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큐멘터리] 오늘도 호시탐탐 #20 - 시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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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클라인의병 117.♡.226.185
작성일 2025.01.01 20:54
분류 생활문화
272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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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주, 203, 저마다 다른 표정>


우당탕탕탕!


문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어요. 호시와 탐탐이는 저마다 다른 표정으로 카메라 셔터 위에 놓인 집사의 집게손가락을 맞이했죠. 반셔터로 금세 초점을 맞추고 이내 셔터를 눌렀을 때 의도치 않은 호시의 윙크와 탐탐이의 놀란 눈동자가 사진에 담겼어요.


야옹이들 사진은 ‘집사의 의도’가 얼마나 포함되었는지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뉘어요.


첫째. 앞선 <오늘도 호시탐탐> 글에서 소개한 #5 - ‘(연작) 창가의 김호시’, #10- ‘(연작) 고양이의 시간’은 야옹이들의 행동을 충분히 관찰하고 안정된 환경을 갖춘 다음 찍는 사진이에요. 많은 변수를 미리 결정하고 여러 번 셔터를 누르므로 의도한 장면이 담길 가능성이 높아요.


둘째. #16 - ‘(연작) Cat stand-ups’처럼 야옹이들이 두 발 서기를 했을 때처럼 특정 조건이 하나 갖춰지면 사진을 찍는 경우에요. 의도한 장면을 담기 위해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한 형식의 사진을 얻을 확률이 높아요.


두 경우는 한 장의 사진을 잘 찍는 것보다 비슷한 유형의 장면을 계속해서 쌓아가는 데 의미가 있어요.


셋째. <10+31주, 203, 저마다 다른 표정> 사진은 집사의 의도를 담을 수 없는 종류의 사진이에요. 야옹이들의 패턴을 예측하지 않고, 준비 없이 말 그대로 순간을 잡는 사진이죠. 아마 비슷한 장면을 담기는 어려운, 그래서 형식이 없는 것이 ‘사진-형식’인 사진이에요.


<10+104주, 203, 뭔데! 뭔데? 놀이>


열린 마음을 가진 김호시는 닫혀 있는 건 다 열고 싶어 하고, 열려있는 모든 것을 살펴보길 좋아해요. 호시-바라기 탐탐이는 호시가 하는 일은 자기도 똑같이 하고 싶어 하죠. 위의 사진들은 양말 정리를 하던 중에 양말 서랍에 들어간 호시의 뒤태를 보고 빵 터져서 담은 장면들이에요. 이런 장면을 만날 때면 집사는 호시와 탐탐이가 주인공인 드라마나 영화, 예능을 보는 느낌이에요.

의도가 담긴 사진을 담을 때, 저는 상대적으로 필름-메이커 상태라면 의도의 정도가 낮을수록 시청자 상태에 가깝달까요?


<10+125주, 203, Synchronized sleeping>


자다가 목이 말라 깼는데 발밑에 야옹이 두 마리가 거의 똑같은 자세로 깊은 수면에 빠져 있는 장면을 만난다면 어떨까요? 혹여나 야옹이들이 깰까 봐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꾹꾹 눌러 담고 카메라를 들어 이 순간을 기록했어요.


<10+155주, 203, 냥좌의 게임>


냥좌의 주인은 늘 바뀌는데 외출했다가 돌아온 날 김호시는 개어놓은 이불 위에서 흘러내릴 것 같은 자세로 집사를 맞이했죠. 역시나 혼자서 빵 터진 집사는 얼른 사진 한 장을 찍었어요. 혹시나 해 탐탐이를 불렀는데 탐탐이는 ‘누구인가? 누가 나의 잠을 깨웠어?’ 표정으로 집사를 쳐다봤어요.


>찰칵<


<10+173주, 203, 나우 탐탐 씨 미: 마술 사기단>


역시나 자다 깨서 마주한 장면이에요. 상반신과 하반신의 어긋남이 물리법칙을 무시하기에 깜짝 놀라 일어나 봤더니 호시와 탐탐이의 반대로 포개어 누워 있었어요. 잠결의 집사는 얼른 정신을 차린 다음 두 야옹이 마술사기단의 만행을 고이 기록했고, 덕분에 볼 때마다 빵 터지는 순간으로 남았어요.


<10+269주, 302, 에스파 - 넥스트 레벨 댄스 커버>


팔불출 집사의 생각이지만 김호시 특유의 시그니처 자세는 아이돌 그룹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 댄스에 영향을 끼쳤고, 탐탐이는 카리나보다 예뻐요. : )


<10+270주, 302, 나란히 몸단장>


우리 집에 집사를 위한 소파는 없죠. 소파는 야옹이들이 점유한 공간이에요. 나란히 앉아 몸단장하는 장면을 집사는 열혈 시청자가 돼 감상해요. 카메라는 가슴팍쯤 고정하고 눈으로는 야옹이들을 보는 와중에도 호시가 하품하는 순간을 포착하는 건 이제 쉬운 일이 되었죠. : )


<10+276주, 302, 창가의 호시탐탐>


환기하느라 창문을 열어요. 창문을 여는 소리가 나면 어디선가 야옹이들이 부리나케 나타나 창가에 자리를 잡아요. 야옹이들은 바깥 구경을 하고, 집사는 바깥 구경을 하는 야옹이들을 구경하죠. 어찌 보면 단순하고 늘 반복되는 상황이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다채로운 장면으로 집사의 눈앞에 새롭게 펼쳐져요.


