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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선생님께 보내는 아홉 번째 편지 : 모두들 핑크빛 미래를 그렸답니다.
HeeyaArborm

Lv.1 HeeyaArborm (115.♡.148.24)

2026년 5월 19일 AM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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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100% 창작을 통해 만들어진 허구입니다.

지명, 인물명, 단체명이나 사건명들이 실존하거나 실제와 비슷한 경우가 있더라도 그것은 완전히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 격주(26.05.10)로 연재될 예정입니다.


첫 편지 : 

https://damoang.net/writing/4592

두 번째 : 

https://damoang.net/writing/4613

세 번째 :

https://damoang.net/writing/4616

네 번째 :

https://damoang.net/writing/4648

다섯 번째 :

https://damoang.net/writing/4675

여섯 번째 :

https://damoang.net/writing/4695

일곱 번째 :

https://damoang.net/writing/4769

여덟 번째 :

https://damoang.net/writing/4798

등장인물

Q선생님 : 40대 후반의 여성. 화자인 ‘경숙’에게 글쓰기를 가르쳐준 선생님. 지금은 남편과 미국에서 살고 있다.

경숙 : 50대 초반의 여성. 편지를 쓰는 주인공. 그린아크 초원 아파트로 이사해 겪은 기묘한 일들을 Q선생님에게 쓰고 있다.

(똑순이) 소라 : 40대 후반의 여성. 경숙의 하우스메이트. 개를 좋아하며 경숙 때문에 간접적으로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

초코·세라 : 경숙의 강아지. 경숙과 소라의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둘의 자식 같은 존재.

이무백 : 40대 후반의 남성. 경숙의 전 연인. 사채로 돈을 많이 번 부모 밑에서 자랐다. 다정하고 유약한 남자.

경숙엄마 : 70대 중반의 여성. 경숙과 전형적이면서도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엄마. 서로 많이 다른 듯, 닮았다.

강현주 사무국장 : 40대 중반의 여성. 우리가족 협동조합의 사무국장. 경숙이 그린아크 공동체운영위원회와 갈등을 겪을 때 많은 도움을 준다.

(방귀남) 여종민 : 50대 초반의 남성. 초동 인근 커피숍에서 일하고 있으며, 사람이 없을 때 방귀를 뿡뿡 뀌어대는 모양이다.

손호영 : 30대 중후반 남성. 그린아크초원 공동체운영위원회의 2대 회장. 2022년 10월 달에 회장이 되었다. 누가 봐도 추남이다. 다행히 옷은 잘 입는다.

우지현 : 40대 중반의 남성. 그린아크초원 공동체운영위원회의 초장기 위원이자 첫 상임위원으로 사무국장 역할을 맡았다.

큐9화 이미지.png

<모두들 핑크빛 미래를 그렸답니다.>

Q선생님, 초코 미용사진 보시고 걱정하셨잖아요. 근데 초코는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홀딱 벗겨놓아도 편안하게 잘 지낸답니다. 물론 일교차가 커서 저녁에 옷을 입혀요. 소중한 내 새끼, 감기라도 걸리면 맘(지갑도) 아프니까요.

초코를 요맘때쯤에 삭발 상태로 만들어둬야 푹신하고 빵빵한 털로 한겨울을 날 수 있어요. 그에 반해 세라는 사시사철 털코트를 두루고 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초코보다 추위도 더위도 덜 타서 그냥 놔둬도 되고요. 물론... 세라의 존재감은 어마어마하죠. 저랑 소라는 세라한테 가끔 하느님이라고 해요. 왜냐하면 어디에나 있거든요. 가구 뒤, 침대 밑, 방구석 어딘가에 세라의 털뭉치가 있어서 절대로 세라의 흔적은 지울 수가 없답니다. 털갈이 시즌에 청소를 며칠 안하기로 하면 총잡이 서부영화에서 굴러다니는 회전초처럼 털뭉치가 굴러가는 불상사가 발생할 정도죠. 그래서 전 늘 세라를 보며

“넌 내 생애 마지막 스피츠란다... 앞으론 절대 스피츠를 키우지 않을테니까...”

라고 다짐한답니다.

