, 공동체를 내세워 자신들의 욕망과 무능을, 부여되지 않은 권한을 정당화하는 걸 봤으니, 그들도 저도 서로 상처가 나게 부딪히게 되었답니다. 그들 역시 저의 공격에 빈정 상해버렸으니까요.

저는 어째서 사태가 이렇게 치달았나를 자주 생각하고 분석했습니다. 싸우는 도중이었기에 상대의 수를 예측하기 위해서도 분석이 필요했고, 이 불필요한 갈등의 이유를 멀리서 냉철하게 바라보기 위해서도 분석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분석을 위해선 자료가 있어야 했고요.

손호영에 관한 자료는 본인이 직접 아파트온라인카페나 SNS에 올린 것들이 꽤 있었고, 또 그의 사업 때문에 발생한 언론과의 인터뷰 흔적들도 있었어요. 또 그린아크초원 특별운영위원회 회장이라는 일종의 공적 직책을 맡았으니, 그를 근거리에서 지켜본 사람들이 다양한 정보를 주었구요.

손호영은 2022년 당시 30대 후반의 기혼남성으로 충청도에서 아내와 함께 살며 조그만 지역밀착형 기업 몇 개를 운영하다가 그린아크초원에 입주했어요. 자기가 대표인 법인을 두세 개쯤 가지고 있는 듯했습니다만.... 제가 알아본 바로는 상당수의 중소형 지역 밀착 기업들 마냥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유무형 지원으로 어찌어찌 사업은 시작했으나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거기다 보수정권이 들어서 각종 지원과 혜택을 거의 멸종 수준으로 없애버리는 바람에 상당히 고전하는 걸로 추측되었어요.

위의 설명은 그저 그를 둘러싼 외피에 불과합니다. 사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죠. 오히려 나열된 사실들 사이에 존재하는 맥락을 살펴야 합니다.

손호영은 운영위원장(회장), 동대표회의 의장이 된 이후로는 아파트온라인카페에 거의 아무런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마을행사때도 최대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요. 제가 만났을 때 물었을 정도예요.

“당신은 왜 회장이 되었는데, 회장으로서 인사를 하거나 어떤 공동체로 운영하겠다는 식의 의례적인 포부 글도 쓰지 않았나요?”

저는 그게 정말 궁금했거든요. 그는 이상하게 대답했어요. 한숨 한번 쉬더니, 그때 저도 글을 쓰려고 했었는데, 여러 상황이 있었어요... (넌 잘 모를 거야. 그런 일이 좀 있었어~ 라는 뉘앙스...) 라고요.

그 대답을 듣고 좀 어이가 없었어요. 그 사정이 내 알바냐고요? 보통 우리가 어디서 허접한 감투나 완장이라도 하나 얻으면 ‘감사합니다~ 잘해보겠습니다~’라고 하는 게 상식이잖아요? 그래도 500세대가 넘는 아파트의 공동체운영위원회의 회장이라는, 특별하다면 특별한 직책을 맡았는데, 한 마디 인사도 없는 게 더 이상하지요.

손호영과 만났을 때 묻지 않았던 건, 왜 동대표와 회장이 되기 전에는 그렇게 활발하게 카페에 글을 쓰고 댓글을 달고 인사를 나누고 모임을 제안했던 사람이 갑자기 모든 ‘소셜’활동을 멈췄냐는 거예요. 얼핏 생각하며 반대가 맞는 거 같은데 말이죠.

이에 대해선 어디까지나 저의 촉이고 감이지만…. 저는 손호영이 ‘보통 입주민’이던 시절에 쓴 글과 활동을 살피다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저요, 저요! 저, 여기에 있어요~!’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러면 논리적으론 말이 되죠. 자리를 차지하기 전에는 여러모로 불리했어요. 나이도 젊고, 이력도 보잘것없고, 능력도 증명되질 않았지만 목표했던 회장 타이틀을 손에 쥐어 목표를 이뤘으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고 하면 말이 되잖아요.