집사는 사진이란 미디어를 무척 좋아해요. 카메라와 렌즈의 작동 원리에 관한 관심은 좋은 종이와 인쇄를 바탕으로 잘 만들어진 사진집을 모으고 보는 즐거움으로 전이했고, 요즈음은 미디어로서 ‘사진’이 인간의 감각과 신체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곱씹어 보고 있어요.


대장님 덕분에 사진보다 한참 늦게 고양이란 생명체를 좋아하게 됐어요. 지금은 ‘사진’이란 존재보다 더 좋아해요. 잘 찍은 사진에 관한 욕심은 없지만, 호시와 탐탐, 두 야옹이 사진은 세상에서 가장 잘하고 싶어요. ‘사진을 찍는다’가 아니라 ‘사진을 한다’라는 개별적 표현을 사용하는 까닭은 다음과 같아요. ‘찍는다’라는 동사는 셔터를 누르는 행위에만 한정됐다는 느낌을 항상 받곤 했거든요. 그런 까닭에 ‘한다’라는 동사는 셔터를 누르기 전 관찰하는 행위와 누르고 난 다음의 모든 후가공 행위를 포함한다고 정의했어요.

<(연작) 고양이의 시간 中, 호시탐탐 - 이크 에크 택견 발차기 쇼>


야옹이들과의 만남은 셔터를 누르기 전의 행위들을 다시 가늠해 보는 기회가 됐어요. ‘본다’라는 너무나 당연하게 작동하는 행위를 시청자로 빙의해 실컷 하고 있지요. 최종 결과물로 구현되는 야옹이들 사진은 덤이라는 말은 그저 예의를 차리기 위한 말은 아니에요. 사진이란 미디어는 사각 프레임 안을 봄으로써 프레임 밖에 존재했던 저와 당시의 느낌을 순식간에 지금, 여기로 데려와 줘요.


‘당시’를 ‘지금, 여기’에서 마주하는 경험은 때때로 사진 자체를 덤으로 만들어 버리죠.


<10+276주, 302, 호시탐탐 - 듀엣 수면 쇼>


웰메이드 드라마나 영화처럼 치밀한 구조의 스토리는 없어요. 야옹이들의 눈빛과 행동의 작은 변화를 감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보장하죠.


🐰: “집사야? 나는 이제 잔다옹.”

🥸: “호시는?”

🐰: “호시는 이미 잠들어 있다옹.”

🐯: “💤”


<10+143주, 203, 얼굴을 빼꼼_*>


카메라를 들고 책장 빈 곳에 자리 잡은 김호시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막 사진을 찍으려던 참이었어요. 갑자기 책장 옆 칸으로 탐탐이가 얼굴을 빼꼼_* 내밀었어요. 집사는 심장이 쿵! 하는 바람에 손에 쥔 카메라를 놓칠 뻔했지만, 이내 호흡을 가다듬고 셔터를 눌렀어요. 야옹이들 사진을 찍으면서 늘 느끼는 부분이지만 집사 마음대로 되는 건 단 하나도 없지요. 마치 흘러가는 강물의 한쪽을 눈을 감고 손으로 떠내는 느낌이지만,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가끔 우연에 우연에 우연이 세 번 정도 겹칠 때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이 사진이 그와 같아요. : )


서두에서 언급했던 몇 가지 종류의 사진 형식은 뚜렷하게 구분되던 처음과는 달리 야옹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어요. 뭐랄까 혼란스러운 모호함은 아니에요. 자유롭게 경계를 넘나들어도 어긋남은 없으니까요.


다모앙에 있는 모든 고양이와 집사님의 즐겁고 건강한 시절을 응원하며 다음 글에서 또 뵙겠습니다. : )




P.S

​- 팔불출 집사의 개인적인 의견과 인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까닭에 객관적인 사실은 아닐 수 있습니다.

- 여러 장이 이어진 이미지는 클릭하고 확대하면 조금 더 크고 선명한 이미지로 볼 수 있습니다.




[냥큐멘터리] 오늘도 호시탐탐 #목차


#1 - 우리 집에 고양이가 산다.

#2 - 고양이 연쇄수면사건

#3 - 호시 운동 교실

#4 - 밤과 별과 야옹이

#5 - 창가의 김호시

#6 - 호시와 탐탐, 그리고 관계

#7 - 달과 해

#8 - 대배우 김호시

#9 - 꼬리의 역할

#10 - 고양이의 시간

#11 - 김호시의 수면 자세

#12 - 매력적인 빌런, 고탐탐 씨

#13 - 두 야옹이의 관계

#14 - 김호시 얼굴의 비밀

#15 - 야옹이와 이야기가 있는 사진

#16 - Cat Stand-ups​

​#17 - 점핑 호시탐탐

#18 - 난장과 옷장

#19 - Magic Hammpck Ride_*




댓글 2 / 1 페이지

Tanga님의 댓글

작성자 Tanga (116.♡.225.232)
작성일 01.02 09:13
사진 한장 한장이 모두 예술이네요. 잘봤습니다.

SIM_Lady님의 댓글

작성자 SIM_Lady (220.♡.172.6)
작성일 01.02 17:07
이크에크 발차기쇼 사진은 저라면... 11시 호시와 두시 탐탐이! 라고 지을것 같아요. ㅋ
스크래처가 꼭 시계같아서요~~
오늘도 사진 잘봤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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