저에게 너무 소중한 세라와 초코, 저는 한 겨울 우리 강아지들을 데리고 아파트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싶었습니다. 멀리 나가기도 귀찮고, 멍냥수다방 회원들도 편하게 만나고 싶으니까요. 그래서 지난 편지에 말씀드렸듯 사무국이 동아리 회장들을 불러 만든 커뮤니티센터 관리단의 단원이 되었을 때 동네 카페에 반려견 출입을 허용해달라고 했답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 2022년 5월경 당시 임시사무국장은 떠나고 새 사람이 사무국장 역할을 맡게 되었어요. 제 건의는 새로 올 사무국장이 공동체운영위원회에서 정리할 거라고 하더군요. 그때가 손호영이 회장으로 막 취임했을 때인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당시의 저는 공동체위원회의 존재도 잘 몰랐고, 그린아크 초원아파트의 조직 체계에 대해 완전히 무지했어요. 커뮤니티관리단에서 얼굴을 맞대고 회의를 하니까 아, 이 조직에는 실무을 위한 상근 사무국장이란 게 있구나, 정도만 알았죠.

새 사무국장은 공동체운영위원회의 위원 중 한 명인데, 상임위원으로 사무국에 근무하는 형식이었어요. 이 새 사무국장이자 상임위원이 오늘 얘기할 우지현이랍니다.

우지현은 40대 중반의 기혼 남성이고,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를 넷이나 키우고 있어요. 저는 이 사람을 입주 초부터 분명하게 기억했어요. 몇 가지 인상적인 이미지들이 있었거든요. 첫 번째는 맥주에요. 아파트에 입주할 때 지인들과 함께 이사를 왔는지 어울리는 사람들이 있었고, 단지 안에 조성된 벤치나 테이블에서 야외 맥주를 즐기는 모습을 자주 봤어요.

그 모습을 무심히 지나쳤지만,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뭐랄까? 학기 초에 다들 서먹한데 몇몇이 친목을 과시하는 모습을 볼 때의 느낌과 비슷했어요. 그렇지만 우린 성인이고 우지현과 그 친구들이 배타적으로 행동하진 않아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죠. 물론 아이들도 다니는 일종의 공공장소에 맥주를 마시는게 괜찮을까? 라는 점은 지금도 논쟁거리라고 생각하긴 해요. 물론 저는 찬성입니다. 가벼운 맥주 한 캔 정도야... 저 한국인이잖아요. 호호.

우지현이란 인물의 두 번째 이미지는 ‘존재감 드러내기’였어요. 우지현은 당시에 ‘지구환경동아리’라는, 동아리의 부회장이었어요.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동아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설명으로는 쓰레기 재활용에 앞장서고, 아이들이 함께 자전거를 이용하고, 꽃과 식물들을 키우는 활동을 한다고 했어요. 설명을 그대로 옮겨적었지만 지금도 ‘음...’ 싶은 동아리네요.

타이틀은 부회장이었지만 우지현의 평소 태도와 몸짓, 말투는 그가 실세라고 말해주었죠. 우지현은 회장 대신 CM관리단 회의에 늘 참석했어요. 우지현은 안건을 논의할 때 늘 자신이 회의를 주도하고 마무리 지으려고 했어요.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고, 적절하게 그러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이 사람은 늘 그런 행동을 해서 사실 전 좀 별로였어요. 어떤 때는 대단한 아이디어인냥 실현 불가능한 걸 던지고 마무리하려고 할 때도 종종 있어서 제가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이래저래서 좀 어렵겠다.’고 반대를 한 적도 꽤 있었어요.

그래서 그가 상임위원으로 사무국장이 되기 전까지 저는 ‘캔맥주’와 ‘존재감 드러내기’로 그 사람을 기억하고 있었죠.

우지현이 새 사무국장으로 오고 두어달이 흘렀는데도 동네 카페의 반려견 출입문제는 아무런 언질이 없었어요. 한달을 꽉 채우고도 꽤 지나서 저는 이 정도면 충분히 인내심을 발휘했다 싶어 사무국에 전화를 했습니다. 저는 이 연락이 민원처럼 들릴까봐 굉장히 조심했어요. 저는 궁극적으로 우리 개들이 동네에 잘 어울려들길 원하지, 내일부터 당장 카페를 이용하겠다가 목적은 아니었으니까요.

전화를 받은 사무국 직원이 우지현을 바꿔줬고 우지현은 제 용건을 마치 생전 처음 듣는다는 것처럼 반응했습니다. 저는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전임 임시 사무국장이 분명히 인수인계를 꼼꼼히 했다고 저한테 말했었거든요. 어쨌거나 우지현은 한번 만나자고 하더군요.

며칠 후 저와 당시 멍냥수다방의 열의가 넘치는 회원 두 분, 우지현과 사무국 지원 두 사람까지 해서 총 여섯명이 동네 까페에서 만났습니다. 희안하면서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사는 동네의 어떠한 정책을 바꾸기 위해 동네 카페에서 이웃 대여섯명이 만난다는 건 제 인생 통틀어 경험한 적 없는 일이거든요.

