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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큐멘터리] 오늘도 호시탐탐 #26 - 표정 속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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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클라인의병
작성일 2025.03.16 19:55
분류 생활문화
111 조회
1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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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주, 203, 얼굴만 움직이는 김호시>


야옹이들과 만난 지 12주째에 접어들 무렵입니다. 김호시는 새집에 완벽히 적응한 집고양이로 거듭났어요. 몸은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살짝 돌리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집사와 의사소통을 시도했죠. 사실 김호시의 적응력은 카메라 앞에서 더 빛이 났어요. 흔히 말하는 ‘식빵 굽는 고양이’는 없었고 배를 까뒤집고 사람처럼 누워 자곤 했어요. 자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카메라를 가져가면 김호시는 아무렇지도 않게 집사를 보며 여러 가지 표정을 보여줬어요.


‘얼굴’이나 ‘표정’은 본래 사람에게만 쓰는 말이라고 해요. 하지만 반려동물처럼 사람과 오랫동안 연을 맺으면 얼굴과 표정이 드러난다는 걸 집사님들은 다들 아실 테지요. : )


<10+29주, 203, 두 가지 표정>


‘앙칼진 표정’‘네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당장 내놓으라는 표정’은 고탐탐이가 가진 둘뿐인 표정입니다. 탐탐이는 호시만큼 표정이 다채롭진 않아요. 얼굴이나 표정으로 말하기보다는 직접 움직여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야옹이거든요. 탐탐이의 표정은 눈동자의 크기나 눈의 크기에 따라 달라져요. 또 다른 구성요소로 몸의 자세나 위치도 있어요. 세심히 살펴 탐탐이의 의중을 헤아리는 것은 집사의 기본 소양이죠.


<(좌) 10+40주 / (우) 10+192주, 203, 다채로운 표정>


집사는 자기가 모시는 고양이에게 객관적이기가 쉽지 않아요. 모든 집사는 팔불출이기 마련이고 고양이의 매력에 취해 있기 때문이죠. 엄밀히 말하면 표정은 얼굴에 있는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드러나고, 드러난 표정이 시간과 함께하면 얼굴 근육이 더 세밀하게 움직이게끔 발달해요. 흔히 말하는 뽕-주디는 Whisker Pad라고 하는데 고양이의 귀여움을 도드라지게 하는 부분이에요. 김호시는 눈동자와 눈 크기뿐 아니라 뽕-주디(Whisker Pad) 주변을 조절하고 움직임으로써 집사가 보기에 표정이 풍부한 것처럼 느껴져요.


카메라 앞에서 어색하거나 자연스러운 사람이 있잖아요? 꾸준히 사진으로 기록하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인데 고양이도 그러해요.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운 김호시와 어색하게 보이는 고탐탐이에요.


<10+19주, 203, 소년의 얼굴>


대장님이 무척 좋아하는 호시 사진이에요. 사진 속에 있는 호시를 보고 “호시 얼굴에 소년이 있네.”라고 말했어요. 덕분에 볼 때마다 대장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특별한 사진이 됐죠. 시각 미디어인 ‘사진’이 다른 감각을 불러일으킨다면, 그것은 오래 기억되는 사진으로 남아요. 역시나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김호시에요.

<(좌) 10+107주 / (우) 10+108주, 203, 표정의 차이>


집사는 호시와 탐탐이가 가진 얼굴 근육과 눈의 움직임으로 표정을 짐작해요. 다만 직관의 영역에 있는 과정이라 다른 사람의 동의를 구하기는 힘들겠죠. 같은 부모 아래 태어난 친자매 야옹이지만 서로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까닭에 집사는 늘 새로운 기분이에요.

<(좌) 10+45주, 203 / (우) 10+282주, 302, 동그라미와 오각형>


동글동글한 얼굴과 뾰족뾰족 오각형 얼굴도 표정의 차이를 만드는 요소일까요?


<(좌) 10+278주 / (우) 10+282주, 302, 초점의 차이>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를 보는 탐탐이의 눈과 카메라 너머 집사를 보는 호시의 눈도 표정의 차이를 만드는 요소일까요?


