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인의병 (117.♡.226.185)
2026년 2월 1일 PM 08:33 · 수정됨(02. 05. 20:25)

203 시절 일입니다. 노트북을 사용하는 지금과는 달리 당시에는 데스크탑 컴퓨터와 32인치 모니터가 집에 있었어요. 그래서였을까요? 책상 위는 야옹이들에게 꽤 인기 있는 장소였습니다. 제법 큰 화면에서 계속해서 움직이는 마우스 포인터와 모니터에 띄워진 다채로운 장면은 호시와 탐탐이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으니까요.
어느 날인가 책상 위에서 각을 잡고 모니터에 집중하는 호시와 탐탐이를 약간의 시차를 두고, 거의 같은 위치에서, 번갈아 가며 사진으로 담은 새벽이었어요. 깊은 고민에 빠진 대장님 앞에서 마치 작업 과정을 감독이라도 하듯이 앉아 있는 야옹이들의 모습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겨우 셔터를 눌렀지요.
아직은 집사가 하는 거의 모든 행동에 호기심을 갖고, 반짝이는 시선을 집사에게 던지던 시절을 떠올리는 가슴이 뭉클한 장면입니다. : )
글감을 찾다가 위 두 장의 사진을 발견하고는 모니터 화면을 보는 야옹이들 사진을 찾아봅니다.

기계 비평가 이영준은 “이 세상 모든 것은 모니터 화면으로 귀결되기 위해 존재한다.”라고 말했어요. 아이는 모니터 속에서 웃기 위해 태어나고, 전쟁은 모니터 속에서, 모니터를 향해 치러지며, 다빈치는 모니터 화면에 들어가라고 모나리자를 그렸다고 했죠. 진위를 떠나 재미있는 말이고, 상당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꼭 그런 의미가 아니더라도 야옹이들 묘생을 카메라로 기록하고 모니터 화면을 통해 살피는 것은 집사의 큰 즐거움입니다. 그런데 모든 것에 호기심이 반짝이던 시절의 야옹이들에게도 그랬나 봐요. 집사는 모니터 화면에 있는 야옹이(들)를 보는 야옹이(들)를 다시 기록하고, 모니터 화면으로 봅니다.

마치 프로필 사진을 찍는 듯한 자세로 앉은 김호시입니다. 지금이야 너무 당연한 김호시의 자세지만 저 때만 해도 사람처럼 앉은 고양이가 신기한 집사였어요. 모니터 화면에 있는 자기 모습에 관심이 있는가 싶다가도 역시나 마우스 포인터가 더 좋은 아깽이 시절이었죠. : )

증명사진이 필요했던 김호시는 집사에게 편집을 맡겼어요. 편집을 마친 집사는 호시에게 컨펌을 요청했죠. 모니터 앞에 서서 신중하게 결과물을 살펴보는 김호시입니다.

집사가 좋아하는 장면을 모니터 화면에 띄웠어요. 생후 4개월쯤. 모든 영양분이 남김없이 야옹이 김호시의 몸을 구성하는 시절이에요.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위쪽을 바라보는 김호시의 옆모습은 군살 하나 없이 날렵해요. 제법 커진 몸집을 자랑하는 생후 10개월경의 김호시는 모니터 화면을 보며 날렵했던 옛 시절을 회상합니다. : )

창문에 스크래처와 해먹을 달았어요. 금세 적응해서 사용하는 김호시와는 다르게 고탐탐이는 해먹 위에 일어서서 스크래처에 발톱을 가는 것이 무서웠나 봐요. 김호시는 탐탐이에게 직접 사용법을 알려줍니다. 그 장면을 담아 모니터에서 편집하는데 김호시가 책상 위로 올라왔어요. 봐도 봐도 뿌듯한 장면인지 집사를 보며 으쓱하는 호시입니다. : )

중요 야옹 문화재 꼬리 춤 예능보유묘(猫)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했지요. 밥 먹는 시간과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꼬리 춤 연습에 매진하는 김호시였죠. 집사는 호시가 연습하는 모습을 꼼꼼하게 기록해 자료로 남겨 놓았어요.

모니터 화면에 꼬리 춤을 추는 사진을 띄워 놓으면 김호시는 고탐탐 씨와 함께 자세를 복기하는 데 여념이 없었죠. 복기 중 벌떡 일어나 집중하는 김호시의 모습에서 거장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 )

모니터 앞에서 야옹이들이 집중하는 모습은 대부분 야옹이 사진을 편집할 때 만나는 장면이었는데, 가끔 의외의 순간도 있었어요. 때는 2018년 평창 올림픽이었어요. 쇼트트랙 경기를 보는데 갑자기 호시가 책상 위로 올라오더니 한참 동안 홀린 듯이 경기를 봤었죠. 참고로 탐탐이는 아무 관심이 없었어요. 4년 후 베이징 동계 올림픽 때 혹시나 해 쇼트트랙을 노트북으로 보고 있었는데, 이럴 수가!!! 김호시가 책상 위로 올라와서 다시 시청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한편 탐탐이는 스포츠 경기보다는 드라마를 좋아해요. 특히 <미스티>와 <미스터 션샤인>은 탐탐이가 좋아하는 드라마였어요. 당시 온에어로 본방 사수를 할 때마다 탐탐이도 책상 뒤에 있는 수납함 꼭대기에 올라가 자리를 잡고 집사와 함께 시청하곤 했죠.

