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인의병 (117.♡.226.185)
2025년 11월 9일 PM 09:32

둥근 테이블 위에는 집사가 사용하는 노트북 컴퓨터와 패드, 그리고 책 몇 권이 어지러이 놓여있어요. 방에는 형광등을 끄는 경우가 많아서 작은 스탠드를 켜 놓지요. 보통 야옹이들은 컴퓨터 뒤쪽에 깔아놓은 작은 담요 위에 자리하는데, 가끔 컴퓨터 앞쪽으로 돌아다닐 때가 있어요.
어느 날 밤. 불 켜진 스탠드 앞에 김호시가 올라오더니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아니겠어요. 멍하니 화면을 보던 집사는 그런 호시가 반가웠어요. 살포시 카메라를 들어 셔터를 몇 번 누릅니다. 패드 화면에 호시 얼굴이 비치는 건 덤이에요. 그 순간 집사 혼자만의 의미지만 호시를 지칭하는 말이 오랜만에 머릿속을 지나갔어요.
“빛나는 야옹이”

지금은 최소한의 활동량을 추구하며 정적인 야옹이로 거듭난 김호시지만 어린 시절 호시는 천방지축 아깽이었어요. 김호시의 눈길이 닿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금세 몸이 갔었으니까요. 본격적으로 (연작) 창가의 김호시 - https://damoang.net/tutorial/9610 - 가 시작되기 전, 창가에 있는 야옹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해 준 사진입니다.
창문이란 공간은 대부분 조명 환경이 역광인지라 창가의 김호시는 무척 빛나 보였어요. 사진이란 미디어는 사진으로 현상하는 세계의 실재를 변형 - 대부분은 미화 - 하는 까닭에 표현하는 데 늘 고민해야 한다지만 뭐 어때요. 저는 집사이고 김호시는 집사가 모시는 야옹인걸요. 집사의 눈길이 닿는 모든 장소에서 김호시는 아름답게 빛나요. : )

일을 하는 야옹이는 아름다워요. 김호시가 고양이 공간 디자인계의 떠오르는 신예 디자이너 시절의 사진이에요. 자연광을 이용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죠.
미화해도 괜찮아요. 김호시는 빛나는 야옹이예요. : )

조명이 역광일 때 사진을 찍으면 야옹이들의 바깥 테두리에서 빛이 납니다. 집사는 이 선을 사랑해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죠. 203, 작은 방에 들어섰을 때 침대 위에 앉아 볕을 쬐는 김호시의 뒷모습이에요. 집사와 만난 지 겨우 11주 차. 여섯 살이 된 지금에 비하면 아주 작은 몸이지만 그 시절에도 여전히 보드랍고 연하게 빛나는 김호시예요.

203은 동향인 집이었어요. 아침에 해가 뜨면 정오 전까지 시시각각 들어오는 햇빛이 참 좋았죠. 이즈음의 김호시는 일광욕을 즐기는 야옹이였어요. 환기할 때 열어놓은 창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햇빛을 온몸으로 받는 중입니다. 키보드 위에 살포시 얹힌 호시 앞발에 집사는 계속 눈이 가네요.

어김없이 온몸으로 아침햇살을 즐기는 김호시입니다. 날이 좋더라도 햇빛이 들어오는 틈은 아주 좁고 짧았어요. 야옹이들은 햇빛을 느끼는 센서를 장착한 듯이 최선을 다해 순간을 만끽했고, 그 덕에 집사는 몇몇 좋은 장면을 꺼내봅니다.
팔불출 집사 눈에는 심지어 늠름해 보이기까지 하네요. : )

빛은 호시의 그림자를 만들고, 유리창에 호시가 비치면 세 호시가 여기서 만나죠. 이 시절 호시가 만드는 아침 시간의 일정한 루틴은 야옹이들의 생활을 관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인상적인 장면들은 덤이고요.

탐탐이와는 다르게 호시는 높은 곳보다 바닥을, 수직으로 높은 곳보다 수평으로 넓은 곳을 선호하게 됐어요. 느긋하게 바닥이 누워 햇빛 샤워를 하는 모습은 언제나 집사를 즐겁게 하는 장면이에요.

302는 정남향에 가까운 집이지만 화장실에 있는 작은 창문이 동향이에요. 그래서 날씨에 따라 오전에 아주 잠깐 햇빛이 들어올 때가 있죠. 얼마 전에 만난 장면이 심연에 있던 집사의 기억을 불러옵니다.
햇빛 샤워는 야옹이들의 몸을 뽀송하게 만들고, 계절의 냄새를 잔뜩 묻혀요. 계절의 냄새를 맡는 좋은 기억이 햇빛 샤워를 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카메라를 들게 하나 봐요.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집사입니다. 언젠가부터 창문 여는 소리에 반응하는 건 탐탐이가 됐고, 호시를 창가에서 보는 일이 점점 드물어졌어요. 며칠 전 아주 오랜만에 창가에서 예전 느낌의 김호시를 발견했어요. 창틀 위에 엎드려 바깥으로 눈길을 주는 옆모습에 왜 그렇게 가슴이 뭉클했을까요.
기억으로, 상징으로, 사진을 통해 변형된 실재로서 - 어쩌면 미화됐다 하더라도 - 집사에게 김호시는 빛나는 야옹이입니다. 틀림없이 : )
늘 그렇듯이 냐옹이당에 있는 모든 고양이와 집사님의 즐겁고 건강한 시절을 응원하며 다음 글에서 또 뵙겠습니다.
P.S
- 팔불출 집사의 개인적인 의견과 인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까닭에 객관적인 사실은 아닐 수 있습니다.
- 고탐탐이는 2025년 7월 28일, 10+424주 간의 지구별 여행을 마치고 고양이별로 돌아갔습니다.
[냥큐멘터리] 오늘도 호시탐탐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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