<(좌) 10+49주, 203 / (우) 10+272주, 302, 꿍꿍이와 언짢음>


얼마 전에 해외에 사는 지인이 잠깐 들어와 만났을 때 일이에요. 커피 한잔하며 이야기하다 호시 사진을 보여줬어요. 호시 사진을 보더니 지인이 “어머. 얘는 얼굴에 표정이 있네.”라고 하더라고요. 집사가 아닌 지인의 한마디에 괜히 기분이 으쓱했어요. : )


집사가 짐작하는 호시의 표정과 진짜 호시의 마음이 얼마만큼 일치하는지는 알 길이 없어요. 호시의 얼굴을 봅니다. 빵 터질 때도 있고 조용히 웃음 지을 때도 있어요. 사진으로 담지 못한 장면도 있고, 사진으로 담은 장면도 있지요. 표정을 보는 것표정을 읽는 것 사이에는 분명 틈이 있을 거예요. 집사는 상상력으로 그 틈을 채워요. 단 야옹이들과 함께 살아온 시간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상상력이에요.


<(좌) 10+266주 / (우) 10+274주, 302, 앙칼짐과 뭐주냥?>


탐탐이의 눈빛은 늘 당당해요. 얼굴 근육의 움직임이 자유로운 호시와는 달리 탐탐이는 눈으로 말하죠. 평소에는 집사 곁에 얼씬도 하지 않다가 무언가 원하는 게 생기면 강력한 요구의 눈빛을 던져요. 탐탐이는 표정을 읽기가 쉬운 야옹이는 아니에요. 그래서 그동안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상황의 맥락을 잘 파악해 탐탐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문제는 고탐탐 씨가 심각하게 예쁘다는 사실이에요. 논리적인 사고 과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아차 하는 순간에 “햐~ 탐아 넌 어쩜 그리 예쁘니?”라고 중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10+198주, 302, 충격과 공포 - "집사야? 시끄러운 게 막 돌아다닌다옹.">


이 두 장의 사진은 무척 귀한 사진이에요. 203에서 302로 이사를 오고 집에 로봇 청소기 이모님을 처음 들였어요. 세상 무서운 게 없던 탐탐이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는 (로・청)이모님을 보고 깜짝 놀랐죠. 안방구석에 있는 보관함 뒤에 쏙 들어가 이모님을 잔뜩 경계했어요. 자기가 생각하기에 아마 제일 안전한 공간이었나 봐요. 태어난 이래로 가장 놀란 표정과 행동이었죠. 탐탐이 묘생에서 가장 큰 충격과 공포의 순간이 아니었을까요? 깜짝 놀란 탐탐이가 걱정됐지만, 장면 자체는 어찌나 귀엽던지요.


물론 지금은 이모님에게 완벽 적응해서 옆에 와서 자기 몸을 건드려도 심드렁하게 있을 정도가 되었어요. : )


<(좌) 10+167주, 203 / (우) 10+287주, 302, 호시 얼굴에 딴생각이 묻었다>


다채롭고 풍부한 표정을 가진 김호시지만 호시의 시선이 언제나 집사에게 닿는 건 아니에요. 서로 눈(目)이 닿는 길이 가끔 어긋날 때 - 물론 집사의 시선은 호시에게 닿을 때 - 집사는 그 장면을 마주하면 “호시 얼굴에 딴생각이 묻었다.”라고 말해요. 딴생각 덕후인 집사는 딴생각이 묻은 호시 얼굴을 참 좋아해요. : )


<10+195주, 203, 사진 친화적 야옹이>


곧 6년째로 접어드는 야옹이와 함께 살아가는 삶이에요. 추상화 과정을 거쳐 존재하는 묘(猫) - 이를테면 책이나 SNS, 커뮤니티에서 정보 형태로 접하게 되는 - 가 ‘고양이’라면, 저와 함께 살아가며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존재하는 묘(猫)를 ‘야옹이’라고 불러요. 고양이들은 자기 집사를 조금 큰 고양이라고 여긴다죠? 세월이 흐를수록 집사도 야옹이들을 사람처럼 대한다는 걸 느껴요.


카메라 앞에 있는 호시를 보며 나즈막히 “호오~시이”라고 말하면 누구보다도 자연스러운 표정을 보여줘요. 아쉬운 건 사진으로 보이는 부분은 아주 좁은 범위라는 거죠.


