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큐멘터리] 오늘도 호시탐탐 #10 - 고양이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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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님들은 다들 잘 알고 계실 거예요. 야옹이들을 위해 집사의 기대를 담은 아이템 따위는 언제든지 외면당하거나 다른 쓰임으로 사용되기 마련이라는 걸요. 야옹이들이 대구로 전입신고를 하면서 부랴부랴 마련한 아이템 중 하나가 원형 스크래처였어요. 두 야옹이 모두 발톱을 잘 갈아주기를 바랐지만 탐이는 원형 스크래처를 무서워해 아예 들어가지를 않았고, 호시는 그 안에서 그냥 잠이 들고 말았어요.
제법 시간이 지난 후에는 본래 용도로 사용이 되긴 했습니다만…
야옹이와 함께하는 삶에는 집사의 의도가 전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도 실망할 겨를이 없어요. 호시가 처음 스크래처 안에 들어와 모로 드러누웠던 순간, '처음'을 기록하고 무척 좋았던 장면. '(연작) 고양이의 시간'의 탄생입니다. : )
(연작) 고양이의 시간은 7년간 여러 사정이 있었던 까닭에 원형 스크래처에 들어가는 빈도가 점점 줄어들기도 하고, 잠깐 스크래처가 없었던 기간도 있었지만, 호시가 처음 집사와 함께 살게 된 시점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시간에 관한 기록'입니다. 위의 사진들은 비슷한 모습은 제외하고, 최대한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게 차례대로 간추린 약식-모음이고요. 첫 시작이 호시와 함께였으므로 'ver. 호시'가 오리지널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평소 집사는 '문명과 문명의 충돌', '문화와 문화의 갈등', '시간(선)과 시간(선)의 겹침'에 관심이 많아요. 언젠가 더 자세하게 다룰 기회가 있겠지만, 다르게 풀어보자면 사람과 사람의 만남, 새로운 세계(영역)를 배워나가기, 이종 간의 연결이에요.
숫자, 계량화로 '공간화된 시간'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시간-표현에 관심이 많은 집사는 스크래처에 처음 들어간 호시의 모습이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보였어요. 김호시가 스크래처에 들어가면 마치 새로운 세계로 접속하고, 밖으로 나가면 접속이 끊기는 느낌이었달까요?
게다가 그 기록의 관계체가 김호시라면? 덤으로 귀여움의 한도 초과를 경험할 수 있어요. : )
보자마자 안에 들어가 모로 누워버린 김호시와는 달리 매우 신중하고 의심 많은 성격인 고탐탐 씨는 원형 스크래처 안에 들어가는 데 제법 시간이 걸렸어요. 호시만큼 좋아하지도, 자주 들어가지도 않았던 까닭에 상대적으로 사진 수도 적어요. 'ver. 탐탐'은 고양이의 시간-외전에 해당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탐아. 너는 어쩜 이리 예쁘니?"
"태어날 때부터 예뻤다옹!"
기록의 수로 보면 'ver. 탐탐'보다도 더 적은 고양이의 시간 외전의 외전 격인 'ver. 호시탐탐'입니다. 원형 스크래처가 좁아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귀한 장면들이에요. : )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지만 똑같은 야옹이들 맞습니다. 진짜 맞아요. ;ㅅ;
(연작) 고양이의 시간은 '호시'의 다양한 표정과 자세를 순환하는 시간의 흐름처럼 표현하는 것으로 시작했어요. 또한 상황이 허락할 때마다 아주 가끔 '탐탐'이나 '호시+탐탐'을 함께 담아냈고 타임라인과 배경의 변화에 몇 차례 변곡점이 있었어요. 모든 '고양이의 시간' 사진은 집사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특별함으로 다가오지만 지금 이 15장의 사진들은 우연에 우연에 우연이 겹쳐 만난 장면들인데 집사가 무척 아끼는 사진들이에요.
“우리는 어떻게 시간을 인식하는가?”라는 질문은 저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사진을 꾸준히 하는 이유도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시계의 숫자로 측정되는 공간화된 시간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시간을 감지하고 인식하려는 방법의 하나입니다. 작은 범위에서는 색온도나 냄새의 차이를 파악하는 것이고, 큰 범위에서는 나와 다른 존재의 생활주기나 고유의 특성을 관찰하는 과정이 그러합니다.
(아주 추상적인 동시에 구체적으로) 야옹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사는 건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시간을 경험하는 것이에요. 호시와 탐탐이를 꾸준하게 기록하는 것은 집사의 작은 의무라고 생각하는데, 그 기록 중 <고양이의 시간> 사진들은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에요. 아마도 후에 사진들을 조금 더 크게, 혹은 다른 배열로 풀어볼 날이 있을 것이므로 오늘은 이 정도로 마무리할까 해요.
다모앙에 있는 모든 고양이와 집사님의 즐겁고 건강한 시절을 응원하며 다음 글에서 또 뵙겠습니다. : )
P.S
- 팔불출 집사의 개인적인 의견과 인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까닭에 객관적인 사실은 아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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