아아, 그렇구나.... 회장이 되어서 뭔가를 이루려고 존재감을 피력하는 노력을 한 게 아니라, 그저 회장이 되고 싶어서 ‘저 여기 있어요~’라고 노력한 거구나... 라고 저는 결론 내렸답니다. 그래도 의문이 시원하게 가시진 않았어요.

대체 저 자리가 뭐라고? 싶은데, 이런 류의 협회, 연맹, 민간위원회 같은 곳의 생리를 좀 아는 분, 그러니까 강현주 사무국장 같은 사람의 얘길 들어보니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며 공동체를 추구하는 아파트의 운영위원회 회장이면 관련분야에서 꽤 대접받을 수 있고, 이력서에 한 줄 넣으면 근사하게 봐준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당시 운영위원회와 대립하는 가운데에 거기 위원 개개인의 개별적 캐릭터를 파악하려고 애썼는데, 손호영에 관해선 두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하나는 비슷한 분야에서 일하는 비슷한 나이대의 남성이 해준 말이었어요. 그는 우람한 몸매에 말투가 단호한 사람이었어요.

“손호영은.... 어디 가서 대리도 못할 사람입니다. 그래서 사업하는 거예요.”

손호영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만나서 대화도 나눠보고나니 저 역시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리고 다른 문장은... 사실 이 문장을 이 편지에 쓸 수 있을지 없을지를 엄청 고민했어요. 그치만 제가 못생긴 사람이라는 사실과 이 편지가 둘만 보는 사적인 고백의 장이라 솔직하게 씁니다.

“손호영... 진짜 못생겼네! 나, 진짜- 깜짝 놀랐어. 와~”

.... 여러 사람 멕이는 거 같은데, 뭐 어떻습니까? 저 말은 똑순이 소라가 손호영을 처음 보고 와서 저에게 한 말입니다. 물론 저는 그 말을 듣고 버럭 했어요.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면 안 된다고요. 그랬더니 소라가

“그럼 언니는 쟤가 보통이거나, 아니면 살짝만 못생겼다고 생각해? 진심으로?”

이러는 거 있죠...? 저는 할 말을 잃고 그저 웃었습니다. 허허허.

솔직히 손호영은 처음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못생겼습니다. 그래도 헤어스타일이 근사해요! 센스가 있어서 옷도 잘 입고요. 키가 좀 작아서 그렇지 저처럼 뚱뚱하지도 않아요.

손호영이 회장으로 한 짓이 괘씸한 거지 그의 외모는 논외죠. 근데 저는 그가 그것도 이용했다고 봐요. 적어도 그는 (핸섬하진 못해도, 혹은 핸섬하지 못해서) 지적인 사람일 것이라는... 일종의 훼이크... 실제로 그는 특정 단어를 주워섬겨 어떤 사안을 설명하거나 상황을 빠져나가는 특기가 있을 뿐이에요.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세심하고 다정하고 영민한 사람처럼, 때로는 여리고 섬세한 사람처럼 이미지메이킹을 하는 게 빤히 보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런 손호영을 보며 제 생각을 합니다. 저도 그렇거든요. 미모와 몸매가 없는 대신, 유머러스하고 박학다식한 (척 하며) 제 자신을 과시하는 일을 저도 하니까요.

아아- 그린아크 초원에 바보천치멍충이스노브(Snob)1) 폴더가 있다면 저와 손호영은 나란히 들어가야겠어요.

제가 파악한 바로 그는 세심하거나 영민하지도, 여리거나 섬세하지도 않아요.

무능하고 게으르고 욕심이 많죠.

저는 이것이 그가 회장을 맡으며 아파트에 소란을 불러온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2025년 9월

아직 햇살이 즐길만한 가을날의 초원동에서 경숙 씀


1) 고상한 취향을 과시하는 '속물' 또는 '젠체하는 사람'을 뜻하는 경멸적 표현. 주로 교양 있는 척하거나 특정한 문화적 수준을 가진 척하는 사람에게 쓰는 단어.


아홉 번째 :

https://damoang.net/writing/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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