<10+289주, 302, 미묘(微妙)함의 묘미(妙味) - 미묘(美猫) 김호시>


‘미묘(微妙)-하다’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뚜렷하지 않고 야릇하고 묘하다.”라는 뜻이 있어요. 김호시는 하는 행동이나 자세가 엉뚱해서 그렇지 부분 부분을 떼어 보면 대칭적이고 균형 잡힌 아름다운 야옹이예요. 게다가 탐탐이에 비해 얼굴 근육도 더 세밀하게 움직일 줄 알죠. 지극히 개별적인 특성인데, 집사는 ‘분명함’보다는 ‘미묘함’을 더 좋아해요.


‘저’는 (사진) 찍히는 것보다 찍는 걸 좋아해요. 사진 친화적이지는 않지만, 사진적인 인간이라고 ‘나’를 정의해요. ‘얼굴’과 ‘표정’은 분명함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알 듯 말 듯하고, 뚜렷하지 않고, 야릇하고, 묘한 영역에 더 가깝다는 걸 확신하는 사람이죠.


호시는 집사에게 미묘(微妙)함의 묘미(妙味)를 느끼게 해주는 미묘(美猫)예요. 장황하게 설명한 집사의 개별적인 느낌을 보여주는 사진이에요.


<10+247주, 302, 표정을 넘어서는 예쁨>


호시의 얼굴과 표정을 아무리 분석하고 체계를 만들어도 그게 무슨 소용일까요. 탐탐이가 마음먹고 집사를 한 번 스윽 쳐다보면 모든 것이 해체돼 버리는걸요. 여러 가지 방식으로 탐탐이의 표정을 설명하지만, 딱 한 마디로 정의를 내린다면…


“내가 고탐탐이다옹!"


<10+278주, 302, 딴생각을 해도 예쁜 탐탐>


호시의 얼굴과 표정은 집사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데 비해 탐탐이의 얼굴과 표정은 “탐아. 넌 어쩜 그렇게 예쁘니?”로 귀결돼요. 호시의 얼굴과 표정은 집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지고, 탐탐이는 집사의 생각을 멈추고 한참 동안 바라보게 하죠. 두 야옹이가 갖고 있는 서로 다른 매력은 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요. 집사는 그 이야기를 잘 기록하고 싶어요.


그나저나 글을 마무리하는 와중에도 고탐탐 씨. 참 예뻐요. 정말 예쁘네요. : )



다모앙에 있는 모든 고양이와 집사님의 즐겁고 건강한 시절을 응원하며 다음 글에서 또 뵙겠습니다. : )




P.S

​- 팔불출 집사의 개인적인 의견과 인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까닭에 객관적인 사실은 아닐 수 있습니다.

- 여러 장이 이어진 이미지는 클릭하고 확대하면 조금 더 크고 선명한 이미지로 볼 수 있습니다.




[냥큐멘터리] 오늘도 호시탐탐 #목차


#1 - 우리 집에 고양이가 산다.

#2 - 고양이 연쇄수면사건

#3 - 호시 운동 교실

#4 - 밤과 별과 야옹이

#5 - 창가의 김호시

#6 - 호시와 탐탐, 그리고 관계

#7 - 달과 해

#8 - 대배우 김호시

#9 - 꼬리의 역할

#10 - 고양이의 시간

#11 - 김호시의 수면 자세

#12 - 매력적인 빌런, 고탐탐 씨

#13 - 두 야옹이의 관계

#14 - 김호시 얼굴의 비밀

#15 - 야옹이와 이야기가 있는 사진

#16 - Cat Stand-ups​

​#17 - 점핑 호시탐탐

#18 - 난장과 옷장

#19 - Magic Hammpck Ride_*

#20 - 시청자

#21 - 포즈(pose)

#22 -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23 - 첫눈

#24 - 사물의 쓰임

#25 - 뾰족하고 보드라운 졸음.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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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1 페이지

lghtwave광파님의 댓글

작성자 lghtwave광파
작성일 05:48
집사의 애정이 느껴지는 사진들이네요. ㅎㅎ 이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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