영화 <호핑크스의 수수께끼> 포스터 촬영 중인 김호시 배우입니다. 집사에게 수수께끼를 내는 호핑크스 역을 맡은 영화죠.
🐯: “아침에는 4개, 점심에는 2개, 저녁에는 3개인 것은 무엇이냥?”
🥸: “인간(사람)!!?”
🐯: “틀렸다옹. 매일 나에게 조공해야 할 간식이다옹!”
🥸: “아…(…)”
베테랑 배우인 김호시는 촬영을 마치면 꼭 모니터링을 하죠. 결과물에 만족하는 김호시와 그런 김호시의 뒤통수에 만족하는 집사입니다. 호시의 뒤통수는 늘 치명적인 매력을 뽐내거든요. : )

앞서 탐탐이가 드라마 시청할 때마다 자리를 잡았던 수납장(a.k.a 도시락통) 꼭대기에 모로 누운 김호시입니다. 날렵한 인상과 몸태를 뽐내는 탐탐이와는 다른 매력을 가진 호시는 둥글둥글하고 펑퍼짐한 느낌이에요. (뚱뚱한 건 아닙니다…) 또한 자유분방한 자세만큼 다양한 표정을 보여줍니다. 평소에는 기본으로 빙구미를 장착했지만, 사실 호시는 콧날도 오뚝하고 아주 가끔은 진지함도 뽐내는 야옹이예요. (참고로 탐탐이는 늘 진지합니다.)

대장님이 집에서 간단하게 요가를 시작합니다. 침대 위에서 자고 있던 호시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일어나 그룹 요가를 하죠. 책상 앞에 앉아 있던 집사는 그 장면을 보고 카메라 셔터를 누릅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겠지만, 야옹이들과 함께하는 삶에서 제법 흔하게 일어나는 사건입니다. 신기하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몸에 밴 습관처럼 셔터를 누른 다음 사진을 선택하죠.

작은 똑딱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노트북으로 옮겨 간단하게 편집하고 최종 결과물을 살피는 찰나 탐탐이가 불쑥 얼굴을 내밀었어요. 저녁 먹을 시간이 됐거든요. 단호한 표정으로 집사에게 밥을 달라 요구하죠. 이 장면마저도 덤덤하게 셔터를 누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야옹이들의 호기심은 점차 옅어집니다. 노트북을 사용하면서 모니터 화면을 보는 야옹이들을 만나는 것도 힘든 일이 됐어요. 그러나 꾸준하게 야옹이들을 기록한 까닭에 어떤 사건이 발생해도 그 사건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힘이 생겼지요.
모니터를 보는 야옹이들 사진을 간추립니다. 시선의 방향에는 변화가 있지만, 어디로 향하든 간에 사람의 시선보다 길고 느리게 닿는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집사로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그 시선, 앞으로도 오랫동안 보고 싶네요. : )
늘 그렇듯이 냐옹이당에 있는 모든 고양이와 집사님의 즐겁고 건강한 시절을 응원하며 다음 글에서 또 뵙겠습니다.
P.S
- 팔불출 집사의 개인적인 의견과 인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까닭에 객관적인 사실은 아닐 수 있습니다.
- 고탐탐이는 2025년 7월 28일, 10+424주 간의 지구별 여행을 마치고 고양이별로 돌아갔습니다.
[냥큐멘터리] 오늘도 호시탐탐 #목차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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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dfontes
02.05 · 203.♡.187.251
연재된 글을 거꾸로 읽어가볼까 합니다. 집사님의 세심한 시선과 사진, 글이 모두 좋습니다. 그나저나 작년 고탐탐이 고양이별로 갔군요. 늦었지만 고탐탐의 명복을 빕니다. -
클클라인의병
→ adfontes 작성자
02.05 · 117.♡.226.185
시선과 사진과 글을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야옹이들에 관한 기록인 동시에 야옹이와 함께 하면서 변화하는 집사 자신에 관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 ) -
노노래쟁이s
03.15 · 220.♡.112.11
호시랑 탐탐이 함께 모니터 쳐다보고 있는 뒤통수의 모습이 넘 예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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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클라인의병
→ 노래쟁이s 작성자
03.15 · 117.♡.226.185

🐰🐯: "어쩐지 뒤통수가 따갑더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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