그 자리에서 만나 우지현은 나름 야심가의 면모를 보여줬어요. 우리 아파트단지를 플랫폼으로 해서 마을기업을 육성하고 싶다 뭐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사실 우리 주제에서는 좀 엇나간 얘기라 저와 멍냥 회원 두 사람은 벙쪘어요. 강아지 카페 출입여부를 상의하자고 본 거니까요. 물론 첫 ‘공식’만남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 적당히 추켜올려주었어요.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마을 기업이란 게 생기면 좋다고 생각하니까요.

어쨌거나 우지현을 다시 현실로 끌고와 저희의 희망을 얘기했습니다. 가만히 듣던 우지현은 거래를 제안했어요. 안그래도 아파트 단지에 개들 관련 민원이 많다, 개들 똥을 안치고 줄을 제대로 안풀고 다니고, 앞 단지 공사가 곧 끝나 입주가 시작되면 거기 사람들도 개를 끌고 산책 올 거 같은데 그거까지 관리할 생각을 하니 골이 아프다... 이런 식의 자기 고충을 풀어내더군요.

솔직히... 그 말을 듣고 기분나빴습니다. 우린 그냥 개 고양이 좋아하는 동네 주민 동아리일 뿐인데 왜 우리가 몰지각한 사람들의 잘못까지 개를 키운단 이유로 뒤집어써야하는지도 모르겠고, 옆 단지에서 놀러오는 게 뭐가 그리 문제인지도 모르겠더군요.

우지현은 자기 말을 마치고, ‘멍냥수다방이 이런 상황에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라고 했습니다. 즉 똥치우기, 줄 잘매기, 같은 펫티켓 캠페인 같은 걸 좀 하란 뜻으로 들렸어요. 저는 난감했습니다. 우린 일개 동아리이고 사실 우리 회원들끼리도 아직 친목을 다지는 중인데, 전 아파트를 상대로 펫티켓 캠페인을 우리 보고 하라고...? 같이 하자는 것도 아니고...??

원래 우지현의 캐릭터답게 이야기가 중언부언 뻗어나가려고 할 때쯤, 제가 정리를 했습니다. 우리는 일개 동아리고 심지어 회원 간의 친목도 이제 다지는 단계다. 우리가 지금 당장 펫티켓 캠페인을 하는 건 여러모로 어렵다. 대신 아파트 내의 모든 반려인을 상대로 유익한 강의나 원데이클래스를 열어 반려인들끼리 얼굴을 익히는 시간을 몇 차례 가질테니, 사무국이 적극적으로 도와주면 어떻겠냐고 물었습니다. 동아리 주최의 행사보다 아파트 사무국이 후원 주최하는 게 모양새도 보기 좋고, 실제로 우리의 자원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진행비와 커뮤니티 공간에 대한 사용권을 가진 사무국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우지현은 제 말에 동의했습니다. 거래가 성립된 것이죠.

멍냥수다방이 사무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단지 내 반려인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행사를 몇 차례 열고 그 후 반려견 카페 출입을 논의하자고요.

같이 동석했던 멍냥수다방 회원 두 분은 좀 당황했어요. 동네 사람들끼리 캐주얼하게 만나 상식적인 의견교환을 할 줄 알았던 자리가 일종의 거래가 된 셈이니까요. 그래도 열의가 불타올랐어요. 내 새끼들이랑 카페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실마리가 생긴 셈이니까요.

Q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제가 엉덩이가 좀 가볍습니까? 회원들과 한 사흘 만에 어떤 강좌와 클래스를 어떤 방식으로 열지 순식간에 기획했습니다. 한 달에 한 개씩 석 달 동안 진행하고 동아리 멤버들이 다 같이 열심히 홍보하기로 했어요. 화기애애했어요. 아파트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도 있었고, 꽤 보람 있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적어도 이렇게 석 달을 보내고 나면 사무국과의 관계도 나름 쌓일 것이고 명분이 생겼으니 공동체운영위원회에서 카페에 반려견 동반출입논도 진행될 거고, 행사가 잘 되면 동네 여론도 우리 편이 될 거라고 모두들 핑크빛 미래를 그렸답니다. 아마 그 중에서는 제가 제일 크게 그런 미래를 그렸을 거에요. 호호호.

2025년 10월

어느덧 가을임을 깨달은 경숙 씀

추신 : 살짝쿵 양심에 찔려 Q선생님께 고백하는데, 저... 이 편지를 종민씨한테도 보여주고 있어요. 종민씨가 이런저런 도움 되는 이야기를 꽤 해주는 편이라... 사람이 보기보다 쓸모가 있더라구요. 혹시 기분 나쁘시면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열 번째 :
https://damoang.net/writing/4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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